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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Jul 23. 2019

개똥에도 철학이 있다.

공 속에 감춰진 궤적을 찾아내는 것

본 글은 새말 새몸짓을 위한 '함평학교'에서

최진석 교수님과 함께 학습한 뒤 배운 것을 정리하기 위해 쓴 일종의 학습일지입니다.


https://brunch.co.kr/@herman-heo-se/69 (도란 무엇인가)

https://brunch.co.kr/@herman-heo-se/62 (신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자신의 철학을 수거하는 멍멍이


  여러분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적어도 나에게 철학은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매우 특별한 것 이다. 어릴 적엔 철학을 그저 어려운 것, 고리타분한 것, 옛것이라는 전혀 즐겁지 않은 단어들로 설명했다면, 성인이 된 나에게 철학은 가지고 싶은 것, 평범하지 않은 것, 특별한 것으로 표현된다. 어쩌면 어릴 때는 깊은 생각과 이해를 요구하는 철학의 매우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비호감을 키웠던 것 같다. 마치 가질 수 없는 것을 질투하고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폄하하는 것처럼 말이다.

  철학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항상 평범함을 벗어나 보려는 시도를 한다. 매번 오 다니는 출퇴근길을 바꿔보던지, 섭식의 변화를 준다거나 평소 듣는 음악의 장르를 바꿔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만나는 사람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그런 변화들의 끝에 그들이 얻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 감춰진 특별한 무엇인가를 찾아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도 그들은 일상의 특별함을 찾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옛날부터 '개똥에도 철학이 있다.'라는 말을 좋아했다. 어릴 땐 하찮은 것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썼던 일종의 교훈이라면 지금은 그 용례가 조금 다른데.. 주로 기획서를 작성하기 전 팀원들과 한 가지 사업 아이템을 두고 심도 깊은 토론을 해야 할 때 쓴다. '상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특별함을 찾아내 보자! 라는 일종의 지적인 주문으로 쓰인다.

  과거에 문화기획과 인문학 교육과 관련된 일을 병행하다 보니 예술인과 문인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나 시인들의 관점은 그 어떤 문화기획자보다 참신하며, 창의적이다. 아무래도 같은 현상을 조금이라도 다른 말로 표현해야 하는 시인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일반적인 것을 추구하기 보단 다른 시각을 찾고자 노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인들의 창의성은 시인들의 언어생활에 잘 드러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일 반 인 : 나는 시계를 본다.
 시   인 1 : 시계가 나를 본다.
        시   인 2 : 시간이 나를 보고 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쳐다보는 사물인 '시계'와 그 시계를 표현하기 위한 행동인 '본다'를 일반인은 매우 간결하게 표현한다. '시간을 보기 위해서'라는 행위의 목적이 생략되어도 그것이 시간을 확인하기 위함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시인 1은 '본다'의 주체를  '나'에서 '시계'로 바꿔버린다. 시인 2는 한술 더 떠서 시계가 상징하고 있는 '시간'을 주체로 놓고 '시간'이 나를 보고 있다고 표현한다. 하나의 평범한 문장을 두고 시인들은 주체를 바꾸고 상징을 들이면서 일상적인 문장을 특별하게 바꿔 사용하고 있다. 시인들은 물을 마시는 행위를 표현하는 것도 달랐다. '컵에 담긴 물'에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여 '갈증'이라는 단어로 치환한다. 그렇게 "나는 갈증을 마신다."라는 표현이 탄생한다. 물을 마시는 매우 단조로운 행동이 욕망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바뀐 것이다. 지식의 누적이나 바라는 집체 교육의 산물인 나는 일상에 숨겨진 특별함을 찾는 그들의 언어활동에 신선함을 넘어선 충격을 느꼈다.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잘 치는 타자를 보고 "저 선수는 공을 아주 잘 볼 줄 알아요"라는 해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잘 때리는 타자들은 정작 "공이 아닌 공이 그리는 궤적을 머릿속에 그립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이 맞는 순간 공의 궤적을 그리지 못하면 포구 지점을 놓친다. 선수들도 이미 공을 잘 보는 것보다 공 속에 숨겨진 궤적이 중요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개똥에도 철학이 있을까?

정확히는 개똥을 더러움이나 하찮은 것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 개똥 속에 숨겨진 철학을 볼 수 있을까?

공을 보는 것이 아닌 공이 그리는 혹은 공 속에 감춰진 궤적을 우리는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낼 수 있을까?



#만렙백수윤준혁 #최진석 #함평학교


최진석 교수의 함평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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