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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Sep 25. 2019

#4 명륜관(明倫館)과 쇼인

바뀌지 않은 교실의 모습

#4 명륜관(明倫館)과 쇼인

바뀌지 않은 교실의 모습

- 백수는 다크투어 중

https://brunch.co.kr/@herman-heo-se/84





왼쪽부터 신야마구치역, 메이린 학사기념관, 과거 명륜관의 정문


  신야마구치 역에서 내려 JR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려 하기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향한 곳은 명륜관이라고 불렸던 메이린 학사(萩明倫 学舎)! 번교(藩校)라고 불렀던 에도시대의 공립학교이다. 에도시대 일본의 각 번에서는 교육을 중요하게 여겨 각 번(지금 일본의 현)에 공립학교를 세우고 인재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대상은 주로 상류층 사무라이였는데 무예나 병학(군사학)은 물론이고 유교경전, 글쓰기, 역사 및 제도와 같은 학문 공부도 병행되었다.



  ‘요시다 쇼인’ 역시 명륜관에서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병학 사범으로써 강의를 한 적이 있고 15살 때 번주인 모리 다카치카(毛利敬親, 1819~1871)와 관료들 앞에서 『손자병법』의 허실편 등을 강의했었고 이에 감동한 조슈의 번주는 요시다 쇼인을 더욱 훌륭한 병학자로 키우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대만 관광객이 하기시를 방문했다. 나를 포함한 5명의 한국인들은 어떤 이유로 하기에 온 것일까?



  현재의 메이린 학사는 본관은 요시다 쇼인과 조슈 파이브(메이지 시대의 주역으로 알려진 엔도 긴스케, 이노우에 마사루,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야마오 요조 다섯 사람)를 기리기 업적을 알리기 위한 전시로 구성되어있고 별관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메이지 산업유산과 관련된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상단 좌측부터 엔도 긴스케, 이노우에 마사루, 이토 히로부미 앞줄 왼쪽부터 이노우에 가오루, 야마오 요조



  얼마 움직이지 않아 근대의 일본 교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옛날 영화에서나 볼법한 나무로 된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당시의 신장을 반영한 것인지 높이도 조금 낮은 것이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같기도 했다. 구조는 지금의 교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앞에는 칠판과 교탁이 뒤 쪽엔 사물함과 청소함이 그리고 교실의 옆면은 창문 너머로 교실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창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순간 ‘감옥과 교실의 형태와 기능이 매우 닮아있다.’는 내용의 칼럼이 생각났다. 세월이 흘러 수많은 건축디자인과 양식이 생겨났지만 오래도록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감옥과 교실뿐이라고 했다. 이유는 감시와 관리에 효율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얼마 전 학교 안에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1위로 원했던 것이 ‘창문을 막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시당할 수 있는 창문을 막아 ‘폐쇄적인 환경’만을 제공해 주었을 뿐인데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사례도 있다. 아이들은 무엇을 감시당해야 하고, 무엇을 관리받아야 하는 것일까? 말로만 자유롭게 상상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정작 학생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교실의 구조는 몇십 년 동안 그대로라니...




과거 메이린 학사의 교실 모습 지금은 메이린 학사 기념관 왼편에 메이린 학교가 있다.




  본관을 다 둘러보고 별관 1층으로 향했다. 별관 1층은 본관과는 다르게 추가 요금을 내야만 관람이 가능했다. 별관의 정문을 중심으로 오른편엔 ‘쇼카 손주쿠’를 재현해 놓았는데 의사봉(법봉)처럼 생긴 망치를 나무 도마에 세게 치면 요시다 쇼인과 그의 제자들의 수업을 애니메이션으로 시청할 수 있다. 그 옆방에는 VR로 ‘요시다 쇼인’에게 그의 제자들과 함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플레이가 가능했다. 미리 쇼인과 그의 제자들을 공부하고 왔던 터라 어떤 인물이 누구인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꿀밤을 날렸지만 아쉽게도 폭력은 구현되지 않았다. 




이 의사봉으로 도마를 세게 치면 애니메이션이 시작된다.



<쇼인과 그의 제자들의 수업을 애니메이션>  본래 촬영은 금지였으나 관리인에게 기념사진 촬영 한 장 찍어도 괜찮냐는 허락을 맡고 남길 수 있었다. 




 '쇼카 손주쿠'의 수업을 체험 해볼 수 있는 VR 시뮬레이터




  본관은 조슈 파이브에 대한 설명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요시다 쇼인과 관련된 이야기와 전시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쇼카 손주쿠'에서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메이린 학사'에서 다루는 것 같았다. 본관만 둘러보면 끝나는지 알았는데...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구경해볼 수 있는 뒤편의 별관도 있어서 구경해보기로 했다.



본 글은  우리도 모르고 있던 아픈 사실을 찾아내고, 일본이 감추려는 역사적 사건들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크투어 일기입니다. 우리 역시 역사인식이 필요합니다. 알아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백수는 지금 다크투어 중>




#만렙백수윤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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