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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Dec 09. 2017

밥상, 다섯 번째

밥상과 술상의 사이

요즘에는 '이런 것도 레트로 식품이 존재해?'라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많은 종류의 레트로 식품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오히려 더 저렴하고, 실패라는 시행착오에서도 구해준다. <KBS 요리인류_ 도시의 맛 뉴욕> 편에서는 빈곤층으로 갈수록, 신선품을 구하기 어렵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만 즐비하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실제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요구하는 끼니를 챙겨 먹는 일. 나는 요즘 그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아침은 가볍게 점심은 도시락을 챙기고 저녁도 집에서 먹는 편이다. 주말에는 회사 때문에 매끼를 밖에서 사 먹는 남편과의 식사 자리를 신경 쓰고 있다.


시댁에서 보내주신 김장김치와 함께 날아온 불고기. 여린 잎 샐러드에는 영준 목장 생스트링치즈를 올리고, 유자청으로 만든 드레싱을 뿌렸다. 불고기 한쌈에 김장김치 한입.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시부모님의 정성에 배가 부른 저녁 한 끼. 이날은 앉자마자 남편이 '쌈장은?' 하고 나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래 상추쌈에는 쌈장이지.

이번 김장김치는 사실 매워서 먹을때 마다 쓰읍 쓰읍 하게 된다.


한 접시에 모아서 먹으니, 설거지가 편하고 좋쿠나. 요즘 빠져 있는 스크램블 에그와 제일 좋아하는 애호박 구이.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사과라고 해서 매일 챙겨 먹는 편인데, 최근에 들은 '푸드퍼스트'라는 강의에서의 뜻밖에 이야기를 들어서 잠시 주춤하고 있다. 당이 많은 과일.. 사과. '약이다..'생각하고 챙겨 먹던 사과를 이제 어찌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아침을 챙겨 먹기 힘든 나에게 사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침밥이었는데 말이다.

사과와 스크램블에그, 애호박구이, 바게트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유자청이 만들고 싶어 졌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가락시장에서 무려 10kg짜리 유자를 무려 50,000원은 주고 사 왔다. '그날 사투리가 심했나?' 왠지 비싸게 주고 샀다는 의심은 머릿속을 맴맴 돌았다. 물릴 수도 없는 노릇. 열심히 '유자 늪에 빠져보자!' 깨끗하게 소독한 병에 박박 문질러 씻은 유자 껍질과 과즙. 설탕을 1:1로 섞어 버무려 담아준다. 레시피는 한 줄로 적을 수 있을 만큼 싶지만, 손이 많이 가는 유자청을 시댁과 친정. 그리고 친한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오빠 회사에도 1병. 맛있다는 후기 듣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흑설탕으로 만들어 색깔이 어둡다 그래도 맛은 좋은 내생애 첫 유자청


재철 재료로 만든 요리만큼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나는 겨울 찬바람이 불면 '굴 철이 왔구나'라고 생각한다. 굴로 만든 요리는 다양하지만, 추운 겨울은 아무래도 굴국밥이다.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남편과 달리 나는 굴국밥을 좋아한다. 남편은 고기. 나는 해산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날 저녁은 내 의견 100% 반영된 굴국(밥)을 끓였다. 밥은 같이 넣고 끌이지 않았다. 이를 전문 용어로 따로국밥이라고 한다.(ㅋㅋㅋ) 굴국밥의 레시피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생굴을 마지막에 넣기도 하고, 미역 대신 매생이를 넣기도 한다. 계란 푸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나는 굴을 참기름에 볶아 불린 미역과 육수를 넣고 계란 1개는 풀고, 하나는 풀지 않았다. 국물이 식기도 전에 다 먹었다.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남편도 밥 한 그릇 뚝딱. 겨울 메뉴로 좋다.  

생굴을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서 요리한다. 굴 향이 살아있는 굴국밥


남편 지인이 선물로 보내주신 서래 포구의 새우. 받자마자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이 든든한 기분은 뭘까. 정말 주부가 다 됐다고 생각했다. 잘 쓰지 않는 프라이팬에 굵은소금을 깔고 새우를 겹치지 않게 깔아서 중불에 구웠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새우들이 오그라들면서 붉어졌고, 뒤집어 또 몇 분만 구우면 완성. 새우 대가리는 분리해서 버터에 한번 더 볶았다. 새우 대가리 1개에 사케 3모금. 술안주로 그만이다. 새우 너 버릴 것이 없구나

새우구이 외. 목이버섯 볶음과 야채구이


냉동식품은 만두 외에는 잘 사 먹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냉동실에 몇 개쯤 두는 것 중 하나가 돈가스이다. 요즘에는 마트나, 시장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돈가스가 있다. 물론 이것도 집에서 만들면 좋겠지만, 아직은 내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여러 장 사다 두고 2장씩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반찬 없을 때 하나씩 꺼내 구워 먹기 좋다. 가끔은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서 구워 먹으면 나름 치즈 돈가스를 즐긴다.

돈가스는 김치랑 잘 어울려요.



남편 생일 전야제를 위해 소고기를 집에서 구워 먹었다. 두툼한 소고기는 호주산. 그리고 생애 처음 냄비밥에 도전했다. 들기름에 볶음 돼지고기와 김치를 깔고 불린 쌀을 올리고,  신중하게 불 조절을 하며 돼지고기와 밥을 함께 익힌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중간에 뚜껑을 열어 볼 수도 없어서, 무척 진땀 나는 요리이다. 완성된 냄비밥은 압렵솥에 한 밥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고솔고솔하니 괜찮았지만, 같이 넣은 돼지고기는 소고기 때문인지 너무 익혀서 인지 질겨서 별로 였다.

소고기 밑에 자작한 건 소고기 자체에서 나온 육수, 품 담궈 먹으면 더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부부 밥상이지만, 많은 분들이 아시듯 혼자 먹는 평일 저녁. (외롭지 않아요..)

혼자서는 가볍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주말처럼 먹다가는 결혼 후 찐 5kg는 절대 뺄 수 없을 것 같다. 주로 샐러드와 야채, 단백질 위주의 한 끼 요리를 많이 한다. 무화과는 부드러운 식감과 독특한 맛 때문에 애정 하는 과일 중에 하나이다. 무화과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치즈와 함께 꿀을 뿌려 먹으면 몇 개를 먹는지도 모르게 흡입(?)하게 된다. 혼자 먹는 저녁에는 가볍게.. 무화과 7개 정도씩 때리곤 한다.(ㅋㅋㅋㅋ)

바게트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위에 꿀부린 무화과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와 샐러드
치즈는 크림지츠와 체다슬라이스 치즈, 흩어뿌린 말린 블루베리


같이 여행을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 3명이 있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 대만 편에 등장하는 친구들) 결혼한 1인. 나를 제외하고 친구들은 태국을 다녀왔다. 씁쓸한 유부의 현실. 여행 다녀온 친구들이 선물한 쌀국수 키트. 고수와 양파. 뜬금없이 페페로치노를 뿌려 먹었다. 베트남 쌀국수와는 또 다른 태국 쌀국수. 뭐든 맥주를 부르는 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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