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eleine Feb 01. 2018

축복을 품다

임신

2011년 11월 24일, 남편을 처음 만났다.

그로부터 꼬박 6년 뒤인 2017년 11월 24일, 내 인생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임신테스트기에 희미하게 보이던 두 줄을 본 나는 마치, 처음 놀이기구를 기다리던 어릴 적 마음이 떠올랐다.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긴 줄에 서서 얼른 내 차례가 되어 빨리 타보고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 무서워서 내 차례가 오지를 않길 바라던 마음 말이다. 어느덧 내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었다.

심장은 더 빠르게 두근거리고, 두려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아기가 생겼다는 건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다.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한 두 줄.


내 몸에 정말 누군가가 있는 걸까? 때론 의심스러워 배에 손을 대고 묻기도 했다. “정말 있니?” 아무런 대답이 없는 내 몸. 이 마음은 남편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마냥 설레고 기쁘기만 하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나와 남편은 이제 부모가 될 준비 선상에 선 셈이다. 남편은 이따금씩 술을 먹고 들어온 날이면, 나와 본인을 닮은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는 정말 우리 둘 사이에서 생겨난 하나의 생명, 축복이 탄생했다. 태명은 ‘축복’. 우리에게 하느님이 내려주신 축복은 현재 13주째 자라고 있는 중. 13주에 들어선 나는 이제 의심이 없다. 내 자궁 어딘가에 ‘하리보 젤리처럼’ 생긴 귀여운 생명체가 움직이고 있는 걸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늘어진 옆구리 살과 가스로 가득 찬 배를 보면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이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하기도 하다. 앞으로 길고도 짧은 임산부의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걱정과 근심은 조금 내려놓고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축복이와 함께 보낼 생각이다. 어렵겠지만 한 번 해볼 생각이다. 나는 이제 엄마니까.      



축복아 안녕?
게으른 엄마지만, 짧게나마 이렇게 글을 남겨두려고 한단다. 엄마랑 아빠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너는 이름 그대로 정말 우리에게 축복이야. 그러니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네가 태어날 달은 8월이야. 엄마도 8월에 태어났어. 여름이라 더울지도 몰라. 하지만 겨울보단 여름이 좋단다. 초록이 가득하고 햇살이 넘치는 여름을 닮은 싱그러운 아이가 되길 바랄게. 우리 곧 만나자.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임산부는 거절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