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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Mar 25. 2019

밥상, 여섯 번째

밥상과 밥상 사이

오랫동안 밥상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우리 집에 꼬물꼬물 여름(우리 집 귀염둥이 이름은 여름)이 등장했기 때문! 나와 남편 밥상보다 내새키 배 불리는 것에 온전히 몰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기의 얼굴에 가슴을 비비며 무더웠던 여름과 가을, 겨울을 보내고 어느새 봄을 맞이했다.


지지난 겨울부터 지난여름까지 임신 기간 중 막달에 가까워질수록 더워서 그런지 팥빙수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그것도 꼭 옥루몽 팥빙수. 입덧 먹덧 그런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는 유독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옥루몽이 먹고 싶었는가.? 유별난가? ㅋㅋㅋㅋ 가격대는 좀 있지만 팥이 덜 달고 우유 얼음이 입안에서 사르륵. 단팥빵이랑 먹으면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듯했던 지난날 만삭 임산부의 애정 팥빙수.

1인 1빙 가능. 옥루몽


친정과 시댁이 있는 부산에서 출산한 덕에 엄마는 매번 음식을 해서 조리원으로 왔고, 시댁에서는 임신 때도 보내주시던 과일을 신랑 편으로 보내주셔서 행복하고도 마지막 여유로웠던 솔로(그 뒤로는 쭉 여름과 1+1) 시절 밥상.

조리원 음식이 아주 훌륭! 엄마 불고기와 잡채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더 구질구질하게 말하면 고시원 위층, 아래층 살던 시절.

고시원을 살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암튼) 고시원은 공용 주방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라면 끓이는 것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할 생각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김밥을 쌌다! 그것도 미나리 김밥을. 사랑 뿜뿜이던 때라 그런지 귀찮은 김밥도 그 좁은 고시원 주방에서 척척 말았다. 남편은 그때 그 김밥이 맛있었는지 그때가 그리운지 미나리만 보이면 김밥 타령이다. 매년(6년가량) 미루다가 올해는 큰 맘먹고 미나리 김밥을 쌌다. 참치김밥에 깻잎 대신 미나리를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봄철 미나리를 향긋하게 즐기는 필살기.

마요네즈도 듬뿍 넣고, 그것도 모자라 찍어 먹는 미나리 김밥


봄 철 미나리는 김밥 말고도 전으로도 부쳐 먹는다. 반죽을 얇게 해서 나물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포인트이나. 난 항상 반죽이 많아서 실패^^; 그래도 봄나물이니까 맛은 좋타. 비주얼이 아쉬울 뿐. 강원도에 살고 계시는 친척분께서 주신 곤드레나물로 곤드레나물밥까지 먹으면 입안에 봄이 가득하다.

미나리 전에는 새우를 넣어서 부쳤다.


낙지젓갈 좋아하는 남편. 나는 사실 그냥 그렇다..ㅋ 그래도 뜨끈한 밥에 낙지젓갈에 촉촉하게 만든 스크램블 에그와 버터 한 조각이면 한 그릇 요리 완성.

짭짤 고소한 낙지젓갈 비빔밥? ㅋㅋㅋ


파스타는 무엇을 넣든 실패하지 않고, 만들기가 간편해 자주 해 먹는다. 시래기가 있으면 시래기만 넣고 시래기 파스타. 자투리 야채를 넣고 토마토 파스타. 치즈가루 솔솔 뿌려서 후루룩.

시래기 파스타와 아기 여름
짜투리 채소로 만든 파스타와 화이트와인


돌아보니 밥상이 허술하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기도 한 지난 날들.. 얼마 남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우리 가족 밥상에 좀 더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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