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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Sep 08. 2019

밥상, 일곱 번째

아기가 생긴 뒤로 조금씩 한 차원 높은 요리에 도전하시 시작했다. 가령 사 먹는 게 당연했던 소시지를 집에서 만들기도 하고, 함박스테이크를 치대기도 한다. 이런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다. 잘 먹지 않는 아이를 둔 엄마는 늘 고민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친정엄마가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는 항상 음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왜 엄마는 그리도 음식을 많이 할까 손도 크지..’하고 생각했는데. 요즘 내가 그러고 있다. 분명 아기가 먹는 양이 있는데 혹시 모자랄까 듬뿍 퍼주고 조금 남겨야 안심(?)이 된다. 엄마도 우리 가족 배부르 게 먹이느라 자꾸자꾸 손이 커졌나 보다.


돼지고기 많~~이 소고기 조금. 다진 야채를 넣고 소시지를 만들었다.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니 시중에 파는 소시지처럼 겉에 막이 생겨 제법 소시지느낌이 난다. 허나 아기는 안 먹고 우리의 맥주 안주가 되어버렸다. 영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 도전이 뿌듯하다.

냉동실에 저장해두고 하나씩 꺼내 먹~어요


통으로 썬 야채(당근, 양파, 파 정도)와 멸치, 다시다, 마늘을 넣고 맑은 육수를 낸다. 닭다리살을 삶아 찢어 올리면 내 맘대로 닭곰탕. 면과 고명을 올리면 잔치국수. 육수 끓여 두면 여러모로 요리에 많이 쓰여서 좋다. 아기가 있으니 달큰하게 당근은 많이 넣었다. 닭곰탕은 성공했으나 잔치국수는 실패했다. 신나게 가지고 놀기만 하고 먹지를 못하는 내 새키..

닭다리살을 얇게 얇게 찢었다. 잔치국수에는 볶음소고기 듬뿍

당근을 감자칼로 깎아서 올리브 오일에 절였다. 오렌지 주스를 조금 넣고, 후추도 톡톡. 구운 바게트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오일에 절인 당근을 올렸다. 아이가 볼새라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그리곤 커피 또는 와인 한 모금. 아이랑 같이 못 먹는 음식은 몰래몰래 먹는다. 은근 재미가 있다. 눈을 마주치면 지는 게임.

당근을 싫어하는 내가 먹는다!


달군 프라이팬에 양파를 볶고 다진 돼지고기와 가지를 썰어 같이 볶아서 밥 지을 때 넣은 면 가지돼지고기밥 완성. 아기랑 함께 먹으려고 모든 재료를 다졌다. 큼직하게 썰어서 먹으면 씹히는 맛이 좋을 듯하다. 나는 간장을 뿌려서 비벼 먹었다. 압력밥솥 가득해두고 냉동실에 소분해두면 때때로 먹기 좋다. 아기는 김에 싸줘도 잘 먹었다. (김 매니아..김으로 키워요)

평소보다 밥 물은 작게. 가지에서 물이 나옴

연어구이는 아기랑 함께 먹기 좋은 메뉴! 외식을 할 때도 시즈닝없이 연어 구이를 부탁한다. 아기 밥을 따로 챙기지 않고 외식메뉴를 좀 더 신경 써서 정하는 편이다. 연어는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에어프라이어에 굽는다. 양파나 마늘을 곁들여 굽기도 한다. 연어는 정말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생선인 듯.

연어구이와 으깬감자 샐러드


주말에 1~2끼 정도는 외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기랑 있으면 삼시세끼 시간 챙기기 바쁘다. 아기 밥을 따로 싸서 들고나가기도 히지만 우리끼리 먹는 게 미안해 같이 먹는다. 우리도 좋아하고 아기한테 먹이 기도 부담 없는 평양냉면을 주로 먹는다. 수육이나 만두를 추가해 공깃밥과 함께. 냉면도 조금씩 주며 평양냉면 조기교육 중이다.(ㅋㅋ)

여의도 정인면옥

아기랑 있다 보니 설거지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혼자 먹을 땐 한 그릇에 다 때려 넣고 먹는다. 베이글을 구워서 시금치 스크램블 에그를 얹혀서 먹었다. 스크램블 에그 만들 때는 육수나 우유를 넣고 계란을 풀어 촉촉하게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구울 때 버터는 필수.

커피랑 찰떡


이렇게 나는 끼니를 채우고 살아간다. 밥상 식구가 늘어서 행복한 요즘. 딸아이가 좀 더 크면 식사 시간이 더 즐거워질 것 같다. 남편과 아기와 식사시간이 켜켜히 쌓여 세월을 만들고 그 세월은 저너머의 추억이 된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각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식사시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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