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캣테일 Feb 13. 2023

"몸살"이라는 불청객

외부적 요인의 습격

  최근 글로벌 다운로드 게임 판매 플랫폼 스팀에 "오투잼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나왔다. 오투잼은 2000년도 초중반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 봤을 건반형 리듬 게임(위에서 비가 오듯 내리는 네모난 모형을 박자에 맞추어 치는 게임)으로 게임의 전체적인 만듦새와 양질의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오투잼이 시간을 지나 2023년 1월,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 등장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게임은 엉망이었다. 빈말로도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없는 처참한 완성도였다. 메뉴를 비롯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그렇다 쳐도 음악 박자가 맞지 않는 치명적인 오류가 벌어졌다. 리듬을 맞춰야 하는 게임인데 박자가 맞질 않는다. 리듬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작품이다. 리듬 게임을 많이 즐기는 통에 다른 게임과 비교하게 되는데, 그런 비교군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게임으로만 보더라도 잘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런 도중에 흥미로운 리뷰 기사가 눈에 띄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078008?sid=105

  기사 내용은 상술한 나의 소감과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다. 다시 제목을 본다. "이용자 항의로 몸살". 이 부분이다. "몸살"이라는 단어가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나의 감각을 자극했다.

이 세상에 몸살 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학교에 안 가거나 회사를 쉴 수 있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지 몸살 걸리는 행위를 즐기는 사람 자체는 없다. 또한 몸살은 몸에 어떠한 부담을 주어 힘들게 해서 찾아오는 외부적인 요인이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몸살이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추위, 피로와 같은 외적 요인으로 겪는 고통이다. 즉, 몸살은 "내가 원치 않았음에도 찾아오는 불청객"이라는 뜻이 된다.

  이것은 비단 병리적인 측면에서만 나타나는 의미가 아니다.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84077&code=11131100&cp=nv

  지난 2023년 1월 말 설날 연휴에 덮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어찌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약간 과장을 보태어 내가 겪은 추위 중 가장 혹독한 추위였다고도 할 수 있다. 기사 제목을 보면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고 하는데, 내용 역시 추위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겪고 여러 기반 시설이 장애를 겪었음을 의미한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3/01/26/SQYGXB32VNDULKFVN2WJYMUKX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이 기사 또한 흥미롭다. 2022년 12월 말에 일본에서 개봉하고 2023년 1월 한국에서 개봉한 슬램덩크라는 작품이 있다. 딱 내 또래, 그러니까 80년대 중후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스포츠 만화의 명작이 거의 2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는 일본 시즈오카 부근에 있는 에노시마라는 실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 기사에는 이번에 새로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에노시마로 관광객이 몰리여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여기에서도 제목이 몸살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즉, 이 기사에서 지역 주민들은 지역 내부적 문제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요소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11601039910120006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에 관한 기사이다. 이제 제목에 있는 "몸살"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기사 내용이 얼추 짐작이 간다. 킥보드로 인한 경관 훼손, 안전사고가 많아짐에 따라 킥보드를 사용하지 않는 파리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음을 나타낸다.


  여기에서 다시 처음 언급했던 "오투잼 온라인"으로 돌아가자.

  "이용자 항의로 몸살"이라는 제목은, "게임은 잘 만들었지만 게임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게임이 부당한 비판을 당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기사 내용은 게임 자체적인 문제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목과 기사가 일치하지 않게 된다. 기자 분은 은연중에(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제목 만으로 "게임의 만듦새는 훌륭하나, 예상치 못한 이용자들의 항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는 의미를 겉으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만일 기사 내용을 따른다면 몸살이라는 단어 선택은 옳지 않다. 몸살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병리적으로나, 조금 더 넓은 의미로나) 부당한 처사를 당하다"를 의미하므로, 여기에서는 차라리 몸살이라는 단어를 뺐음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