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한 달 살기 현실 후기 (4)
한 달 살기에서 중요한 건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던 나는 '사는' 문제는 친구네 집에 얹힐 수 있어 해결되었지만, '먹는' 문제는 매 끼니 사 먹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다. 건강에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가 출근해 있는 동안 낮 시간에는 주로 친구네 집에서 음식을 해 먹었다. 그것이 경제적으로도 영양적으로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입장에서 매 끼니 다 사 먹는 것은 진정한 '사는 것(living)'가 아니라는 나의 개똥철학도 있었다. 살아본다는 것은 요리를 해 먹는 것처럼 보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니 말이다.
다행히 친구네 집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꽤나 큰 슈퍼마켓이 하나 있었다. 1층은 식료품 코너, 2층은 드럭 스토어와 각종 생활용품을 파는 꽤나 알찬 슈퍼마켓이었다. 그곳을 일주일에 최소 두세 번은 드나들었다. 한국에서도 원래 마트 장보기를 좋아했고 집에서 나 혼자 먹을 정도의 간단한 집밥 요리 정도는 줄곧 해왔다. 그랬기에 일본 슈퍼마켓은 적어도 나에겐 가도 가도 재밌는 곳이었다. 짧은 한 달이었지만 일본에만 있는 다양한 식자재들을 활용해서 음식을 해 먹고 싶었다. 특히 애용했던 것은 야끼소바 소스다. 간사이 지방에서만 나온다는 '오타후쿠' 브랜드에는 야끼소바, 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 등 용도별로 소스가 각각 판매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만만한 야끼소바 소스를 구입해서 이런저런 볶음요리에 뿌려 먹었다. 돼지고기든 닭고기든, 양배추와 함께 소스를 적당히 넣고 볶으면 꽤 그럴싸한 '일본 맛' 나는 간단한 요리가 되었다. 가끔 면을 함께 볶거나 가쓰오부시를 뿌리면 그 느낌은 훨씬 배가된다. 여기에 채 썬 양배추에 참깨 드레싱 소스를 뿌려 함께 곁들여 먹으면 나만의 일본식 가정식 한 끼가 뚝딱 완성된다.
보통 일본의 슈퍼마켓에서는 저녁 7~8시쯤부터 식품코너의 먹거리들에 하나둘 할인 딱지가 붙기 시작한다. 작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도 할인하기도 했던 이 먹거리들은 슈퍼마켓 쇼핑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스시, 회, 돈가스, 덮밥, 닭튀김, 샌드위치, 김밥 등 안 먹어본 음식이 없는 듯하다. 특히나 원래도 회와 스시를 좋아했는데, 늘 비슷한 음식으로 지겨울 때면 가끔 맛있는 참치 몇 조각 또는 스시 몇 조각이 담긴 팩을 한 번씩 사 먹고는 했다. 가끔은 할인 타이밍이 잘 맞아서 약 1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한 세네 가지 음식을 건져 와서 집에서 한상 푸짐하게 차려서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나만의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먹는 것에 큰돈 쓰는 것은 아까워하는 나로서는 가장 최적의 식사였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눈치챘겠지만, 이러한 식사 패턴으로 인해 나의 한 달 살기 여행기에서는 맛집과 관련된 내용이 별로 없다. 대신 일본 현지인밖에 없는 골목 식당들을 열심히 찾아다니거나, 오사카가 본고장인 타코야끼 같은 음식들은 보이는 대로 열심히 먹으러 다녔다. 뒤에서 오사카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꼭 추천하고 싶은 식당은 따로 정리했으니 함께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