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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Jul 19. 2023

본심

나의 밑바닥에서 본 이기심.

남편과의 싸움 이후

공황이 와서 약을 먹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잠이 들지 못했고 들었다고 해도 몇 시간 자지 못하고 금방 일어났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먹는 다 해도 다 게워냈다

2주를 그렇게 지내고 나니 그렇게 빼려고 노력했던 살이 저절로 빠졌다.

참 우스운 일이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던 것이

내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쉽게 되는 걸 보면.




지난번 호텔을 다녀온 이후

나는 두 번 더 호텔로 다녀왔다.

갈 때마다 와인을 사서 마셨고.

밤마다 눈이 붙도록 울었다.


취하고 싶어서 와인을 사서 마셨는데

 오히려 정신이 또렸해졌다.

술에 취하려고 마시는 술이 오히려 내 정신을 웠고

나는 아주 오래전 나의 모습을 기억해 냈다.


나는,

야근은 물론 주말근무조차도 불사했으며

내가 한 일에 대한 성과에 대해서

너무나도 행복해했던 사람이었다.

일이 안 되는 것에 대해서 제일 힘들어했고

인간관계는 오직 일을 위해서만 존재했다.



드라마 "대행사"주인공은 나의 예전모습이었다.

밥은 거의 먹지 않았

물은 거의 마시지 않았으며

커피를 달고 살고

잠을 자지 않았고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출근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내 일이란게 난의도가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내가 얼마나 빨리 해내냐에 따라서

회사의 통장에 꽂히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는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자부심, 만족감을 느껴가면서 일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불태워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자유로웠고, 내가 원하는 것에

 내 모든 것을 쏟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문제는

가족이라는 것에 발목 잡혀서

가족의 문제가 나의 우선과제가 되어 있다.

그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힘듦이 타인에게 비롯되었다는 것에 대해

이해, 공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당연하단걸 느꼈다.

그저  눈앞에 당면한 과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내가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성취하고 싶은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나는 허탈감을 느꼈다.

  아, 그래서  아무리 전력을 다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용을쓰고

또 그문제가 해결이 되어도

나는 그어떤 성취감도 느낄수 없었구나.

그제서야 내게 뚫린 구멍이 이유를 알았다.




나는 술과 함께한 홀로 있는 공간에서

나의 밑바닥을 보았다.

내가 내스스로를 설득하고 설득해 가며,

스스로를 속이기까지 해 왔던

나의 진심을 보았다.


이기적인   나의 밑바닥을 보았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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