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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크의 IT이야기 Jan 25. 2021

자리배치는 일하는 업무 환경입니다.

커뮤니케이션 효율 높이기!

본부장(이사)라고 하면 왠지 사원들과는 무언가 달라 보이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명의 회사원이랍니다. 중견 교육업계에서 월급쟁이 중 한 명인 IT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배웠던 다양한 조직 운영과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업무를 하는 자리라고 하는 것은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에게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업무 환경이지만, 종종 임원들은 그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그러한 실수를 했었고, 그 실수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기 위해 이 글을 남겨본다.


가끔 면접을 보다 보면, 이직사유로 집과 회사의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어서라는 답변을 가끔 받아보기는 한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직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자리, 즉 업무환경이라고 하는 것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회사의 위치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는 회사의 위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본부원들이 일하는 업무환경, 즉 자리의 배치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본부장의 업무 중에 하나지만, 임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자리 배치가 결정이 되는 본부원의 입장에서는 그냥 자리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업무 환경이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바로 옆에 나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지, 내가 일하는 컴퓨터 모니터를 지나가면서 힐끔힐끔 봄으로 인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든지, 방음이 되지 않은 회의실 옆자리에 앉아 있어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다든지, 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동료가 다른 사무실에 있어, 회의를 위해 몇 개 층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지 등등일 것이다.


필자가 재직했던 회사에서는 회사의 성장에 따라 인원이 급속하게 늘었었다.


한때 300여이던 임직원이 4년 사이에 무려 700여 명 가까이 늘었으니 엄청난 인력의 증가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있던 본부 역시 기존 20여 명의 조직에서 2년여 만에 무려 70여 명으로 인력이 늘어났다.


필자가 입사 후 처음 있던 사무실은 20여 평 규모에 복층으로 되어있는 구조였다. 필자의 경우는 복층의 끄트머리 1.5평 규모의 작은 회의실에 본부장실이라는 간판을 달고 업무를 시작했었다. 


하나의 사무실에 있는 복층 구조의 단점으로는 복층에서 걸을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면서 복층 밑에 근무하는 팀원의 경우 이러한 소리로 인해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창문 하나 없던 회의실은 30분만 회의를 해도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공기가 탁했었다. 10여 명이 근무하기에 적합한 사무실의 크기에 20여 명이 들어가다 보니, 근무환경이 매우 좋지 못했다.


처음 근무한 사무실, 창문과 환기가 잘 안되는는 복층 구조


다행스러운 것은 회사의 성장에 맞춰 IT 본부는 인원의 증가와 함께 좀 더 넓은 사무실로 이전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인테리어와 창문이 있는 아주 널찍한 공간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새로운 사무실로의 이전 이후에도 본부의 인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본부원들은 1년에 서너 번씩 이사 아닌 이사를 하게 되었다. 잦은 자리 변경으로 인해 조직원들의 자리 이동은 아주 당연 시 되었고, 필자 역시 깊은 고민 없이 조직의 상황에 따라 거의 분기마다 자리 재배치를 하게 된다.


하루는 필자가 속했던 본부의 인원이 늘어나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불편한 자리에 팀원이 자리를 배치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이 직원과 우연히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직원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본부장님께서는 어쩔 수 없이 조직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자리 배치를 쉽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희에 입장에서는 자리 이동은 그냥 자리이동이 아닌


자리는 저희가 일하는 업무환경입니다.


조직개편이나 업무 R&R 변경으로 인해 자리 배치를 하실 때는 모든 본부원들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본부원들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여서 자리배치를 고려를 해주십사하는 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한 번도 본부원의 자리 배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머리로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 이야기를 했던 직원은 평소에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불만 없이 수행하던 성실한 직원이었기에 그 충격은 나름 더 컸었다.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구나, 자리 배치는 단순히 조직원이 일하기 위한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환경이구나 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필자는 자리 배치를 할 때, 단순히 조직원이 앉는 물리 공간만을 생각하는 자리배치가 아닌 


자리배치는 직원들의 업무 환경이자, 커뮤니케이션 개선을 위한 중요한 것


이라는 것을 고민하여 자리 배치를 하게 된다. (물론 이후에도 100% 본부원들이 만족한 자리배치를 하지는 못했다 ㅜㅜ)


구글에서의 사무실 배치

필자는 본부장 재직 시절 우연히 구글 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구글 코리아의 경우 사무실의 위치나 직원들의 동선을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직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조직원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지, 휴게 공간의 배치 간격이라든지, 복도의 폭이라든지, 휴게 공간에는 어떠한 것들 배치해야 하는지, 단순히 사무실을 물리적인 공간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생산성을 고려하여 배치를 했고, 이러한 공간의 배치가 실제로 업무 성과와도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


좋은 자리배치는?

필자는 이 본부원의 이견을 들은 후 자리 배치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고,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자리 배치를 할 수는 없었지만, 자리 배치를 직원들이 일하는 물리 공간이 아닌 직원의 근무만족도와 업무의 생산성과 연관된 의사결정이라는 관점에서 자리 배치를 진행하게 된다.


필자가 자리 배치를 하면서 주의했었던 점들은 아래와 같았다.


1. 가능하면 개인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할 것

2. 업무에 좀더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가능하면 만들어줄 것

3. 같은 팀은 같은 업무 공간에 배치할 것

4.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필요한 팀원들 간은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 배치할 것


사실 위와 같은 주의사항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위와 같은 자리 배치를 잘하려면 본부원들 하나하나가 현재는 어떠한 업무를 하고, 해당 팀에서는 어떻게 업무가 진행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자리 배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실천하는 것이고, 실천을 위해서는 본부장의 조직원들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제 임원이라면, 자리 배치라고 하는 것을 단순히 조직원들이 있는 물리적인 공간으로 한정짓지 말고, 좀더 넓은 관점과 깊은 고민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 성과를 잘 낼 수 근무환경을 마련해 주는 좋은 임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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