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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youth Nov 11. 2019

"우리 남편이랑 잘 놀아주세요"


남편은 결혼하고 많은 것을 잃었다. '잃었다'라고 표현하면 조금 극단적이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볼 때 결혼 전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지금은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이 친구, 지인과의 만남 이리라.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들이 혼재한다.


먼저 남편은 올해 입사 때부터 몸담았던 부서를 떠나 새로운 부서에서 도전 중이다. 여기에 나의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냥 예전 그 부서에 있는 게 싫었다. 손에 익어 버린 일과 회사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남편이 지쳐갈 때 다른 팀으로 가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러댔다. 그렇게 착한 나의 오빠는 하던 일을 과감히 접고, 전혀 다른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남편은 회사 생활이 10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새로운 업무와 유능하지만 지독한 상사를 만나 신입사원처럼 매일 고투 중이다.


우리 집이 천안인 것도 문제다. 우리 부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천국인 타운하우스 라이프 생활을 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린 준거집단이 있는 서울과 멀어졌다. 덕분에 평일엔 기차 시간에 라이프 사이클을 맞춰 살게 됐고, 주말에 서울에 나오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하게 됐다.  이 말인즉슨, 평일 저녁이 아니면 약속을 잡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남편은 주 52시간이 무색하게 하는 지속적인 야근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기차 시간 압박이 있어 집으로 돌아오기 바쁘다. 


남편의 부주의도 때론 문제가 됐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친구를 만나는 날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올 생각은 않고 여행을 떠나기 일쑤였다. 광주로 동대구로... 술 취한 남편은 기차에서 잠이 들어 다른 지역에서 지금 일어났다고 연락을 했고, 나는 그때마다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는 이상 술 마실 생각하지 마!"


놀러 오세요! 언제나 요리 메뉴 연구 중 


그렇게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킹 프로그램마저도 잘하지 않는 남편은 친구들과 점점 멀어져 갔다. 남편 스스로도 아쉬운 부분 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집으로 친구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친구들이 오면 음식도 얼마든지 해주고, 술도 실컷 마셔도 되며 자고 가도 된다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기쁨을 알게 해 준 이 집에 살게 된 것도 절반은 남편 덕이니 내가 그만큼 하겠다고. 


남편은 신이 나서 친구들을 초대했다. 나는 나름 열심히 장을 보고, 어설픈 실력으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총동원한다. 참... 이 집에 살아 얼마나 다행인지... 남편이 청소를 하며 설렌 마음으로 친구들을 기다리면, 나도 함께 들떠 열심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사실 이렇게 관대한 척 말하지만 남편의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온 횟수는 아직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아무래도 남편 옆에 철거머리 같이 내가 붙어있는 데다가 서울에서 천안까지 내려오는 게 쉽지 않은 여정이니까. 그래서 나는 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편 친구들을 만나면 말한다 "우리 남편이랑 잘 놀아주세요."


이 말로 남편이 잃은 어떤 중요한 부분을 금세 돌려놓을 수는 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나는 말해본다. 남편이 그게 '잃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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