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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준 Nov 06. 2019

기억되고, 잊히다.

생각이 많은 하루가 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 보면


그 생각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오고,

걱정을 불러오기도 하고,

고민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따금씩 불안함도 불러온다.

끊임없이.


이것은 오늘 하루가 끝낼 때까지 점점 짙어진다.

계속 반복된다. 

내일도. 또, 내일모레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인 하루다.


그렇게 며칠. 몇 주가 흐르고, 

혹은 몇 달이, 몇 년이 흐르면,

언젠가였던 그 하루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였지. 그때 무슨 걱정을 했더라. 라며 떠올려 보려고 해도

잘 모르겠다.


생각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해결되었던 탓일지도, 

해결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겠다.


물론 언젠가 또, 같은 걱정을 할 수도 있고,

또 같은 고민을, 불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럴 때쯤이면 그 날의 내일도, 내일모레도, 

그다음 날도 또, 같은 복잡함에 얽매이며 허덕일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또 며칠,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면 또, 다시 잊힐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지금 당신의 고민도, 걱정도, 슬픔도, 생각도, 불안함과 두려움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비록 내일도, 내일모레도,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도 잊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잊힌다는 것은.


아무리 아픈 기억도, 기쁜 추억도 

기억하고 싶은 것도, 기억하기 싫은 것도, 

기억할수록 아프지만, 잊고 싶지 않은 그런 추억도 잊히겠다. 

그것이 반복되어 다시 떠올라도 다시 잊게 될 것이며, 

벗어나려 애쓰지 않아도 벗어나질 것이고, 

자꾸 기억하려 해도 잊어버리겠다.


그 잊음과 기억의 반복이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우리의 머리가, 

우리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때로는 잊으려 발버둥 치기도, 

때로는 기억하려고 노력하기도, 

혹은 추억을 그리워하느라 아파하기도 한다면,

어떻게든 우리는 살아지겠다. 


아픔도, 

좋은 추억도 기억하기도, 잊기도 하며, 

새로운 아픔을, 새로운 추억들을 기억해가며.


언젠가는 불행할 것이고, 

언젠가는 행복할 것이고, 

언젠가는 슬프기도 하겠지만, 

또, 언젠가는 기뻐하며 

그것들의 반복 속에서 기대와 실망, 

좌절과 희망을 느끼며 끊임없이 

언젠가의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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