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돌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그 돌은 언덕 위에 가만히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죠.
그 돌은 크게 바라는 것이 없어
가만히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 채 살아가도 꽤 만족하거든요.
그래서 가만히, 그곳에서 행복하기로 합니다.
자신의 몸에 울퉁불퉁 모난 곳이 있어도,
잘 살아갑니다.
자신이 만족하니까.
다른 언덕 위에 다른 돌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돌은
언덕 위를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대로 언덕 밑으로 구르기 시작한 돌은
여기저기 부딪히고, 걸려 넘어지고.
때로는 어딘가에 끼여 멈추기도 하며
자신의 몸이 조금씩 부서지는 것을 뒤로한 채 굴러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살지 않겠다는 결심 하나가 참 많은 용기를 주었나 봅니다.
그렇게 그 돌은 결국 언덕 밑으로 내려왔고,
내려오는 동안의 수많은 부딪힘 덕분에 모난 곳 없이,
동글동글한 돌이 되었습니다.
옆 언덕에 가만히 자신의 삶을 즐기던 돌이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난 곳 없는 돌이 부러워졌습니다.
울퉁불퉁했던 자신이 조금 못마땅해졌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언덕 밑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아주 조금씩.
한 번에 굴러 떨어지는 것은 무서우니 말입니다.
하지만 참으로 애석하게도
그렇게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돌은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한 번 미끄러지니, 멈출 수 없이 계속해서 부딪히고, 넘어지고.
그렇게 자꾸 부서지기만 했습니다.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멈추려고 애를 써 봐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돌의 힘으로 버티기엔 벅찼거든요.
그래서 그냥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부서지면 부서지는 대로 내려갔습니다.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요?
결국, 언덕 밑에 도착하고서야 멈췄습니다.
모난 곳 없이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스스로 만족만 한다면, 가만히 있어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아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이루면 되는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신의 모습은 만족하던 때와 같을 뿐인데, 갑자기 흠이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할 겁니다. 비교는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니 당연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그럼에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만족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고, 누군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변화를 위해 나아갈 것입니다. 나아가는 것은 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저기 부딪히면 꽤 아프기도 하고, 발을 잘못 디뎠다가 미끄러지는 건 한 순간이니까. 안 좋은 일이 한 번에 몰려오곤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아가기로 시작한 순간 그럴 때가 한 번쯤은 분명 찾아올 겁니다. 그럴 땐 누군가를 원망해도, 큰일 났구나 싶어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정말 우울해져 버린 나머지, 나만 왜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끝나고 나면 인생이라 할 수 없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다쳐도 나아가‘지는’ 것이 인생이니까. 부딪히고, 다치고, 부서진다는 것은, 잘못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증인 셈이에요. 오히려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간다면 더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인생이란 그런 겁니다. 부딪히기 싫어 발버둥 쳐도 굴러 가도,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놓아도 굴러가 앞으로 나아가 지는 것. 힘이 남아있으면 그래도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발버둥 쳐보기도 하고, 힘이 없으면 두 손 놓고 굴러가는 대로 살면 그만인 겁니다.
- 도서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할게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