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떠나보내줄게요
무어라 말을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마주치기만 하면 웃느라 바쁜 우리였는데, 말 한마디 적기도 망설여지는 것을 보면 우리가 이제는 정말 남과 같은 사이가 되었나 봐요. 하긴, 떨어져 있던 물리적 거리를 시간이 채우고 있으니 시간이 흐르며 점점 이렇게 멀어지는게 맞는거죠.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참 스스로가 못나보였기 때문이에요. 당신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힘으로 어떻게든 잘 살아야 하는데 자꾸만 힘들 때마다 당신이 떠올라요. 가만 보면 내가 밀어낸 관계였는데. 그렇게 상처를 줘 놓고 기어코 이렇게 글까지 남기는 내 스스로가 웃기기도 해요. 그치만 허공에라도, 당신이 듣지 못할 말이라도 한번 남겨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적어요.
당신과 만나던 그 당시의 나라는 사람은 어렸어요. 마냥 어른인 것처럼 자신만만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절대 그렇지 못했죠. 고작 몇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뒤돌아 본 '나'는 그랬어요. 그 자신만만함이 어쩌면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인 지금, 지금 와서도 당신을 붙잡지 못하는 건 난 당신과 만나면 또다시 그 어린 나로 돌아갈 걸 너무나 잘 알아서에요. 힘들 때마다 당신이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 당신에게 위로받고 싶어서겠죠. 또 응석을 부릴 거예요. 진짜 사랑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사이에 주고 받는 감정임을 잘 아는데, 저는 의지만 하려고 하겠죠.
그래도 서로의 소식을 대충이라도 알 수 있는 지금,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얼핏 알 수 있었어요. 더이상 연락을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충동이 손가락을 가만히 두지를 않네요. 작년에 인상 깊게 봤던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김다미가 했던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나만 사랑하는 너를 보고 싶었나봐."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나더라구요. 저도 마찬가지였나봐요. 당신이 워낙 따뜻한 존재였어서, 그래서 그 모습을 나만 보고 싶었나봐요.
참 웃기죠. 내가 부족한 점을 아는데도 그걸 고치지 못해서 당신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러면서 당신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이. 당신을 만나며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를 잘 알았어요. 이렇게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 고마워요.
이제 당신을 끊어낼게요.
나 때문에 많이 아팠다는 걸 아니까, 더이상은 다가가지 않을 거예요. 미안해요. 그리고 행복해요. 언젠가 헤어질 때 당신이 했던 말처럼 언제 어디서나, 먼 발치에서 그저 당신을 응원할게요. 진심으로 사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