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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무라카미

모노그램과 카이카이키키

by 손큐

2025년을 지독한 감기몸살로 열었다. 집에 있어야 하는데, 오랜만의 무라카미와 루이비통의 새로운 콜라보에 호기심이 생겨 무리를 하고 말았다.


명품에 관심 갖기 힘든 보릿고개랑 전쟁을 겪으신 훌륭한 대한민국 흙수저지만 그래서 더 멋진 아버지 딸이라 에코백마니아인데 유일하게 루이비통과 무라카미의 결합은 서민예술가의 승전보를 알리는 메시지 같아 기분 좋게 줄을 섰다


도산공원점에 새로 리뉴얼한 루이비통과 무라카미는 대기열이 한 시간 정도였고, 실망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나는 특히 이렇게 분명한 예술노선을 좋아한다. 깔끔하고 상쾌해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영감을 받아 올 수 있는 감각적인 전시회! 그것을 발판 삼아서 다음기회에 뭔가를 도모할 수도.



2006년도 무라카미타카시의 책 "예술기업론"을 번역해서, 편집하고, 잡지사에 특집 기고한 적 있었다. 소속 에디터로 연구했고, 같이 협업하기 위해 카이카이키키의 매니저와 특집커버 관련 소통을 하면서, 무라카미의 예술철학을 파헤쳐 본 적 있다.



우선 한국어의 ㅋㄷㅋㄷ과 느낌이 비슷한 카이카이키키는 일본어로 '괴상함(怪)'을 뜻하는 카이와 '기이함(奇)'을 뜻하는 키키를 합친 말로, 무라카미 다카시의 회사명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꽃 그림 등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방석, 베개, 가방, 티셔츠 등의 제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평면 우키오에를 활용해서 슈퍼플랫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일본 전통 예술과 현대 대중문화가 융합된 것이 특징입니다. 소비자 문화, 애니메이션, 만화의 요소를 작품에 통합하여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의 경계에 도전하는 예술적 스타일을 "Superflat"! 나라요시토모의 "마이크로팝"이 마이너리그의 예술세계를 위로하듯이 당당하게 만들어준 신조어였다면, 전통을 힙하게 표현한 신조어 메이커 인 듯도 하다.



나는 그래서 20년 전 무라카미와 나라요시토모는 오래된 지인처럼 친근하다. 명품은 큰 관심은 없었으나 생기면 고마운 것! 1 나이 드니까 이제는 에코백이 가끔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어 최근 도산공원 20주년 협업했다는 스토어에 가보니 몇백만 원 가방이 탐이 나기도 했지만 덥석 지를 수는 없어서, 컵이나 마카롱 정도로 기분전환해 보니 금박 모노그램이 동동 떠있는 홍차에 잠시 행복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게 여자라서 그런 건지... 2008년 북경에 있을 때 함께 일한 반가움에 무라카미 아저씨와 반갑게 대화 나눈 추억도 있어서 더욱, 친근감이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날이 추웠고 감기는 2주째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반짝반짝 거리는 예술과 기업의 콜라보 현장을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라카미의 예술기업론의 키워드는 이거다. 배고픈 예술가가 싫다! 이거! 일본은 예로부터 돈을 밝히지 않는 예술을 고상하게 생각했으나 굶어 죽으면 다 의미 없고, 편의점 상한 오니기리를 먹다 굴욕감과 무너진 자존감을 찾으러 뉴욕으로 가서 승부사를 보았던 무라카미였던 것이다 어쨌든 성공 해서, 다행스럽고 멋진 예술가의 기업론 스토리였던 것이다.



20년 전 모리미술관에서 보았던 그의 첫 개인전도 동심 어린 큐레이터에겐 흥미진진한 놀이터였고 쉽고 간결한데 매우 대중적인 그의 콘셉트가 많이 공감되었다. 그래서 더욱, 어떤 예술도 너무 심하게 고상하거나 그로테스크해지면 나는 좀 꺼려진다.


의식주가 해결해 주지 못한 감동을 음악은 선사하기 때문에 포근하고 감동적인 예술의 메시지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거나, 생글생글하고 생기 넘치고 기운생동하는 그런 메시지들을 뿜어내어, 반짝이게 해 주고 있다. 그래도 이런 스토어를 방문하게 되면 아무래도 밥 먹고 차 마시고 아트상품 사게 되고 모이고 하다 보면 약간의 지름신이 생기기도 하고, 적당히 해가야 할 필요는 있었다. 한겨울의 감기몸살 말기에.... 건강한 리듬이 많이 간절한~~ 뜨거운 여름을 기다려보는 겨울에. -도산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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