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
이것은, 그야말로, 수필이다.
사실은 피곤하지만, 이거라도 해야겠다.
그래서 글 쓰는 일, 수필 쓰는 일,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일이 마지막 최종 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가장 잘하는 일, 문화의 대사가 되는 것들.
지난 9월의 업무들에게 감사하며 함께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바쁜 와중에 갔었으나,
내가 가고 싶어서 갔던 전시와 풍경, 그날의 감상, 그날의 기억들을 담은
포항은.. 뭐랄까, 내가 해온 것들과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여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지향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는 게 맞겠지 아직은 재미없어지진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을 잘 포장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많이 깨닫는다.
일부러 나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저절로 뭔가 생성될지도....
<전시 리뷰>
포항 동빈문화창고 1969에서 열리고 있는 〈숨 쉬는 기계〉 전시는 철강 도시라는 포항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기계와 인간, 그리고 기술과 예술이 어떻게 새로운 호흡을 만들어내는가를 묻는다. 전시를 총괄한 김진우 작가는 “산업 기계 속에도 생명 같은 숨결이 흐를 수 있다”는 시선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실제 공장용 기계를 전시장 안으로 옮겨온 그의 작업은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꽃잎처럼 흩날리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차갑고 무거운 산업 장치가 마치 유기체처럼 호흡하는 모습은 산업과 자연,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든다.
노진아 작가의 작업은 관람객과 직접 호흡을 맞춘다. 〈히페리온의 속도〉라 불리는 대형 두상은 인공지능 로봇과 결합해 있다. 관람객이 다가서면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고, 말을 건네면 대답을 내놓는다.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가 교감하는 새로운 방식, 그리고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관계를 만들어내는 존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교명 작가는 인공지능 페인팅 로봇을 활용해 포항 칠포리 암각화의 형상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기계가 과거의 흔적을 학습하고, 다시금 인간의 기억과 맞닿는 이미지를 그려내는 과정은 ‘기억하는 기계’라는 개념을 시각화한다. 인간의 추억과 기술적 재현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공명은 곧 이 전시가 던지는 핵심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안효찬의 작업은 도시와 건축, 그리고 그 속의 불완전함을 드러낸다. 그는 시멘트와 철근, 타워크레인 구조물 사이에 과장된 돼지 모형을 배치해 디스토피아적 풍경을 구축한다. 인간이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구조물 속에서 자연이 희생되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모순과 균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빛을 다루는 한호의 설치 작업은 관람자의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Eternal Light-Eclipse〉는 모터와 센서를 통해 원형 오브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빛과 어둠, 생성과 소멸’이라는 양가적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정국택은 현대인의 감정을 푸른 하늘 속에 녹여냈다. 그의 작업은 꿈과 현실, 슬픔과 작은 행복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인간의 내면을 비춘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적 삶 속에서도 남아 있는 여백과 모순을 포착해 관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탈의 작품은 백열전구 100여 개와 얇은 종이를 활용한 설치 작업이다. 빛과 열에 의해 종이가 하나씩 떨어지는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우연성과 생명력을 동시에 드러낸다. 단순한 소재의 조합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아름다움은 ‘기계도 숨을 쉰다’는 이번 전시의 메시지를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한다.
〈숨 쉬는 기계〉 전시는 단순한 기계적 장치의 나열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이 서로의 호흡을 나누며 만들어가는 동시대적 풍경을 담아낸다. 차갑고 무거운 기계조차도 예술적 시선과 만나면 따뜻한 호흡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이번 전시가 전하는 가장 큰 울림이다.
전시의 작가 목록으로, #김정기, #김진우, #김태중, #노진아, #박성규, #서성봉, #신교명, #안진의, #안효찬, #오지헌, #이탈, #정국택, #최문석, #최철, #하사 안, #한승구
. 이 전시는 인간과 기계, 감성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