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장재현, 2024)
영화의 첫 장면은 LA로 향한 일본 국적기 안에서 무당 화림(김고은)이 일본인 승무원에게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화림과 그녀의 제자 봉길(이도형)이 미국으로 향한 이유는 대물림되던 정체불명의 병의 이유를 알아봐 달라는 한 거부의 의뢰때문이다. 조상의 묫자리가 원인이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한 화림은 서울로 돌아와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함께 이장을 준비한다. 한데 묫자리가 악지 중의 악지임을 파악한 상덕이 일을 거절하려 하자, 거액의 보수를 포기할 수 없었던 화림은 대살굿과 이장을 하면 괜찮을 거라며 그를 설득한다. 그렇게 불길한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파묘와 화림의 화려한 대살굿이 동시에 시작된다.
2024년 2월 22일에 개봉한 <파묘>는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다. <검은 사제들>의 구마의식과 <사바하>의 사이비 종교를 가로질러 도착한 <파묘>는 풍수와 무속을 전면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그의 덕목은 대중이 오컬트라는 장르를 확실히 인지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업이 장르적 핵심을 통과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 풍수와 무속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며, 영화에서 인과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봉합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파묘>는 그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달리 말해, 이 영화의 한계는 소재주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쇼트는 단단한 인과관계 대신 풍수와 무속을 이어 주기 위한 퍼즐조각처럼 흩뿌려져 있다. 이러한 영화 전체의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첫 장면이다. 이 장면은 독단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후반부의 '대사'를 전달하기 위한 알리바이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확장되는 이야기 구조를 시도하고 있으나, 시도에 그칠 뿐이다. 때문에 중반 이후의 영화적 선택은 급격한 전환처럼 보인다. 소재의 장르적 사용이라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내러티브의 헐거움이라는 단점이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2024년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올해의 포럼"섹션 초정작이며 배우 이도현의 스크린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