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d Jun 23. 2020

어른이 돼서 알게 된 것들

♪Hakubi - 어른이 돼서 알게 된 것들

어른이 돼서 알게 된 것들
좋아하는 걸 당연히 좋아한다 말할 수 없게 된 것
싫어하는 사람에게 아양 떨지 않음 안 되는 것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지 않음 안 되는 것


♪Hakubi - 大人になって気づいたこと


사실 고하자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한다. 직전에 적었던 이야기들 몇 개만 돌아보아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가득한 사람이 이야기하기엔 신빙성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분명히 나는 이 일을 어려서부터 좋아했고, 아마도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일찍 이 일을 생업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이텔이나 나우누리라는, 요즘 디지털 시대에는 어색한 이름 안에서 서로 소통하던 시대 즈음 어렴풋이 생각했었으니까. 대학생 시절 자소서에도 이 이야기를 썼던 것 같다.


그렇지만, 좀처럼 이 일이 좋다고 말하기가 참 무엇하다. 결국 일상의 대부분은 일과 연관이 되어있고 일로 인하여 일상이 꼬여있으니, 어디 가서 이 일을 좋아한다고 하면 다들 비웃을 테다. 이제 와서 이 일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냐며. 그럼 좀 너의 마음부터 고쳐먹으라고 하지 않을까. 그런 비웃음 섞인 답이 올까 하여 티 내지 않고 그냥 덤덤히 일한다. 오늘도 두어 번 정도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차피 내가 하게 될 일이니까 해요."와 비슷한 답을 했던 것 같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그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곳에 사는 기분이다.






사실 고하자면,

나도 함께, 같이 가 어울리는 삶을 살고 싶다. 태어나면서부터 남에게 미움받고 버림받는 것이 정해진 사람은 없겠지만, 평탄한 가정생활과는 달리 일상 속에서의 나는 보통 미움받고 버림받는 쪽에 속해있다. 그렇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 입버릇이 되었다. 아마도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어린 시절 이런 말버릇을 익혔을 테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 중 괴롭힘에는 의외의 법칙이 있는데, 보통 어중간하게 약한 녀석이 그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오히려 빠르게 납작 엎드리면 시시한 듯 돌아선다. 꽤 여러 번  그런 먹잇감을 찾는 시선에서 도망가본 적이 있어 안다. 이 나이가 들어서도 종종 써먹던 방법이다.   


그렇지만, 좀처럼 누구와 함께하고프다 말하기가 무엇하다. 막상 내가 함께하고픈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는데, 또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저 한없이 나를 낮추고 어떻게든 틈바구니에라도 끼어 있는 것 밖에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던가 혹은 살을 빼거나 뭐를 해야 한다와 같은 조건절을 붙인다. 그러니까 지금의 너는 우리와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와 동의어다. 그래서 기대를 자연스레 끄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오늘도 "어휴 제가 다 부족해서 그렇죠 뭐.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답을 했다. 사실 나도 열심히 했는데. 언젠가 나도 당신과 함께 있으려고 애썼는데. 그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곳에 사는 기분이다.





 

사실 고하자면,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수도 없이 고민한다. 답이 나왔다면 아마 작년이나, 혹은 불과 지난달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어야 할 테다.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이 답은 아닌 것은 안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딱히 지금의 삶이 답이라고 느꼈던 때는 없던 것 같더라. 처음으로 이번 연도는 글렀다고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이 일곱 살이니까, 꼬박 삼십 년 간 나도 모를 답과는 담을 쌓고 산 셈이다. 그렇게 살면 보통 이런 성격의 사람이 탄생하는 걸까?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좀처럼 그런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나도 나를 잘 모르면서 타인에 대해 이해한다는 척, 당신의 고민을 아는 척을 하는 척척박사가 되어간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왜 지금껏, 너는 왜 그 자리에서 지금껏 몰랐냐는 비난을 받는다. 그렇지 못해서 실망하거나, 떠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억지로나마 안다고 답해왔다. 오늘도 "당신이 힘든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알고 있답니다."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아마 위로하는 척 정도는 되었을까. 그랬으면 한다. 악의는 없다. 그저 그렇게 이야기해야 누군가 또 실망하고 떠나지 않을 곳에 사는 기분이다.



그 누구도 만족지 못한 채 오늘을 보낸다는 것
아무리 노력해도 관용적으로 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것




사실 고하자면,

투덜거리지만 하루하루는 별 것 아니다. 평소 하던 대로 마음을 숨기고, 적당히 똑 떨어지지 않을 거리감으로, 남들의 분위기를 읽고 적당한 답을 내면서 사는 것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렇게 살 것이라고, 그중에서 내가 조오금 부족한 거겠지라며. 그뿐이니까, 당연하게도 나에게도 내일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보통 이런 시간이 모이면 1년이 되었고 좀 더 모으다 보면 인생이라 부를 것이 완성될 테다.  


그래도 나름은 연초에 숫자를 하나씩 쌓아 올리며 행복을 찾았더랬다. 세는 것이 의미 없어 멈췄지만 지금까지 세어보았더라면서 아마 불행과 행복의 차이는 이틀 정도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불행에 좀 더 가깝게 기울었겠지. 그 차이 덕분에 불행하다 느낀다고 생각하면 별 것 아닌듯한 마음으로 또 내일을 맞이한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말했다. 어떤 노력이든 보통 확률은 49대 51. 조금 부족하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그런 세상에 사는 기분이다.






어른이란 그런 것이구나.라고 혼자서 몇 번 치었던 마음을 노랫말에 맞추어 혼자 흥얼거려보았다. 이렇듯 남이 지은 노래 가사로도 대충 설명 가능한 삶이란, 꽤 시시하니까. 조금은 시간이 빠르게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될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하던데, 아마 그것은 어른들의 소망이 담겨 만들어진 허구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직 내가 어른이 덜 되었거나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눈칫밥도 줘야 먹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