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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다솜 May 27. 2020

누구에게나 권리가 있다.

커피숍을 찾은 사람들 episode 1


카페는 쉬는 날이 없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경우 더더욱.

카페는 모두에게 365일 내내 열려있다. 그러나 매일 열려있는 카페에 오기 주춤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카페는 그들에게 불편함을 제공하고 있다.


커피숍을 찾은 사람들 episode 1.   
누구에게나 권리가 있다.




1-1. 보이지 않는 손님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면, '어서 오세요. ooo커피숍입니다.' 힘차게 인사했다.

그런데 손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었나 보네'라는 생각으로 등을 돌려 마저 남은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테이블을 닦으러 홀에 나갔다. 포스기 앞에 한 아이가 서있었다. 나는 놀라서 황급히 인사를 하며 아이의 시선에 맞춰 다리를 구부리고 물었다. '뭐 필요해요?'

아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커피 하나 주세요...' 작은 목소리에도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나의 실수를 깨닫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주문을 받았다. 아이가 실수하지 않고 들고 갈 수 있도록 잔돈을 주머니 속에 넣어주고, 캐리어에 음료를 담아 건넸다. 문을 열어주고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정확하지 않지만 아이는 7살 정도 되어 보였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하여 또는 심부름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왔을 텐데 높은 포스기와 벽으로 인해 주방에서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혹여나 아이가 이번 일로 인해 심부름에 대해 겁을 먹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어렸을 적 소심했던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들에게 커피숍의 문은 높아 보인다. 그렇기에 카페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어린 손님이 언제나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1-2. 사소한 벽

우리 매장의 규모가 크지 않음에 감사한 몇 가지 일이 있다. 유모차를 끌고 오는 손님, 휠체어를 타고 계신 손님, 목발을 짚으시는 손님들이 카페에 들어설 때면, 재빨리 문을 열어드린다. 그럴 때마다 난 주방과 매장 문이 가까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큰 규모의 카페였다면 나는 그들이 조심히 들어오시길 마음속으로 바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내가 문을 열어드리고 인사를 건네면 감사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대답을 듣기에 난 이러한 손님들에게 반복적인 친절을 베푼다.

요즘은 많은 카페들의 입구에 턱이 없다. 유모차, 휠체어 등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발판이 마련되어 있다.

한 번은 길을 걷다 휠체어를 탄 어떤 분이 카페에 들어가려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나 카페 입구에는 작은 턱이 있었다. 몇 번을 낑낑대던 분은 카페 문을 똑똑 두드렸고, 점원이 나와 휠체어를 밀어주었다. 친절한 점원이 해결했지만, 몇 번의 낑낑거림을 할 필요가 없도록 발판이 마련되어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한 발자국의 사소함이지만, 그들에겐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1-3. 느린 서비스

'카페'라는 단어를 '어렵다'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어르신들이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다. 요새는 남녀노소 카페를 쉽게 찾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찾는 분들도 계시지만 몇몇 어르신들은 아직도 카페는 어렵고, 커피는 복잡하다.

어르신이 카페에 오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몇 가지 있다. 맥심 커피나 생강차 종류를 찾으신다. 혹은 잘 모른다며 추천해달라고 말씀하신다. 처음에는 어르신 손님을 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취향을 전혀 모르는데 음료를 덜컥 추천해드릴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커피를 드시고 싶은지, 차 종류를 드시고 싶은지 묻는다. 커피 종류라면 달달한 커피를 선호하시는지 여쭤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제는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몇 가지 종류의 음료를 알게 되어 보통 이것들을 추천해드리곤 한다.

사실 어르신들은 음료를 선택하는 자체의 어려움보다도 '빠르고 복잡한 결제 방식'에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 어려운 종류가 수두룩한데, 점원은 쳐다보고 있고 뒤에서 다른 손님들은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뭐라 하진 않지만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곤 '아무 커피나 주쇼.'라는 말을 하신다.

또한 최근에 꽤 많은 커피숍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어르신들에겐 낯설고 어려운 기계이다. 커피숍에서 어르신 손님들을 잡기 위해선 그분들이 먼저 도움을 청하기 전에, 불편사항을 캐치해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경우 '신속함'이 생명이기도 하다. 특히 take out 전문점 경우 빠르게 주문을 받고 즉각적으로 음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오셨을 땐, 그들이 편하게 음료를 고르고 주문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느린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카페를 찾는 모든 손님에게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어떤 누구도 차별감과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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