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서 걱정 말고, 사서 생각 - 나리
|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걱정'
사전적 의미로는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움.]이라고 한다.
보통 우리는 '걱정'을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 미리 '애타며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걱정은 생각의 일부분이다.
생각을 극단적으로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 두 가지로 나눈다면, 걱정은 나쁜 생각으로 갈 것 같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행위는 좋은 것이 아닌가?
사전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기대되어 부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이라는 단어 대신 생각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애타는 마음이 사그라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 우리 사서 걱정 대신, 사서 생각을 해보자.
우리는 대게 사서 생각을 하러 카페를 찾는다.
취향의 카페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혼자서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쓰거나 노트북을 하는 등 개인의 업무를 집중하고 있을 때의 그 차분함이 좋다.
사장님의 사부작사부작 얼음 푸는 소리, 설거지하는 소리,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BGM이 되어 공간이 완성된다.
사서 생각을 하러 찾은 제주에서의 카페가 그랬다.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올라가면, 딱 3팀만 받을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 펼쳐진다.
창가 좌석 하나, 사장님의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소파 자리 하나, 이 중 가장 큰 테이블이 있는 자리 하나.
창가 좌석에 앉은 여성은 필름 카메라로 바깥 풍경을 찍으며, 다이어리를 쓰고 있었다.
큰 테이블에 앉은 여성은 아이패드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하나 남은 소파 자리에 앉아 사장님의 커피 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구경했다.
남자 친구인지, 남동생인지 사장님 옆에 남성 분은 조심스럽게 사장님의 보조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둘은 어째서 제주에서 이런 작은 카페를 열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원래 고향이 제주였거나, 제주살이에 로망을 품고 내려와 작은 카페를 열었거나 둘 중 하나 일라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중, 시킨 음료가 나왔다.
음료를 건네는 사장님을 보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 혼자 민망해져 그 생각을 그만 떨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 이끌려 고른 책, [사서 걱정 말고, 사서 생각.]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지만,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업무 생각, 미래에 대한 걱정, 돈 생각 등이 아닌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을 했다.
고요한 공간 덕분일까 책은 순식간에 읽혔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또 한참 동안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중 가장 와닿는 글.
전날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저녁시간에 같이 책을 읽고 문장을 나누고, 고민을 공유하고 다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그곳에서 한 분의 고민으로 비롯하여, 대화를 시작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 위해, 나를 알아가기 위해, 단단해지기 위해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스쿠터를 타고, 어떤 사람은 홀로 여행을 떠나고, 어떤 사람은 글을 썼다.
행위는 각자 다르지만 그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 임은 동일했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걱정 대신 여러 생각들이 뭉쳐졌다.
나에게 쉼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저자의 서정적인 문장에 내 감정을 포개어 생각해보는 것.
배움과 깨달음, 느낀 점을 골고루 버무리는 행위가 나에겐 곧 쉼이자 성장이다.
앞으로, 사서 생각을 하러 홀로 카페에 가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