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다솜 Mar 19. 2024

어느 날 대표님이 바뀌었다.

대표님도 바뀌었는데, 나는 ‘여전히’ 남아있다.


나의 첫 직장은, 현 직장이다.

한 곳에서 여전히 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회사는 한 곳인데, 두 분의 대표님을 경험했다.


어느 날 대표님이 바뀌었다.

내가 입사한 후부터 승승장구를 하던 회사는, 업계에서 최고점이다는 말이 나올 무렵 매각을 결정했다.

회사의 일원이지만, 일개 사원이었던 당시의 나에게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하루아침에 대표님이 바뀌신 거다.

‘달라질 건 없을 거야.‘ , ’오히려 좋은 기회야.‘라는 말이 나오는 한 편, 반대의 의견에선 ‘물갈이가 시작되겠군.’ , ‘성과제가 생기며 빡빡해질 거야.’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입사 1년 차로 이제 겨우 회사의 분위기와 업무에 적응할 무렵이었기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대표님도 바뀌시는데 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게 맞아?’ 하는 스스로의 의문점이 있었다.


새로 오신 대표님이 처음 인사하던 날, 이 회사에서는 선배인 여러분들께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사회생활이라곤 고작 1년 차인 나에게 회사의 대표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는 게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회사가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 시기였고, 성장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무리가 있어 보이는 기존의 경영방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때쯤이었기에 우려보단 기대를 해보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대표님이 바뀌시자마자 업무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냄새가 나는’ 경영지도를 추구하셨던 전 대표님과 달리, 새 대표님의 경영방침으로 기존에 부족했던 ‘체계와 효율’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없던 업무 프로세스, 보고 체계, 근무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업무 스타일보다 더 크게 느껴진 변화는 경영철학이었다.

기존 대표님께서는 ’유대관계‘에 집중했다면, 새 대표님께서는 ’성과‘에 집중했다.


재밌는 건, 경영철학이 달라지니 내부 사람들의 스타일도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존 대표님이 계셨을 때부터 있으셨던 선임분들, 나와 내 동기들, 바로 아래 후임분들의 느낌과

새로운 대표님이 들어오시고 공채로 뽑힌 신입사원들의 느낌에 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 묘한 차이는,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고객을 ‘대하는 방식’과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직원들은 ‘유대관계‘에 집중되어 있어 융통성이 내제되어었었고,

신규 직원들은 ’성과‘에 집중되어 융통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그로 인해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성의 업무 밀도는 높아졌다.


이쯤 되니 ‘대표님도 바뀌셨는데 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게 맞아?’라는 의문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여전히’라는 단어에 집중해봐야 할 것이다.

나는 과연 현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되는 직원이 맞을까?

반대로 회사는 내가 기대하는 방향성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남아있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물음표를 품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