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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다솜 May 12. 2020

좋아하는 커피를 찾는 방법, 커핑

퍼블릭 커핑을 체험하다.



바리스타 공부를 하면서 커핑(Cupping)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커핑이란,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고 커피 맛의 객관성을 찾기 위한 본질적인 맛 테스트이다. 커피를 만드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며, 커핑을 통해 로스팅 기준을 정하여 일정한 커피 맛으로 제공할 수 있다. 요리로 치면 음식을 하기 전, 원재료를 일일이 맛보는 것이다. 원재료가 가진 장점을 살려 하나의 요리로 만들듯이, 커핑 과정을 통해 원두가 지닌 고유의 풍미를 읽어냄으로써 원두의 등급을 매기고 적정 가격을 책정한다. 커피에는 무려 1,200가지 이상의 화학분자가 있고, 전문 커퍼들은 (커퍼: 커피 테이스터) 커피 한잔에서 수십 가지의 맛을 찾아낼 수 있다. 커퍼들은 수많은 커핑 연습을 통해 전문가가 된다. 매일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시며 커피가 지닌 고유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커피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커피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커핑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퍼블릭 커핑'이다. 주로 규모가 큰 카페에서 주최를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개인 로스터리 카페들이 자체적인 커핑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퍼블릭 커핑은 대중들에게 커핑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의 원두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브랜드가 커피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이벤트이기도 하다.


나는 이디야 커피랩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퍼블릭 커핑을 체험해보고 왔다.

수업을 진행하기 전, 커핑 노트를 받았다. 커핑 노트에는 간단하게 커피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이 적혀있고, 커핑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될 용어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커핑은 향을 맡고, 맛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단어로 향과 맛을 표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커핑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맡아본 향인데..'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지만 커핑 노트의 용어 덕분에 생각나는 용어를 찾으며 비교적 쉽게 적어 내려 갈 수 있었다.



다양한 용어로 설명하는 커피의 향



이디야 커피랩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두를 활용하여 커핑 수업이 진행되었다. 다양한 맛의 원두를 맛볼 수 있었다. 원두마다 향과 맛, 바디감 등등을 체크하고 적는 시트가 있어서 원두의 특색을 잘 정리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가장 좋았던 원두를 구매하기도 했다. 시음을 통해 소비자에게 카페의 원두를 소개하는 것이 바로 퍼블릭 커핑의 목적일 수 있겠다.




크게 3가지로 커핑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분쇄한 커피의 향을 맡는 것이다. 코를 분쇄한 커피 컵에 가까이 대고 깊게 들이마신다. 초보자들이 가장 크게 맡을 수 있는 것은 고소한 향이냐 신 향이냐 정도이다. 노트에 나온 다양한 용어들을 보며 내가 느낀 커피의 향을 적어보았다. 오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나는 달달한 꽃향을 맡았지만, 상대방은 묵직한 초콜릿향을 맡을 수도 있다. 퍼블릭 커핑은 다양한 의견을 받아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고 파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된다.





두 번째 단계는 물을 부어 아로마를 점검한다. 이때 또다시 향을 맡으며 다양한 향들을 기록한다. 3~5분이 지나면 분쇄된 커피 원두가 물의 표면으로 떠오른다. 이때 스푼으로 표면을 살살 동그랗게 저어준다. 표면이 흐트러지면서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강한 향을 맡는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과정에서 나는 향의 미묘한 차이를 감별할 수 있지만, 초보인 나는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다음으로 거품을 걷어내는 스키밍 과정을 한다. 스키밍이란 위의 사진처럼, 스푼으로 위에 올라온 불순물을 걷어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마쳐야 커피를 맛볼 수가 있다.





세 번째 단계는 맛을 보는 것이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들이마시는데 이를 '슬러핑'이라고 한다. 커핑 수업을 들었을 때, 나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 분들은 커핑 경험을 이미 해보신 분들이었는데 전부다 슬러핑을 통해 마시는 걸 보고 놀랐었다. 실제로 슬러핑 소리를 들으면 아주 크고 거친 소리이기에 놀랄 수 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마시지?' 싶었는데, 커피를 순간적으로 흡입하여 맛과 향을 느끼는 작업이라고 했다. 재빠르게 들여보내는 과정에서 미세한 커피 입자가 입안에 골고루 퍼지게 되며 맛과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입안에 살짝 머금으며 바디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실제로 마시지 않고 뱉는 커피도 많았는데, 이는 많은 양의 커피를 실제로 마시면 위에 좋지 않기 때문에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 바디감만 느끼고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하나의 커피를 맡보고, 맛볼 때마다 바쁘게 기록했다. 다음 커피를 맡보고, 맛볼 때 이전의 커피를 잊기 때문이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커피 고유의 향과 맛을 느끼게 되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개인마다 느낀 각각의 원두의 향, 맛, 바디감 등 서로 다른 의견을 공유하며 배우는 것도 정말 재밌었다.



첫 커핑 경험은 쉽지 않았지만, 이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바리스타 학원을 다닐 때 핸드 드립을 해주시며 커핑을 했는데, 분쇄된 커피 향과 물에 추출된 커피 향의 차이를 감별할 수 있었다. 또한 원두를 고를 때 풍부한 용어로 향을 맡는 과정은 아주 흥미롭다. 크고 작은 카페에서 진행되는 퍼블릭 커핑 경험을 통해 커피의 세계에 빠져보길 권한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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