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혁 Jun 08. 2023

생각보다 잘하고 있는 중입니다

원티드 아티클 살롱 콘텐츠 에디터 편 참가 후기

슬프지만 INFJ의 특성상 친구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친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 단순한 이유만으로도 원티드의 아티클 살롱에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충분했다. 어쩌다 보니 에디터라는 직함을 달고 이 일을 시작한 지도 어엿한 2년 차지만, 그럼에도 항상 에디터라는 직업은 만족감보다는 불안감과 답답함이 앞서는 길이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을까라는 불안감과, 앞으로 이 길이 머나먼 미래에도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답답함. 어쩌면 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원티드의 아티클 살롱을 신청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살롱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말끔하게 해결됐냐고 묻는다면, (원티드 관계자 분들이 보시면 슬프겠지만) 답은 '아니요'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생각보다 '우리' 모두의 고민이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함은 저연차들에게만 속한 고민이 아닌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들이었다. 챗 GPT가 쏘아 올린 AI의 습격은 생각보다 우리 현실에 훨씬 더 가까이 직면한 일이었고,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생각보다 다들 비슷했다. 콘텐츠가 브랜드에 뚜렷하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정량적인 지표들 역시 생각보다 분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살롱을 마치고 나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껏 후련해졌다. 나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회사 내에서 알게 모르게 내가 시도했던 다양한 것들이 의외로 맞는 길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적어도 내가 흐르고 있는 방향이 비교적 '괜찮은' 방향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살롱을 통해 가장 기억나는 점은 바로, 에디터의 '질문하는 역량'이 그 여느 때보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점. 그런 점에서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인터뷰 콘텐츠들에도 새삼스럽게 애정이 솟아나기도 했다. 아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가장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글이라는 확실한 것들을 골라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수히 긴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아마 명확하게 정의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몇 천자가 넘는 인터뷰이의 인사이트가 깔끔하게 정렬되어 페이지로 업로드될 때, 다른 사람이 무심코 누르고 간 '좋아요' 하나에 가슴이 뛸 때. 하루에도 수천 건씩 올라오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가라앉지 않고 간신히 숨만 뻐끔뻐끔 쉬고 있는 내 글을 발견했을 때. 창작이라는 일, 글을 쓰는 일이 주는 그 미묘한 쾌감을 잊지 못해 아무리 키보드에서 손을 떼더라도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다.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이 의미 없어 보이는 행위들을 멈추지 않았으면.  


작가의 이전글 쁘걸과 호미들의 성공 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