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버텨내기만 하는게 답은 아니길
힙합 문화에서 자주 쓰이는 ‘Ghetto(게토)’라는 단어가 있다. 본래 ‘빈민가’를 의미하는 사전적 정의와는 달리, Ghetto는 자신의 초라한 출신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랩스타가 된 현실과 비교하며 자신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스웩’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런 Ghetto와 비슷한 의미로 자주 등장하는 ‘from bottom to the top’이라는 말도 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정상에 마침내 올라섰다는 의미로, Ghetto와 비슷하게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을 움켜쥔 자신들의 모습을 ‘플렉싱’하며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말이다.
이런 Ghetto가 담고 있는 정신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사로잡으며 떠오르는 신예 힙합그룹이 있다. 바로 Louie, Chin, CK 3명으로 이뤄진 ‘호미들’의 이야기다. ‘Ghetto kids’ 작년 5월에 발매된 호미들의 EP 제목이다. 강렬한 제목처럼 수록곡 모두 거친 환경에서 살아 나온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떳떳하게 드러내며 힙합으로 승화시킨 곡들이다.
가난한 집, 학교도 졸업 못한 낙제아, 복잡한 가정사와 불우한 가정환경은 적어도 그들에게 있어서 더 이상 숨겨야 하는 치부가 아닌 지금의 현실을 더 빛나게 만드는 비교군에 불과했다.
‘수퍼비의 랩 학원’이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당당하게 2위를 차지하며 소속사 이름처럼 말 그대로 ‘영 앤 리치’가 된 이들의 행보는 고무적이다. 2021년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상을 수상했으며 이들이 출현한 딩고 프리스타일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4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00만이라는 숫자는 아무리 유명한 래퍼들도 쉽게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적인 결과다.
비슷한 시기에 역주행 열풍으로 핫한 걸그룹도 있었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라는 노래다. 위문열차라는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 댓글 모음 영상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멜론 1위를 달성하는 등 그야말로 엄청난 ‘역전승’을 달성하고 있다.
어찌 보면 힙합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음악이라 할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 온 이들의 진심을 대중들이 드디어 알아줬는지 평균 연령 30대가 넘는, 걸그룹 치고는 조금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음악방송에서 6관왕을 달성하며 ‘제1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호미들’과 ‘브레이브걸스’의 성공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낸 승자들이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힘든 현실 속에서 ‘존버’를 부르짖으며 치열하게 버텨내기만 했던 2,30들에게 이들의 성공은 자신들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그만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한 한이 담겨있는 움직임이었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오늘도 싸워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바친다. 주먹 속의 라이터를 꽉 진채 자꾸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거울을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거울에 비친 온갖 명품으로 치장한 남자는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