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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힐데 Jan 28. 2024

신중년 미국유학 준비하며 나에게 고독한 시간을…

산.중.에.서

​산.중.에.서

어눅어눅 해질녘이면

뒷산에서 들리는 회괴한 소리

사람의 그것인지

동물의 괴성인지 분간할 수 없구나

산사의 생활을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압력이려니

산 중의 해는 왜 그리 짧은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초침은 무용지물이요

그저 산 그림자로 해 길이를 가늠할 뿐

자연의 시간에 귀의 하구나

어둠 내려 앉기 전 경계 두루 드나들어본다

드나는 문, 이중삼중으로 잠그는 것은

괴성이, 칠흑처럼 내려 앉는 어둠이

무서운 것이 아니요

세상의 무성한 사람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사람이 무섭구나 이 산중에서도

세인이라 괜찮다지만 그래도

법당 가까이 있는 암자라

남의 살 자제하자니 그간 자연이 가르쳐준

섭생 찾아 제 몸뚱아리 돌보구나

두 끼면 충분하오,

세상에서 그렇게 염불하던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

욕심껏 먹여 찌우고

또 빼겠다고 아우성이었던 그 어리석음

그저 헛웃음으로 털어낸다.

섣달동짓날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

나도 고양이도 대견하다.

유통기한 지난 라면 있어 때 되면 보시했다.

추위 지난 자리 햇살이 채우고

하루 첫 끼 차려 놓고

하늘 풍경 벗 삼아 수저 들었다.

하이야

고양이가 장난감을 물고 왔구나

보니 쥐를 잡아 기세등등이다

보자하니 그 쥐를 세 번 나누어 먹누나

라면보시가 무색하다.

나는 내 수저를 들여다 봤다

밥알 세알리며 밥알을 삼켰다.

같은 시간에

고양이는 밖에서, 나는 안에서

우리는 겸상을 했다

근 달포 동안 조용하던 천장에서

그 옛날 쥐 달음질하던 소리에 잠 설쳤다.

고양이 피한 피난처가 천장이라

그 존재 참 가상타

나나 너 쥐나, 또 고양이나 이 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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