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서
산.중.에.서
어눅어눅 해질녘이면
뒷산에서 들리는 회괴한 소리
사람의 그것인지
동물의 괴성인지 분간할 수 없구나
산사의 생활을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압력이려니
산 중의 해는 왜 그리 짧은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초침은 무용지물이요
그저 산 그림자로 해 길이를 가늠할 뿐
자연의 시간에 귀의 하구나
어둠 내려 앉기 전 경계 두루 드나들어본다
드나는 문, 이중삼중으로 잠그는 것은
괴성이, 칠흑처럼 내려 앉는 어둠이
무서운 것이 아니요
세상의 무성한 사람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사람이 무섭구나 이 산중에서도
세인이라 괜찮다지만 그래도
법당 가까이 있는 암자라
남의 살 자제하자니 그간 자연이 가르쳐준
섭생 찾아 제 몸뚱아리 돌보구나
두 끼면 충분하오,
세상에서 그렇게 염불하던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
욕심껏 먹여 찌우고
또 빼겠다고 아우성이었던 그 어리석음
그저 헛웃음으로 털어낸다.
섣달동짓날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
나도 고양이도 대견하다.
유통기한 지난 라면 있어 때 되면 보시했다.
추위 지난 자리 햇살이 채우고
하루 첫 끼 차려 놓고
하늘 풍경 벗 삼아 수저 들었다.
하이야
고양이가 장난감을 물고 왔구나
보니 쥐를 잡아 기세등등이다
보자하니 그 쥐를 세 번 나누어 먹누나
라면보시가 무색하다.
나는 내 수저를 들여다 봤다
밥알 세알리며 밥알을 삼켰다.
같은 시간에
고양이는 밖에서, 나는 안에서
우리는 겸상을 했다
근 달포 동안 조용하던 천장에서
그 옛날 쥐 달음질하던 소리에 잠 설쳤다.
고양이 피한 피난처가 천장이라
그 존재 참 가상타
나나 너 쥐나, 또 고양이나 이 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