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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놀다 주머니시 Mar 24. 2020

소식

notaboutyouandme

<소식>


소식을 들었습니다 긴 행렬 끝에 붙잡았던 건 누군가의 주름 밀실을 통과한 아픔이 서서히 찔리기 시작할 때 그곳엔 이미 아무도 없겠지요


책을 잠깐 읽었습니다 사거리 맞은편 빌라는 철거가 진행 중이라던데, 그곳에 아는 사람이 살고 있어요 연락을 한 지 꽤 됐지만 반가울 만한 사람이요 아니요 최근에 본 적은 없습니다 (가급적이면 이 사실은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어요)


이태원으로 간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동안 모아놓은 게 조금 있다고 말을 안 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는 그 정도 사이는 아닌 줄 알았는데 사람이란 게 너무 가까이 들이대면 무서워지는 법이거든요


그저 짚히는 걸 읽었을 뿐입니다 그런 걸 일일이 기억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돌멩이를 주워다가 선물을 하기도 했어요 여름이면 꽃이 핀다고도 했고, 올여름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고도 했던 것 같은데 아 참 화분도 같이 가져갔을까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에요. 어제도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던가요?)


 생각나는 건 한 줌의 모래, 누군가의 주름, 길고 긴 밀실을 통과했던 기억, 매미가 울고, 갈색 무늬 고양이가 서성이던 어느 건물 주차장에서 아이와 엄마가 손을 잡고 나오는 풍경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사다리차, 인부들이 모여 담배를 피웠던 골목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미 소용이 없는지도 모르죠 (그랬으면 좋겠군요)



#매주의글_6회차


#철거 #이태원
#notaboutyouandme
@notaboutyouan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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