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코스의 재발견
리마스터링이란 예전 오리지널 음악이나 영화를 새롭게 디지털로 복원하여 음질이나 화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뜻한다.
잡지사 편집장을 하던 때, 코스 소개 기사를 거의 매달 다뤘다. 사이클을 위한 온로드뿐 아니라 산악자전거를 위한 오프로드도 다뤘다. 어느 곳이든 경치가 좋거나 길 자체가 좋은 곳을 찾아다녔다.
최근까지는 산악자전거 코스를 소개했었는데 싱글길 보다는 전통적인 임도 위주였다.
이렇게 방향을 설정한 이유 중 하나는
첫째가 전기자전거를 이용하여 장거리 코스도 쉽게 취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몇 명이 모여 코스를 돌고 오는 것이 취재의 전부가 아니다. 코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리와 난이도를 미리 알아 본 후 라이더와 사진가를 같이 대동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코스라고 해도 촬영이 불가능하면 소용이 없다. 그중에 임도는 정보를 파악하기 쉽고 사진가와 대동할 수 있는 난이도가 대부분이다.
대신 거리가 길지만 전기자전거 덕분에 시간을 단축하고 체력적인 문제도 걱정을 덜 수 있다.
둘째는 산악자전거 코스의 한계다. 무슨 말인고 하니, 대부분의 산악코스가 정식으로 인증을 받은 것이 아닌 지역에서 임의로 만든 것이다. 대부분이 싱글길로 등산로와 겹치거나 산의 임자가 따로 있어서 여러 민원이 제기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 곳을 미디어에서 소개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관계당국이나 지자체에서 정식으로 인정한 산악자전거 코스가 우리나라에는 굉장히 적다. 임도는 다니는 사람이 적을 뿐더러 길도 넓어서 산악자전거를 이용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전기자전거가 기존 코스를 리마스터링 해주는 것이다
셋째는 코스의 재발견이다.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동네 주변의 산을 이용한다는 것은 앞으로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내려갈 때는 물론이고 올라갈 때도 속력과 토크가 높은 전기자전거는 등산객과의 마찰을 더욱 부추길 소지가 높다. 등산객이 잘 안 다니는 길을 이용하거나 더욱 조심히 산을 다니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등산객이 거의 다니지 않는 임도가 적당하다.
일반 산악자전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 산악자전거를 이용한다면 빠르고 쉽게 라이딩이 가능하다. 지루하고 어렵던 길이 평속과 토크가 높아진 전기자전거로 인하여 즐거워지는 것이다.
2019년 9월에 다녀온 연인산이 그렇다. 대회를 열지 않은지 꽤 되는 관계로 길이 험하고, 길이도 길어 발길이 뜸해진 곳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를 대동하고 나선 그곳은 제법 재미있고, 운치 있는 곳이었다.
만약 일반 산악자전거였다면 시간이 많이 들고 체력적인 부담도 컸을 것이다. 초반에 끌바 구간도 많은 편이라 재미도 반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기 산악자전거는 그 모든 것을 줄이거나 보완을 해주었다.
특히 연인산의 상징인 계곡에서 강한 토크로 물길을 헤치고 지나가는 맛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짜릿함이 있었다. 예전에 봤던 고전 명작들을 다시 리마스터링해 보는 기분이랄까? 전기자전거로 인해 한정적이던 산악 콘텐츠가 다시금 풍부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