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독립 후 내 한 몸 누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해 왔습니다. 14년 만에 돌아온 부모님의 전원주택은 너무나 안락하네요.
어릴 때에는 그토록 싫어하던 농사짓는 시골 생활도
지금은 평화롭고 너무나 좋습니다.
언제까지 집에서 지낼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맛있는 시골밥상을 기록합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제철 음식을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한다.그 계절에 수확해 가장 최상의 맛을 보여주는 농작물들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여름 제철음식 감자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고, 전원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귀한 제철 음식을 자주 먹는다. 올여름의 1등 음식은 감자가 차지했다. 원래 1등 음식은 꽈리고추였는데, 감자 수확을 한 번 하고 나니, 감자가 1등이 되었다.
전쟁 같았던 감자 캐는 날의 추억.
내 소중한 노동력이 담긴 감자, 너 정말 귀하구나.
감자를 사 먹지 않고 캐 먹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요하다.
요즘 시골도 호미로 감자 수확하는 집이 거의 없다는데, 우리 집이 그 ‘거의’였다. 아직도 호미로 감자 캐는 집. 기계로 캐기에는 기계 값도 안 나오는 가내수공업 농사.
분명히 감자를 캔 곳은 우리 집 앞마당에 있는 밭인데 결과물이 약 감자 500-600kg다. 그걸 가족 노동력으로 캤다 6시간 동안.
시골 사는 사람들이 왜 동트는 새벽부터 일하는지 궁금했는데, 낮에는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일을 못한다. 진짜 사람이 쓰러질 수 도 있다.
늦잠을 자서 7시 30분에 감자를 캐기 시작한 결과, 정말 열사병의 무서움을 몸소 느꼈다.
엉덩이 방석을 장착하고 밭두둑 하나를 전담해서 호미로 살살 땅을 퍼낸다. 감자가 어디 있는지 느낌적인 느낌으로 찾아야 한다. 급하다고 서둘러서 캐다 보면 귀한 감자가 찍혀서 상품 가치가 없어진다. (빨리 상하기 때문에 따로 모아서 집에서 먹는다)
밭고랑 하나를 차지하고 오리걸음으로 경주하듯이 동생들이랑 수다 떨면서 감자를 캤다.
"언니 이거 다 캐야 누울 수 있어", "우리는 콩쥐가 아니라서 도와주는 참새들이 없네", "우리가 안 하면 엄마 아빠가 이거 결국 다 한다", "감자 하나 덜 먹을 테니까 그만 캐고 싶다"
초반에만 말을 했지 해가 뜨거워지면서 우리는 모두 말을 잃어버렸다.
감자를 캘 때에는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오고 가격이 넓은 것 같아서 걱정했다. 그런데 일부러 아빠가 큰 감자를 키우기 위해서 간격을 넓게 잡고 농사를 지으셨다고 한다.
상품 가치가 더 높다고 하니 다행이고, 나중에 감자 줍기도 작은 감자보다 수월하니 감사하다. 감자 캐기보다 무서운 끝판왕은 이미 지친 몸을 이끌고 감자를 골라서 박스에 포장하는 일이다.
전쟁 같은 감자 캐기 작업이 끝나고 나니 부지런히 땅에서 캐낸 감자들은 뽀얗고 큼지막한 것이 보람찼고, 박스에 감자를 하나하나 담으며 받는 사람들이 받고 기분 좋길 바랬다.
시골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을 농산물을 보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가격은 얼마 안 되고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지만 씨를 뿌리고 심고 수확해서 포장하는 모든 순간에 마음이 담겨있다. 좋은 감자는 팔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우리는 비품 감자를 먹는다.
캐는 과정에서 찍혀서 금방 상하는 거, 모양이 안 예쁜 것들 다시 분류하고 잘 골라서 가을까지 두고두고 감자를 먹는다.
요즘 우리 집 밥상에는 감자 요리가 다채롭게 올라오고 있다.
찐 감자는 밥을 할 때 한 두 개 넣어서 매일 있고,
반찬으로는 알 감자조림, 감자채 볶음, 감자조림을 해 먹었다. 주말에는 날 잡고 감자를 삶아서 감자 샐러드를 한 가득 해 두고, 비 오는 장마에는 감자를 채 썰어서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된장찌개, 카레, 닭볶음탕, 감자가 들어가는 음식이 정말 많다.
갓 쪄진 감자의 포슬포슬함, 따뜻한 온기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감자의 맛
올여름은 귀한 감자의 마음을 먹는다.
덧/
하나 속상한 점은, 감자의 절반을 농협 경매에 올렸는데 값이 폭락해서 절반 값도 못 받았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농사짓는 노동력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서 슬프다.
우리 가족 모두 감자 캐던 날의 근육통이 가라앉을 무렵에 가격 이야기를 들어서 더 아쉬웠다. 흑흑 (내년에는 내가 좌판 열어서 다 팔아 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