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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Aug 27. 2023

그거, 믿어도 되는 건가요?

본 것조차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참 피곤한 시대

안드로이드 폰을 쓴다.


홈 화면에서 좌측으로 넘기면,

구글에서 제공하는 뉴스피드가 뜬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많이 보인다.

취향, 관심사를 파악당했다는 의미.

물론 일부는 아닌 것도 있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100% 내 취향이 파악되기까지는.


관심 있는 콘텐츠가 손안에 쥐어져 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그야말로 '취향 저격' 스토리텔링.


바로 그 지점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멈칫하게 됐던 건.

의문이, 의심이 치고 들어왔다.


과연 이 글은 '믿을 만한' 것인가?



피식 웃고 넘길 내용이라면,

단순히 재미를 위한 거라면,

괜찮다. 별 상관없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삶에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라면.

당연히, 의심해야 봐야 마땅하다.


'팩트 체크'가 필수인 시대다

누가 썼는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매체 홍수(Media Flood)의 시대.

글쓴이의 이름은 파급력을 갖기 어렵다.

인지도 높은 기자/에디터이거나,

박사/교수 등 학계 권위자라면 모를까.


그래서 보게 되는 부분이 바로

'매체명(Media Brand)'이다.

상품을 고를 때도 브랜드를 따지듯,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좀 덜하다.

간판이 내용의 신빙성까지 보장하는

만능 보증수표는 아니니까.

그래도 존재하는조차 몰랐던

신생 매체보다는

많은 시간 동안 이름을 알려온 매체가

좀 더 믿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믿을 만한 매체라도 안심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돈의 논리' 때문이다.

뉴스나 잡지를 유료로 봤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 무료다.

콘텐츠를 쓰는 이들, 발행하는 이들의

'돈을 버는 구조'가 달라졌다는 뜻.

(흔히 말하는 광고 수익이라든가.)


상품이든 서비스든,

돈을 주는 쪽의 목소리가 힘을 갖는다.

당연한 일이다.

즉, 돈을 내지 않는 독자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광고 수익은 조회수에 근거하니까,

결국 독자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해 볼 부분이다.

뉴스나 매거진 본문에 들어간 광고를

직접 클릭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살면서,

거의 5~6시간씩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러면서 광고를 클릭하는 건,

많아야 월에 2~3번 꼴.


이런 세세한 통계는 둘째 치고서라도,

어쨌거나 광고로 인한 수익도 결국은

독자가 아닌 광고주가 지불한다.

즉, 광고주의 의도에 반할 수 없다는 뜻.


.

.

.


다 아는 이야기다.

이런 뻔하고 지루한 현실 이야기.


하지만, 콘텐츠를 소비하는 순간에는

그 사실을 잊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글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내 생각과 똑같다며 흡족해하거나.

혹은 틀렸다며 혀를 차고 욕하거나.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봉사활동이 아닌 이상,

타인을 향한 모든 행위는

돈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냥 되는대로 끄적이는 글도,

별생각 없이 올리는 영상도,

'독립'을 외치는 매체/채널도,

당장은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결국은 '돈의 고리'에 걸쳐져 있다.


그 결과,

직접 읽은 것, 직접 보고 들은 것조차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세상.

그리 신경 쓰고 있지 않는 사이에,

그런 세상이 돼 버렸다.


달리 도리가 있나.

바짝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뉴스에서 그러더라."

"유O브에서 본 건데..."

"거기 네O버 리뷰가 어떻더라."


그대로 믿고 따르기에 앞서,

다른 이에게 전하기에 앞서,

의심부터 해보는 수밖에.


어디에서부터 나온 것인지,

정말 '팩트'가 맞는지,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지는 않았는지,

진실에 거짓이 섞여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수밖에.


이 내용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 내용은 누구에게
어떤 손해를 끼치게 될까?


흔히 말한다.

정보가 넘쳐흘러 다니는 시대라고.

노하우(Know-How)는 필요 없고,

노웨어(Know-Where)가 중요한 시대라고.

검색만 할 수 있으면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한편으로는 알아야 한다.

흘러넘치는 정보 속에는

누군가 뿌린 '의도'가 가득하다는 걸.

그 의도에 걸려 솟아오르는

'월척'이 되지 않기 위해,

'흑우'가 되지 않기 위해...


가뜩이나 피곤한 삶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고단한 시대이기도 하다는 것을.


언제나 그랬듯,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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