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로 Sep 06. 2023

'너' 때문? 아니, '나' 때문

의심, 결정, 책임... 불신이 팽배한 세상에서 되새겨야 할 것들

바로 직전에, 세상을 믿지 말라는 글을 썼다.

(링크 : 그거, 믿어도 되는 건가요?)

써놓고 몇 번이고 다시 봤다.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은

가능한 한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단순히 고쳐쓰기가 글을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게 한다는 주의이기도 하고.

아무튼, 몇 번 다시 읽보니 아차 싶었다.


사실, 하고 싶었던 말은 '믿지 말라'가 아니었다.

삶을 위해 참 많은 것이 필요한 복잡한 세상.

다른 사람을,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얼마나 힘겨울지 상상조차 어렵다.

안 그래도 불신이 질병처럼 퍼져가는 세상인데,

오히려 믿으라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생각 끝에 한 편을 더 써야겠다 싶었다.

믿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고 끝내는 대신,

'잘 믿는 방법'까지도 말해야겠다 싶었다.

결국 똑같은 메시지의 반복이 될지언정,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질 줄 아는 이웃이

하나라도 더 많아지기를 바라기에.


인간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완벽하지 않다.

판단 과정에서 놓치는 점이 있을 수도,

결과에 따라 후회나 미련이 남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 숙고(熟考)한다면

좀 더 완벽에 가까운 결정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보통 세상이란 놈은 참 성미가 급하다.

충분히 생각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타인의 조언에 기대 어떤 결정을 내리면,

놓친 점을 발견하거나 후회가 찾아올 때

그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기 쉽다.

원망은 믿음에 균열을 내고 다툼의 씨앗이 되며,

나아가 한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저 조언듣고 믿었을 뿐인데,

사람 하나가 영영 떠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너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참 쉽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
"네 말대로 했다가 꼴이 이게 뭐냐."


이런 식의 결말은 참 쉽다.

그리고 흔하다.

하지만... 그 뒤에 무엇이 남는가?

법리적으로 명확한 계약서라도 써 뒀다면

부분적으로나마 해결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그래도 '사람'은 놓칠 가능성이 높겠지만.


보통은 그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상에서 조언을 듣는 일은 무수히 많을뿐더러,

조언마다 일일이 계약서를 쓰지는 않으니까.

애매모호한 약속, 근거 없는 믿음이 대부분.

그래서 현실은 대개 (無)혹은 마이너스로 끝난다.


'실패한 결정'을 혼자 짊어지는 일은 힘들다.

남 탓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 탓을 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그게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일지.

그게 정말 덜 힘들어지는 것일지.

글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그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크든 작든 또는 일상의 별 것 아닌 일이든,

모든 결정은 그것을 내린 본인에게 귀속된다.

나는 조언만 했고 결정은 다른 사람이 했다?

그러니 나는 책임이 없다? 

무책임하고 비겁한 논리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결정하도록 한 것' 또한

분명한 '나의 결정'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결정할 필요가 없다.

즉, 올바른 조언을 줬는지에 대해서만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게 영향이 있는 일이라면?

결정을 직접 하는 게 최선일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마땅하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이 결정하도록 했다면,

그 또한 본인 스스로의 결정이다. 

(흔히 '기권'이라 부르곤 한다.)

즉,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


출처 : 네이버웹툰 <선천적 얼간이들>


살면서 무수히 많은 정보를 보거나 읽거나 듣는다.

그 정보를 토대로 어떤 말을 했다면,

혹은 어떤 행동을 했다면 모두 내 책임이다.

그렇기에 모든 정보는 의심의 대상이다.

기본적으로는 그게 맞다.


다만, 모든 걸 의심하며 살라는 건 너무 잔인하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안 그래도 피곤한 세상살이,

교과서 같은 이야기로 피로를 얹고 싶지는 않다.


필요한 것은 '분별력'다.

무엇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가?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가?

이 정보에 대한,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무엇인가?


의심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의심해봐야 한다.

실패할 수 있다.

부족할 수도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스스로 내리는 결정'을 익혀야 한다.

그에 대한 책임을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자유와 책임은 한 몸이기에.


네이버에서 어떤 웹툰을 보다가 스크랩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혹시 아시는 분 제보 좀 부탁드립니다.)


... 쓰 보니 너무 길어졌다.

(길게 말하기에 거부감이 드는 요즘이라 내심 불편.)

정보와 믿음이라는 주제를 말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는 탓이다.


의구심이 들었다.

뉴스든, 블로그든, 타인의 이야기든,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사람.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사람.

그렇게 말하는 정작 나라는 사람은

과연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적어놓은 이야기들은,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 내용인가?


이에 대한 생각들이 또 이어지지만,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려 한다.

쉽지 않은 질문을 곱씹으며,

좀 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기에.



매거진의 이전글 그거, 믿어도 되는 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