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를 통제해서 신체를 지배하다! 온도통제족
누군가가 당신에게 여름과 겨울 중 선호하는 계절을 묻는다면 당신의 답변은 무엇일까? 중간의 선택지가 없는 이 질문은 늘 고민스러운 질문이다. 날로 무더워지는 여름날엔 겨울을 떠올리고, 뼈가 아릴 정도의 추위에서는 여름을 떠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봄과 가을이라는 멋진 대안이 없으니, 매번 고민스러울 법도 하다. 더욱이 아쉬운 점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아열대 기후권으로 접어들어 봄/가을은 짧아지고, 무더위와 한파는 더욱 길어진다고 한다. 선선함을 사랑하는 이들은 더욱 낙담할 수 밖에 없겠지만, 반대로 두 팔을 벌려 환영할 이들이 있다. 바로 덥거나 추운 극단의 환경을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실내에서 즐기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온도를 트레이닝 도구로 활용하는 이른바 ‘온도통제족’이다.
온도통제족
외부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나타나는 신체의 생리적 변화효과를 믿는 사람들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온도 통제를 통해 신체 활동의 효율을 높이고자 함
몇 해 전부터 유행을 하기 시작해 지금은 동네 피트니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핫 요가’는 온도통제족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핫 요가’는 요가 발생지인 인도의 환경을 그대로 옮겨 실내온도 38℃의 전용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요가를 말한다. 창시자인 비크람 차우드리의 이름을 따서 ‘비크람 요가’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핫 요가’는 스튜디오의 높은 온도에서 비교적 땀을 많이 흘리게 하여 노폐물 배출을 활발하게 하고, 따뜻한 환경으로 인해 근육이 잘 이완되기 때문에 요가 특유의 동작을 근 손상 없이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높은 실내 온도 탓에 배출되는 땀은 우리의 칼로리를 태워주는 결과라고 믿기 쉽지만, 실제로 이는 칼로리 소모량과 신진대사 활동량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핫 요가 특성상 ‘체감효과’가 클 뿐이라고. (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 학술지)
그렇다면 실제로 칼로리 소모와 신진대사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은 어떠한 환경일까? 여기 그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특별한 GYM을 소개한다. 18년 5월에 뉴욕에 문을 연 BRRRN은 최근 뉴욕에서 가장 hot(?)한 피트니스 센터가 됐다. 피트니스에 새로운 지평을 연 BRRRN은 단 3개의 클래스만 운영한다. 요가, 슬라이드보드, 고강도 클래스가 바로 그것이다. 각 클래스는 7℃~15℃의 초겨울 온도 설정을 통해 45분씩 운영된다. 가격은 1회 34달러. 45분 운동치고는 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저녁에는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창업자 지미 마틴은 추운 곳에서 운동을 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연구를 시작한 뒤 BRRRN을 오픈했다. 그는 ‘더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은 두 가지 대화를 동시에 하는 것과 같아서 인체가 운동에 집중할 수 없다. 운동을 하는 것과 별개로 높은 기온에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낮은 기온에서 운동해야 오롯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미 마틴, 패스트 컴퍼니, 18.8.13) 과연 그의 말처럼 낮은 온도에서 운동을 하면 정말 신체에 나타나는 효과가 더 클까?
일반적으로 추위에 자주 노출되면 기초대사량이 증가하고 체지방이 감소한다. 날씨가 추우면 인체가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체가 몸 상태를 늘 동일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항상성’ 때문이다.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초대사량 또한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살을 찌우는 백색지방과 저장된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이 있는데 추운 환경에서는 이 갈색지방이 늘어나고 스스로 타게 된다. 그러니 어쩌면 지미 마틴의 이야기처럼 추운 곳에서 운동하는 것이 그 효과를 더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추위 노출이라는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 크라이오테라피는 최근 온도통제족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추운’을 뜻하는 그리스어 ‘크라이오’와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의 합성어로, 차가운 냉매를 이용한 치료법을 뜻한다. 이는 ‘체임버’라 불리는 사람 키 만한 높이의 통에 얼음/찬물 대신 액화 질소를 기화시킨 질소증기를 주입하고 속옷만 입은 상태로 2~3분간 들어갔다 나오는 방법인데, 이때 통 안의 온도는 무려 영하 130~140℃에 달한다. 주로 메이웨더, 호날두 등 유명 운동선수들의 통증 완화요법으로만 소개되다가 최근에 와서는 국내에도 소개되어 1회(2~3분)에 10만원이라는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온도통제족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2~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800칼로리 이상을 소모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 또한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온도통제족의 등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동일한 노력에 최대 효율을 따지는 현대인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거리에서 편의점만큼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PT샵을 보면 알 수 있다. PT를 받는 이들은 트레이너의 운동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1대1 지도 하에 운동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목적 또한 가지고 있다. 과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만의 전유물이었던 PT는 회당 10만원에 가까운 비용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까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투자한 시간대비 자기관리의 효율을 높이려는 이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온도를 활용해 트레이닝에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위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온도가 주는 효과를 믿고 임의로 설정된 환경에 이용하는 이들을 끼워 맞추는 형태의 서비스이다. 외부 온도에 민감한 체질이 있을 수 있다는 개별성을 간과한 것. 소위 한의학에서 일컫는 태양인, 태음인과 같이 체질이 다른 이들에게는 권장하는 음식도 각기 다르듯이 추천하는 트레이닝의 외부 환경도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개인별 트레이닝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제시해주고, 여기에 더해 적정한 운동강도와 운동시간까지 컨설팅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뿐만 아니라 해당 환경을 조성해주는 커스터마이징 된 GYM까지 등장한다면 천편일률적인 피트니스 센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떨리는 신체현상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현상을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트레이닝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큰 기회일 수 있다. 온도를 통제함으로써 영어공부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오직 신체를 활용한 트레이닝만이 이러한 비즈니스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기관리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시간 대비 ‘효율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퍼스널 트레이닝’은 고연봉자인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전유물이었고, ‘크라이오테라피’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만의 유니크한 신체회복 방법이었다. 보시라, 어느 순간 이러한 서비스들은 손 닿는 거리에까지 와있고, 더 이상 특별한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누리는데에 다소 비싼 비용이 수반되지만, 높은 트레이닝 효율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온도통제를 넘어 그 이상의 효율을 내는 매력적인 대안이 있다면 더 큰 지출도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