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의 curaTIon [구독경제] #3
어제도 본 에디터의 팀 내 회의 시간에는 넷플릭스가 좋은지, 티빙이 좋은지, 왓챠 플레이는 아쉽다, 유튜브가 역시 가성비 갑이다 라는 말들이 오갔다. 적극적으로 컨텐츠 구독 서비스를 옮겨다니며 탐구하는 사람도 있고 한 가지 서비스에 충성도가 높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제 주위에서 컨텐츠 구독 서비스를 쓰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컨텐츠 구독 서비스는 과연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기적으로 또는 비정기적으로 컨텐츠를 제공받는다면 컨텐츠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아티클에서는 반드시 비용을 지불하고 컨텐츠를 받아야만 컨텐츠 구독 서비스로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용자가 얼마나 명확한 의지를 갖고 컨텐츠를 제공받느냐를 기준으로 컨텐츠 구독 서비스를 다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브랜드의 뉴스레터를 구독한다면 컨텐츠 구독으로, DM이나 광고를 받는다면 컨텐츠 구독이 아닌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가 컨텐츠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1. 생태계의 일부로 제공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 apple news, apple tv, apple music, amazon music 등이 디바이스 및 플랫폼과 연결되어 각 생태계의 일부로 제공되기 때문에 사용량이 증가하는데 힘을 얻고 있다
2. 내 습관이나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 Evernote, Bear, Notion 등이 그렇다. 생산성을 올리고 협업을 하는 데 도움을 주어 점점 필수 구독 서비스가 되고 있다.
3. 컨텐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 Netflix, tving, spotify, Disney, Ridibooks, Youtube 등은 음악 / 영상 / 텍스트 등을 넘나들며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켜준다.
4. 특별한 니즈를 갖고 사용하는 경우 > 린더(브랜드의 프로모션 일정부터 연예인의 스케쥴까지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 아만다, 정오의 데이트(아만다, 정오의 데이트: 소셜 데이팅 서비스) 등은 특정한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컨텐츠 구독 서비스의 하나로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컨텐츠 구독 서비스가 등장 초기와 다르게 어떤 점들이 변화하였고 그러한 변화사이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1인당 구독하는 컨텐츠 서비스의 개수가 증가하면서 과거에 비해 무언가를 구독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의 한 달 지출 항목을 트래킹한다면 구독 서비스라는 항목이 생긴지 꽤 오래되었을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생산성을 올려주는 각종 툴(메모, 명상 프로그램 등)까지 포함한다면 말이다. 그래서인지 컨텐츠 구독 서비스를 관리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하였다.
Subscription Manager 라는 앱은 사용자들이 구독 서비스를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트래킹하여 관리할 수 있게끔 돕는 서비스이다. 어떤 서비스에 얼마를 사용하고 있는지, 결제 시점은 언제인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고, 현재 가입되어 있는 구독 서비스를 유지했을 때 유저가 1년에 얼마를 지출하게 되는지 등을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이러한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컨텐츠 구독에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하다.
Subscription Manager 서비스를 조금 다른 각도로 보자. 구독 서비스를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니즈에서 조금 더 발전한다면 구독 서비스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컨텐츠로부터 디톡스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밀려오듯 볼 것이 업데이트되고, 돈은 지불하지만 그만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처음 구독할 때와는 반대로 컨텐츠로부터 디톡스하고자 하는 니즈가 생길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컨텐츠 구독의 노마드 현상도 생겨날 것이다. 현재 1달 단위로 제공되는 대부분의 컨텐츠 서비스를 주 단위, 일 단위로 옮겨다니고자 하는 니즈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해진 컨텐츠 구독 서비스는 이를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나올만큼 그 종류가 많아졌다. 사람들은 여기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 등장하였다.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은 다변화되고 있고, 컨텐츠를 다루지 않는 사업자들도 컨텐츠 구독 서비스 포맷을 열심히 활용하여 고객과 유저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곧 각각의 컨텐츠 구독 서비스가 더 이상 독보적이라기보다는 시장에 대체재가 많은 사업 분야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컨텐츠 구독 서비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구독 서비스들도 등장할 것이다. 유저가 직접 컨텐츠와 이용기간을 골라 담아 설계하는 DIY 스타일의 서비스처럼 말이다. 현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이용권의 기간, 제공 범위, 가격 등을 결정하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시점이 된다면 서비스 이용권은 유저의 이용 패턴에 맞게 만들어가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컨텐츠 구독 서비스는 살아남는 방법도, 변화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최근 뉴욕 공립 도서관 (New York Public Library)에서는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 어찌 보면 책과 인스타그램은 조금은 맞지 않는 컨텐츠와 플랫폼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장 아날로그한 컨텐츠와 가장 디지털 향 서비스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팔로워들이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활용하여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는데, 단순히 텍스트만 넣은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하여 디지털 세대에 맞춰진 텍스트 컨텐츠를 제공하였다.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인스턴트식, 홍보용 ‘피드’보다는 ‘도서관’이라는 특성에 맞춘 ‘컨텐츠’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였다.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컨텐츠를 이용하는 방식에서도 특색있는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구독 서비스를 활용한 리워드 서비스처럼 말이다.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춤 추천을 제공하기로 유명한 넷플릭스에는 각 영상에 다양한 태그를 붙이는 ‘tagger’라는 직무가 별도로 존재한다. 주로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이러한 작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유저가 컨텐츠를 구독하고 이용하면서 다른 유저에게 컨텐츠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활동을 함으로써 리워드를 얻고 이 리워드를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컨텐츠 구독 서비스는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컨텐츠를 제공받는 입장에 머무르지 않고 컨텐츠의 재생산이나 서비스의 품질 업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서비스 자체의 퀄리티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유저의 충성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컨텐츠 구독 서비스의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하고, 또 이러한 서비스들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눈여겨본다면 컨텐츠 구독 서비스를 활용한 또 다른 비즈니스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