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옳은 ep.31
‘완전하고 온전한 고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전주는 그 이름에 걸맞은 매력을 뿜는 도시이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도읍이고, 500년 조선의 역사를 꽃피운 조선왕조의 발상지이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도시인 전주를 오랜만에 걸어봤다.
전주의 많은 관광 지역에서도 덕진구를 걸어봤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곳이 ‘한옥마을’일 테지만, 지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평온하고 한적한 휴가를 즐기고 싶었다.
덕진구는 전주시 북부에 위치해있다. 전주IC와 호남제일문,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전주역이 위치하고 있는 전주의 관문이며, 전주에서 현대적인 도시개발이 가장 먼저 진행된 지역이다. 전주의 한옥마을이 있는 완산구가 전주의 과거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덕진구는 전주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주소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104-6 2층 201호
영업시간 : 11:00-21:00(15:00-17:00 브레이크타임)/매주 토요일 정기휴무
한국인의 힘은 밥심에서 나온다고들 말한다. 여행의 시작은 든든한 밥심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밥도둑’이라고 하면 흔히 간장게장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 밥도둑이란 ‘생선구이’다. 어화장은 화덕 생선구이와 조림 제주갈치 전문점이다. 겉은 바삭하고, 촉촉하게 구워진 맛깔스러운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과 같이 정성 가득한 상차림을 만날 수 있었다. 하루의 반 이상을 밖에서 보내면서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졌는데, 이를 충족시켜주시는 것 같았다. 생선구이와 함께 나오는 솥 밥을 숟가락으로 가득 퍼 생선 살을 올리고 한 입 물면 천국이 눈앞에 보인다. 함께 나오는 된장국은 입맛을 더욱 돋아준다. 큼지막한 생선구이 외에도 다양한 반찬들을 제공해 주셨다. 자극적이지 않고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편에는 밑반찬을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즐길 수 있게 셀프 바가 마련되어 있다. 애호박볶음, 과일샐러드, 무생채, 시금치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식당은 맛과 청결은 기본이자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기본을 어기는 곳이 많아 문제인데, 어화장은 그 기본에 충실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이 나를 사로잡았다.
주소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장동 109
생선구이로 밥을 든든하게 먹고 난 후 설렁설렁 걷다 보니 기지제 수변공원에 도착했다. 기지제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하여 1934년에 만들어진 큰 저수지였었다. 지금의 기지제는 그 쓰임이 달라졌다. 산책로가 생겼고,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지금은 전주 대표 산책로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물 위를 걸으며 자연경관을 감상했다. 살랑이는 물을 보면서 걸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길이 평탄하고 맑은 물을 벗 삼을 수 있었기에 지루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의 복잡한 잡념들이 바람을 타고 깨끗하게 날아가는 것 같았다. 느긋한 발걸음으로 걷다 보니 대략 1시간 정도가 지났다.
특히 노을이 지는 시간 때에 기지제 순환산책로는 그 아름다움을 더욱 뽐낸다. 산책로를 따라 물드는 노을과 바람을 타고 일렁이는 물결은 저수지가 아닌 호수처럼 느껴진다. 노을이 기지제 저수지를 붉게 물들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야간에는 안전하게 걸으며 은은한 경관을 즐길 수 있게 경관조명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언제든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주소 : 전북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104-10 101호
영업시간 : 10:00-22:00(21:50 라스트오더)
햇빛을 따스하게 받으며 산책을 했더니, 시원한 음료가 생각나 카페를 찾았다. 도착한 곳은 갤러리 카페 빈센트. 나는 마음에 드는 카페에 앉아 창가 햇살을 즐기면서 독서를 하거나,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혼자 갖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리고 카페 빈센트는 첫눈에 ‘나를 위한 공간’이라 여겨졌다. 카페 빈센트의 차분한 분위기는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큰 창 덕에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오는 흐린 날의 카페 모습을 상상해 봤다. 더욱 진해지는 커피 향기와 습기, 찬 공기, 창을 따라 흐르는 빗줄기가 떠올라 감성을 자극했다.
‘갤러리 카페’답게 카페 곳곳에 다양한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벽면 곳곳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색채가 풍부했고, 유니크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카페 빈센트의 나의 Pick 메뉴는 천혜향 스무디다. 한 모금 먹자마자 갈증이 바로 해소됐다. 향긋한 천혜향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 제주의 향기가 느껴졌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과일 그 자체의 신선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걸맞은 음료다.
카페 빈센트에서 약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나가면 남부시장에 도착할 수 있다. 남부시장은 전주의 고유한 삶의 모습과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3
영업시간 : 11:00-24:00/사정에 따라 쉬는 가게가 있음
청년몰은 남부시장에서 창고로 방치되어 있던 2층을 활용하여 탄생된 공간이라고 한다. 남부시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 청년몰에는 평범한 가게가 없었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는 상점들이 보였다. MZ들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다양한 먹거리, 살거리, 놀거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벽화와 천장의 화려한 장식이 활력을 안겨줬던 공간이다.
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63
영업시간 : 06:00-14:00
보통 전주에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주비빔밥은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부시장에는 피순대,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등 전주 여행을 하면 꼭 먹어야 하는 시장 음식점들이 다양하다. 특히 콩나물국밥은 현대옥 남부시장점만한 곳이 없다. 전주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은 청양고추다짐이 들어가 맛있게 맵다. 여기에 오징어 사리를 추가해서 먹으면 시원! 얼큰! 칼칼! 최고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영업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오후 2시면 영업이 끝나는 탓에 저녁밥으론 평생 먹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참 아쉬운 곳이다.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여행의 묘미는 느낄 수 있다. 여행의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를 가도 그저 내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여행의 묘미다. 한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주로 여권 없이 여행을 떠나보자. 특히 어화장-기지제 순환산책로-카페 빈센트 코스는 도보로 다 이동이 가능한 거리다. 한산한 곳에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자 한다면 이 코스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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