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진주 Feb 18.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정아은 지음 (2023, 마름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책’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정아은 지음 (2023, 마름모)


 가난한 이혼녀였던 조앤 롤링이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이기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을 펴냈다는 이야기는 작가 지망생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생업에 지쳐 절망의 가장자리에 서 있을 때마다 ‘쓰는 인간’들은 이와 같은 판타지를 열망한다. 지금 밤새 끄적이고 있는 글들이 하루아침에 대중들의 시선을 끄는 작품이 되지 않을지, 우연히 출판사 관계자들의 러브콜을 받지 않을지 행복한 백일몽을 꾼다. 그래서 글을 ‘쫌’ 쓴다는 이들은 작가가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혹시나’ 꾸는 몽상이 ‘역시나’ 하는 현실 자각으로 이어지더라도 그들은 작가가 되고 싶은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소설가 정아은의 책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2023, 마름모)는 숱한 절망과 희망에 괴로워하는 작가 지망생들과 ‘쓰는 인간’들을 위해 준비된 유용한 지침서이다.


 이 책의 저자 정아은은 은행원이자, 영상번역가, 학원강사, 그리고 헤드헌터라는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을 “두고두고 생각하는 편”(p.157)이었던 작가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마음 깊숙이 “떠돌던 이야기’들을 언어로 형상화”(p.159)하면서 첫 장편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그녀는 6년간의 문학상 공모전 시도 끝에 장편소설 <모던 하트>로 2013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그런 저자도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에서 진정한 작가로서 홀로 서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글 쓰는 이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소설, 에세이, 논픽션, 서평, 칼럼’의 경계를 넘나드는 넓고 깊은 글쓰기의 비법을 담은 책이자 미래의 작가들이 겪을 만한 일들을 알려주는 치밀하고 사려 깊은 안내서이다. 소설가 정아은의 글 쓰는 경험이 솔직하게 담긴 책은 크게 ‘소설, 에세이, 서평, 칼럼, 논픽션’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작법서 성격의 1, 2부와 작가가 된 후 느꼈던 솔직한 감정변화와 그동안 경험했던 우여곡절과 만난 사람들에 관한 에세이 형식의 3,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부분은 책의 3부이다. ‘쓰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단 3부는 작가 정아은이 11년 작가 생활 동안 ‘어떤 마음’으로 써왔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2013년 한겨레문학상 시상식에서 선배 작가들은 상을 받은 그녀에게 “이번 문학상 상금 잘 챙기고” (p.172) 얼른 ‘돈 잘 버는 생업’으로 돌아가라는 조언을 건넨다. 그녀는 “공지영이나 신경숙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제외”하고 소위 ‘작가’라는 이름을 단 사람들은 “모두 1년에 천만 원도 안 되는 수입”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하지만 저자는 본인은 무조건 “쓰는 족족” (p.173) 베스트셀러를 쓸 것이라고 장담하며 선배들의 조언을 무시한다. 그런 자신만만했던 그때의 ‘자만심’과는 달리, 이후 그녀가 작가로 사는 삶은 실패와 좌절의 드라마다. 이 책의 3부는 저자가 작가로서 겪었던 마음부침이 가득 담겨있다. 작가는 쓴 작품에 대한 편집자들의 수많은 거절 메일을 받고 난 후 ‘작가’라는 호칭이 본인 이름 앞에 불리는 것이 부끄러웠고 작가가 아닌 다른 생업을 꿈꾸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다시 쓰고 싶은 용기를 품었던 이유는 “언제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정체성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출판이 되든 되지 않든, 베스트셀러가 되든 되지 않든, 사회적 인정을 받든 못 받든”(p.210) 생각한 모든 것들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고 전한다.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쓰는 것”, 저자는 그것이야말로 “쓰는 사람의 핵심이고, 쓰는 사람의 전부”(p.216)라고 밝힌다. 글을 쓰는 과정은 혼자만의 싸움이요, 고독한 길이다. 조지오웰이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나는 왜 쓰는가?’라고 연신 되묻는 이유는 스스로 쓰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눈앞의 유혹에 굴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작가 지망생, 계속 쓰고 싶은 욕망이 있는 성인 독자들에게 유용한 에세이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1부와 2부에서 칼럼, 에세이, 논픽션, 소설을 섭렵한 정아은의 글쓰기 비법을 훔칠 수도 있고, 작가 지망생 혹은 초보 작가라면서 작가들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을 엿볼 수 있다. 글 쓰는 이들 모두가 조앤 롤링, 조지오웰,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없다. 씁쓸하지만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서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최소한 작가의 길을 둘러싼 무지갯빛 거품을 없애고도 본인의 글을 계속 쓰고 싶다면 당신은 ‘쓰는 인간’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경리의 소설, <토지> 완독을 목표로 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