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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un 06. 2024

소설가의 사생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사생활 노출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40년 넘게 일체의 언론 인터뷰들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다. 작가는 소설가의 사생활과 작품은 엄격할 정도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쿤데라는 작가의 “내밀한 것이 밖으로 유출되는 순간, (그것이) 우리의 진짜 존재인 듯 받아들여지기 쉬우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본인을 드러내기를 꺼렸다. 그는 끝까지 독자들과 만나기를 피했고 결국 2023년 94의 나이로 사망했다.


 가끔 밀란 쿤데라의 이런 생전 발언은 이미 여러 소설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천재 작가만이 내뱉을 수 있는 오만함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까지 언론의 노출을, 독자의 관심을 거부하는 소설가들이나 작가들은 없다. 오히려 책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 북토크며 사인회를 갖는 것이 기본이다. 이름 석자 앞에 붙는 ‘작가’라는 명칭은 회사 탈출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갖고 싶은 또 다른 탈출구다. 그 호칭 앞에서 ‘베스트셀러’ 혹은 ‘믿고 보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지긋지긋한 출퇴근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달콤한 지름길이다. 작가라는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불편한 사생활쯤은 감내할 수 있다는 이가 생각보다 많다.


 몇몇을 제외하고 작가들이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나 여러 가지 영상매체가 난무하는 시대에 오로지 글만으로 다수의 시선을 끌기는 무척 어렵다. 각종 볼거리, 들을 거리가 많은 세상에서 사람들의 눈높이는 한 없이 높아졌다. 이름 모를 무명의 사람보다는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에게 더 눈길이 간다. 그마저도 안되면 베스트셀러 작품이라도 손에 넣고 싶다. 그런 시대에 밀란 쿤데라처럼 아무런 광고 없이 작품만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기가 가능할까?


 책을 사기 전에 먼저 작가 이력을 살피고 경험을 따진다. 순수하게 작품의 세계에 몰입하기 전에 작가의 반짝이는 휘광과 다양한 경험을 먼저 살핀다. 이는 현대 독자들이 작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이다. 소설의 온전한 작품세계를 이해하기보다는 작가 먼저 살피는 이런 모습이 오직 지적인 허영심만은 아니다. 수많은 책과 작품들이 난무하는 시대, 독자들은 원하는 작품을 찾기 위해 무엇을 봐야 할지 항상 고민이다.


 그는 종종 프란츠 카프카의 비유를 인용하며  "소설가는 자신의 생애라는 집을 헐어 그 벽돌로 소설이라는 다른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쿤데라는 ‘소설가의 집’을 헐고 완전히 없애야 또 다른 집을 지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매스미디어 시대에서는 그 두 개의 집은 온전히 살리고 확장해야 조금이나마 독자들의 기준에 찰 수 있다. 소설은 살면서 얻은 작가의 상상력과 관찰력이라는 벽돌로 이루어지는 벽돌집이지만, 돌을 꼼꼼히 붙이는 시멘트와 장식은 출판사가, 그 집에 들어갈지 말지는 독자의 몫이다. 어느 정도 사람 냄새가 풍겨야 들어갈 마음도 생긴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 이후 모든 활동이 차단되자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는 작가로서의 큰 명성을 얻은 후 언론들의 취재를 접하며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감시를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자들이 사생활을 위협한다”라고 비난했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작가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른 작가이다.


 일반인도 유명해지면 사생활 노출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대이다. 하물며 유명 작가들은 오죽할까. 사생활 보호와 유명세의 줄다리기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는 작가들을 바라보며 독자로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다. 작품성으로만 고를 것인가, 아니면 혹은 작가의 명성을 찾을 것인가? 하루에도 몇 권씩 출판되는 책들의 목록을 보며 손가락만 까닥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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