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침해소송의 유형과 소송시기
부동산거래를 할 때, 가격이 수백억 원대이기 때문에 공개시장에 매물로 내놓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면,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통하여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공인중개사는 중개의뢰인에게 설명의무를 지는데, 이에 관하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은 중개업자가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에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당해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 사항,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확인하여 이를 당해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7호는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중 하나로 일조·소음·진동 등 환경조건을 들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환경조건은 주택의 거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요소들은 부동산 가격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일조·조망 등 주거환경 요인이 주거용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도 면적이나 평면 등 물리적 호나경이 같더라도 주거환경 요인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평균 14% 가량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고, 인구집중으로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도시일수록 위와 같은 요인에 따른 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분석되기도 하였습니다.
6~70년대에 지어져서 내구 수명이 다한 노후 아파트 단지들에 대하여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미명하에 기존의 저층 아파트를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거나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의 저층 건물들을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신축되는 고층 아파트의 북쪽 방향에 위치한 기존의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은 햇볕이 들어오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거나 바로 앞에 벽이 있는 것처럼 답답함을 느끼는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경요인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과 일반적인 중산층의 경우 부동산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조권침해로 인한 집값의 폭락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일조권침해소송의 유형을 알아본 후 각 유형에 따른 시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일조권침해소송의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손해배상청구입니다. 판례는 기본적으로 수인한도를 초과하여 일조방해를 일으키는 행위를 불법행위로 보고 있고,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손해는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구분되는데, 신축건물로 인하여 부동산가치하락분이라는 재산적 손해와 실제 피해주택에 거주하는 당사자들이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있어 결국 중요한 것은 위법성을 평가하는 수인한도 판단인데, 여기서 수인한도란 민법 제217조 제2항이 이웃토지소유자의 사용으로 인한 일정정도의 방해에 대해서는 참아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러한 인용의무의 한계를 말합니다. 일조권의 수인한도 기준, 즉 동지를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16시 사이에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이 되거나 오전 9시부터 15시 사이에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는 기준은 일본판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를 최초로 도입한 것은 서울고등법원 1996. 3. 29. 선고 94나11806 판결입니다.
일조권침해소송의 두번째 유형은 신축건물 자체로 인하여 햇빛이 줄어드는 피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일조권 사선제한을 위반하여 불법증축한 경우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와 동시에 철거청구를 같이 하는 것입니다. 일조권 사선제한이란 북측 소유자의 햇빛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 높이 이상은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깎은모양으로 지어야 한다는 건축법상 규정입니다. 길을 지나가다 보면 층이 올라갈수록 계단식으로 깎여 사선형으로 생긴 건물들을 볼 수 있는데, 건축법이 북쪽에 인접한 부동산 소유자의 햇빛을 보장하기 위하여 '높이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정북 방향으로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해당부분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띄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층이 높아질수록 사용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건축업자는 이 부분을 조립식 패널로 불법증축한 후 확장면적을 분양면적에 포함하여 매도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2019년부터 불법증축에 대한 이행강제금 5회 제한이 폐지되고 시정될 때가지 계속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되었기 때문에 우후죽순 난립하던 불법증축이 많이 감소하였으나, 아직도 관할 지차체의 단속이 느슨한 지역의 경우 여전히 신축빌라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은 직후 불법증축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조권침해소송의 마지막 유형은 공사금지가처분 또는 공사금지청구입니다. 법원은 일조 침해의 정도가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이를 금전배상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보고, 건축공사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 건물의 골조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올라가서 가해 건물의 골조를 철거하지 않는 한 피해 주택의 일영이 변하지 않을 정도라면 공사금지를 구할 소의 이익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하여 임시적으로 일정 층수 이상의 공사를 본안판결 선고 시까지 금지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를 신청하는 것이 공사금지가처분입니다. 간혹 공사금지가처분의 본안소송을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보게 되는데, 공사금지가처분은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이유로 신청하는 것이므로, 공사금지가처분과 손해배상소송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원칙적으로 가해 건물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었을 때로부터 3년 내에 하셔야 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데(민법 제766조 제1항),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건축행위에 따른 일영의 증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외부골조공사 완료 시부터 진행한다는 것이 법리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판결).
그렇다고 무조건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었을 때로부터 3년 내에 하면 된다고 느긋하게 생각하실 것은 아닙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상대방은 재건축조합이나 재개발조합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재건축조합이나 재개발조합은 사용승인 받은 후에는 해산 및 청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합은 현실적으로입주를 마친 후에도 소송 등을 사유로 미청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시공사가 조합 계좌에서 공사비 등을 다 인출해 가버린 후 일수도 있습니다.
손해배상청구 및 철거청구에서, 건물 신축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동일하게 가해 건물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었을 때로부터 3년 내에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불법증축에 대한 철거청구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이고, 이는 물권적 청구권이기 때문에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닙니다. 즉 행사기간의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여유 있게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신축빌라의 건축업자는 불법증축한 후 분양을 해버리고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경우 소송의 당사자가 달라지게 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불법증축 부분에 대한 철거청구를 인용받았던 최초의 사건에서도 소송 도중에 상대방이 소유권을이전하였던 관계로 1심에서 인용받았던 판결이 항소심에서 휴지 조각이 될 뻔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처방법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너무 늦게 진행하는 것은 득은 없고 실만 있을 뿐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해 건물의 골조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올라가면 공사금지를 구할 소의 이익이 부정될 수 있거나, 가처분의 요건 중 보전의 필요성이 없어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전의 필요성이란 본안판결 전에 미리 가처분으로 공사의 중지를 명하지 아니하면 금전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유를 말하는데, 이미 골조가 완공된 경우에는 공사의 중지를 명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사금지가처분 또는 공사금지청구는 가해 건물의 외부골조가 일정 정도 올라가기 전에 결정 또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상대방이 건축허가를 받았다거나 늦어도 착공하는 것을 알았을 때 바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각양각색의 의견을 가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을 설득하기 위하여 시뮬레이션 자료를 준비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므로, 공사금지가처분 사건은 항상 시간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소송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처음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일조권 관련 재판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거나 자신이 비슷한 피해를 입어본 적이 없는 판사의 경우 이와 같은 사건을 매우 보수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은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한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조정을 주도하여 1개월 만에 종결되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이상에서 일조권침해소송의 유형과 각 유형에 따른 소송시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일조권 전문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하여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과 향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일조권침해소송에 대하여 현재 취하여야 하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법률사무소 윤헌
변호사 최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