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에서의 훗날을 기약하며
클라이페다에 이어 빌니우스에서도 한국에서 온 우리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다.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이었는데, 공간 내에 여러 개의 극장이 있었고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작업하고 왕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빌니우 스의 작업자들이 모이는 큰 의미의 사랑방 같은 공간처럼 느껴졌다. 리투아니아 문화원과 사이 레노스 페스티벌 측에서 이 행사에 대해 사전에 많은 홍보를 했고, 앞선 모임에서 이병훈 연출 님이 내년에 “한국-리투아니아 문화교류의 해”를 추진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셨던 터라 다양한 기관과 많은 창작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리를 함께 했다. 그 곳에서 단순한 교류 혹은 친선 자리보다 더 많은 만남이 있었고, 그 분들과 여러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멤 버들의 발표시간에 해보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던 지난 작업들 중 “씹을거리를 가져오세요”와 “어닝쑈크”에 대해 자료를 준비하고 그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여러 단 체들이 공연의 작업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주었다.
발표 이후 브런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현재 리투아니아 연극계에서는 러시안 연극 전통 기반의 극 형태에서 벗어난 여러 가지 시도들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고, 그 흐름 안 에서 다큐멘터리 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관점에서 “씹을거리를 가져오세 요”와 “어닝쑈크”가 어떤 질문에 대해 실제로 삶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작품 안에서 답을 찾아가는 실험의 과정이 리투아니아 연극계에서 지금까지 많이 시도되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고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서 리투아니아 국립극장(http://www.teatras.lt)의 예술감독 마르티나스 부드라티스(Martynas Budraitis), 크리스티나 사비키네(Kristina Savickiene)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2019년 혹은 2020년에 올라갈 작품에 대해서 함께 작업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 어, 이야기하며 한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들의 극장에서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로 약속을 잡았 다. 이후 그들의 극장에 가서 대극장과 소극장 여러 공간들을 둘러보고 자신들의 국립극장이 현재 이 도시에서 하고있는 예술적 역할과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최근 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긴 시간동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앞으로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한국 그리고 리 투아니아 두 나라에 의미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작업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또한 리투아니아 문화원의 소개로 독일 드레스덴에서 프로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무대에 직접 올라가는 방식의 다큐멘터리 연극만을 다루는 연극 축제의 기획팀장인 미리암 촐(Miriam Tscholl)을 만나 이야기 나누게 되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극장과 극장에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뷔르거뷔네 페스티벌(Bürgerbühne Festival)라는 축제에 내년 5월 자신들의 축제에 올 수 있는지 의견을 물었다. 구체적인 조건과 예산 등에 대해서 추후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했다.
이 곳에서 짧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발표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막막한 것도 많았다. 이곳 사람들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생각으로 우리와 이야기 하는 장소에 오는지 알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 나누면서 작은 부담들은 없어졌다. 내가 공연을 아끼는 마음이나 그들의 마음이 비슷하고, 내가 그들을 모르는 거나 그들이 우리에 대해 모르는 건 비슷하기에 서로 배려하고 서로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알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치며
짧은 시간동안 리투아니아의 연극을 경험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하고 2주 동안 많은 작품을 보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다 보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가까워졌다. 그들은 개인적으로는 멀리서 온 우리들 따뜻한 마음으로 반겨주었고, 일적으로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알리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어떻 게 만들어나가고 있으며, 그 세계를 다른 나라 사람들과 나누고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보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타문화권의 창작자들을 만나 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 라에서 내 주변의 창작자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작품들, 그들의 애정과 노력 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또한 이 경험을 통해 가지게 된 큰 것들이다. 여정을 함께 한 선배 연출님들과 이 곳의 작품과 우리의 작품들에 대해서 함께 대화 나누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창작자로서 우리는 그리고 나는 어 떤 작품을 만들어갈지에 대해 함께 고 민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따뜻한 격려와 자극을 받았기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많이 남는다.
지금 리투아니아는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조용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인 듯 하다. 꽤 여러 명이 말하기를... “이 곳의 연극인들은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온 이전 세대의 연출가들 다음으로, 리투아니아의 감성을 가진 새로운 연출가의 등장을 다들 기다리고 있어.”라고 했다. 한 친구는 누가 그 기회를 잡게될지 아직 모른다고 말하며, 자신의 아주 솔직한 속내 를 보이기도 했다. 열심, 적극적인 모습에 자극도 받았고, 가끔은 뭔가 조급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자신들의 역사와 연극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부심, 자존심과 동시에 묘한 타 문 화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것도 다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적극적인 구애와 홍보 속에서 리투아니아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고 싶었지만, 그들의 연극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아직은 잘 모르겠는 부분도 많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이러한 교류를 시작으로 계속적으로 서로의 예술과 사회를 더욱 알아가며 좋은 예술을 만들고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