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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꼽슬 Curlywavy Jang Nov 18. 2019

[한-리투아니아 커넥션 #2] 사이레노스 페스티벌

Close-up on Emotions

            클라이페다에서의 일정이 끝난 다음 날, 다시 빌니우스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니우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창작자들의 공연을 봤다. 우리가 방문한 기 간 동안 사이레노스 페스티벌(Sirenos Festival(http://www.sirenos.lt)) 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축제는 리투아니아의 공연을 공연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리투아니아 쇼케이스와 다른 나라들 의 공연을 리투아니아에 초대해서 선보이는 인터내셔날 프로그램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 축제의 캐치프레이즈는 “Close-up on Emotions”인데,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분명 다르지만, 감정이라는 것을 더욱 가까이 느낌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타인과 연결되도록 하게 해주는 작품들에 대해 다루고자 했다고 한다. 이 중 우리는 리투아니아 쇼케 이스의 여러 작품들을 관람했고, 나는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얼마간 빌니우스에 남아 인터내셔날 프로그램의 몇 작품들을 더 관람했다. 

사이레노스 페스티벌 포스터

사이레노스 페스티벌 관람했던 작품들 

1) 리투아니아 씨어터 쇼케이스(Lithuanian theatre showcase), 기간 : 9/26(수)~9/30(일)
(일시 /극장 / 작품명 / 연출가) 

9/27(목) 

16:00 Oskaras Koršunovas Theatre, Madman (dir. Oskaras Koršunovas)
18:30 Russian Drama Theatre of Lithuania, Russian Romance (dir. Oskaras Koršunovas) 


9/28(금) 

14:00 Oskaras Koršunovas Theatre, Attempts on her life (dir. Oskaras Koršunovas) 

19:00 Kaunas National Drama Theatre, Four (dir. Kamile Gudmonaite) 


9/29(토) 

14:00 Oskaras Koršunovas Theatre, Therapies (dir. Kirilas Glušajevas)
19:00 Russian Drama Theatre of Lithuania, Autonomy (dir. Arpád Schilling) 


9/30(일) 

16:00 Lithuanian National Drama Theatre, Dreamland (dir. Mantas Jančiauskas) 

19:00 Kaunas Chamber Theatre, The Pillowman (dir. Gintaras Vamas) 

리투아니아 대표 연출가 오스카라스의 극장 앞(Oskaras Koršunovas Theatre)

2) Sirenos 2018 - 사이레노스 페스티벌(Sirenos Festival - http://www.sirenos.lt), 기간 : 10/1(월)~10/9(화) (일시 / 극장 / 작품명 / 극단)

10/1(월) 

19:00 Lietuvos rusų dramos teatras, ROŽĖS(Roses), 극단 : Dakh daughters/Dakh produkcija – Šiuolaikinio meno centras, Kijeve (Ukraina) 


10/6(토) 

14:30 Vilniaus rotušė, GAL VISI DRAKONAI...(Perhaps all the dragons...), 극단 : BERLIN (Belgija) 


            리투아니아 쇼케이스 공연에는 올해 SPAF에 초청된 바 있는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 (Oskaras Koršunovas)의 작품들이 많이 보였는 데 네크로슈스, 투미나스 이후에 리투아니아에 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연출가이다. 기성 세 대의 연출가들이 소련의 검열로 인해 리투아니 아 내에서는 연극 공부를 할 수 없었기에 모두 러시아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세대인데 반하 여, 오스카라스는 리투아니아에서 연극 공부를 하고 자신들만의 연극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 는 1세대 감독이기에 그들에게 더욱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축제의 예술감독인 아우 드라 주카이티테(Audra Zukaityte)와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있었는데, 이런 축제에서 오스카라 스의 작품만 무대에 세우면 다른 창작자들이 혹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는지 조심스럽게 물 어봤는데, 다소 당황하며 말을 돌렸다. 괜히 이 축제에서 민감한 문제를 물어본 건 아닌지 미안하기도 했지만 사실이긴 한 것 같았다.

            우리가 본 8편의 쇼케이스 작품 중, 아파드 실링(Arpád Schilling)이 연출한 오토노미 (Autonomy), 만타스 얀초스카스(Mantas Jančiauskas)가 연출한 드림랜드(Dreamland), 키릴라 글루사제바스(Kirilas Glušajevas)가 연출한 테라피스(Therapies),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 (Oskaras Koršunovas)가 연출한 러시안 로망스(Russian Romance)가 나에게는 인상깊었다. 

오토노미(Autonomy) 공연 커튼콜 (극장: 리투아니아 러시안 드라마 씨어터))

1) 오토노미(Autonomy) - 작&연출. 아파드 실링(Arpád Schilling)

             헝가리 연출가, 아파드 실링(Arpád Schilling)이 직접 글을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진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극 안에서 이 집안의 손자는 가족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할 아버지가 과거 소련 통치 시절 리투아니아 애국지사들을 등지고 소련 정부에 결탁해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그러한 부정한 돈과 땅 속에서 살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가족에게 생기는 일들에 대해 펼쳐놓는다. 이 작품의 극작가이자 연출인 아파드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유럽 세계 내에서의 자치(Autonomy)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다른 국가, 타 인에게 서로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혹은 내가 옳다고 생각지 않는 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나는 그것을 뿌리치고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 의식도 멋졌고, 이 작품을 무대 위에서 풀어놓는 방식 또한 거침없었고, 하지만 단단했다. 무대 위의 14명의 배우들은 각자가 자신의 역할 안에서 살아있으면서도 작품 안에서 누구하나 다른 결로 튀지 않았다. 그리고 다 양한 장소 변화가 있는 작품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 무대 안에서 투박하지만 거침없는 방식으 로 무대 전체를 활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여러 가지 상징을 적극적으 로 활용하는 예를 들어 피아노를 해체, 다시 연주하며 가족의 해체와 화합의 모습에 대해 관객 들로 하여금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두는 것은 이 작품에서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였다.


2) 드림랜드(Dreamland) - 작&구성. 리만타스 리바초스카스(Rimantas Ribačiauskas), 연출. 만 타스 얀초스카스(Mantas Jančiauskas) 

            리투아니아의 인구는 350만명 정도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50만명 가까운 인구가 더 좋 은 일과 환경을 유럽의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 리투아니아 사회 그리고 연 극계에는 “집, 이주, 공동체(Home, Migration, Community)”가 큰 화두라고 했다. 유럽 연합에 속해있는 만큼 다른 나라의 난민들 또한 리투아니아로 들어오는데 많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떠나고, 다른 이방인들이 유입되는 현 흐름 속에서 리투아니아 공동체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 이고 대할 것인지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이는 현재 리투아니아의 큰 당면 과제라고 했다. 

            드림랜드(Dreamland) 작품에는 현재 리투아니아에서 살고 있는 5명의 이민자들이 직접 무대 에 등장하는데, 이들은 중동, 터키,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아프가 니스탄에서 전쟁으로 인하여 가족이 신변의 위협을 받고 온 사람은 현재도 리투아니아 정부의 정식적인 허가는 얻지 못한 상태였고,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제작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에 참여 하는 이유로 국립극장의 신원보증으로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끝나게 되면 자신은 내일 당장 이 곳에서 쫓겨나도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러시아 검찰 당국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어 리투아니아로 넘어왔다고 하는 한 러시아인은 예전 소련 지배 시절에 대한 반 러시아 감정이 아직도 존재하는 리투아니 아에서 살게 된 이유와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리투아니아 국립극장(Lietuvos Nacionalinis Dramos Teatras)

            이 공연은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의 “출발 그리고 도착: 리투아니아 난민에 대한 예술 조사 (Arrivals and Departures: Artistic Research on Refugees in Lithuania)” 프로젝트에서 시작해서 긴 개발 과정을 거쳐서 개발된 작품이다. 이 공연의 기획팀장인 Kristina Savickiene(크리스티나 사비키네), 작가 리만타스 리바초스카스(Rimantas Ribačiauskas), 연출가 만타스 얀초스카스 (Mantas Jančiauskas)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은 이 작품 전에는 그린 메도우(Green Meadow)라는 다큐멘터리 연극을 통해 원전이 폐쇄되고 나서 마을의 경제 의 동력과 활력을 잃어버린 리투아니아 지방의 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바 있었다. 이들 은 이 두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다큐멘터리 연극 작업을 통해서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문 제를 무대에서 마주하고 관객들과 대화 나누며 이를 사회적으로 담론화하는데 노력하고 있었 다. 자신들의 당면하고 있는 고민과 문제들을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 해결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모습은 예술가로서 진심으로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독일 드레스덴 뷔르거뷔네 페스티벌(Bürgerbühne festival) 기획팀장 미리암 촐(가운데), 드림랜드의 작가 리만타스 리바초스카스(우)

            하지만 작품 자체로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무대에 올라온 사람들의 용기와 노력에 대해서 공 연이 끝난 뒤 나 또한 진심어린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자신들의 문제의 본질적인 이유와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고, 표면적인 어려움 과 고민에 대한 토로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이민, 공동체라는 사회 현상 기저에 깔린 근원적인 구조 문제, 그리고 심리 문제에 대해서까지 아주 깊은 생각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반인들과 함께 넓은 무대를 채워야하는 다큐멘터리 작품상 이들이 가 진 세계를 프로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연기, 연출법이 아닌 다른 무대 표현을 찾았어야 이 들의 모습이 현상을 넘어서 한 사람의 인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 부분의 장면을 영상에 의지한 무대 표현들은 무대에 용기를 내어 출연한 배우들을 더 작게 만들어버린 아쉬운 요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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