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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꼽슬 Curlywavy Jang Apr 23. 2019

[라마마 #3]예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라마마 국제 연출가 심포지엄 Part.3 - 제시카 리트왁, 모투스

다섯 번째 워크샵 - Working with H.E.A.T., Performance for Personal and Social Change (강사 : Jessica Litwak) 


   경계없는 연극(Theatre without Borders) 및 N.G.T.E.(새시대 연극, New Generation Theatre Ensemble)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시카 릿왁(Jessica Litwak)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H.E.A.T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H.E.A.T은 치료(Healing), 교육(Education), 사회운동(Activism), 연극(Theatre)의 약자로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네 가지 큰 방향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네 가지를 바닥에 쓰고 큰 사각형을 만든 뒤 참가자들이 각자 어디에 가장 관심이 많은지 이동(Socio-Geometry)하며 서로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외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잘 알고 있는가? 지금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물었다.

제시카 릿왁(Jessica Litwak)의 H.E.A.T 개념


   제시카는 워크샵을 통해 참가자 각자의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의미를 찾기를 바랬으며, 그런 작품을 만들거나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에 대해서 가르친 뒤 그리고 짧은 극을 만들어볼 수 있게끔 이끌었다. 매일의 워크샵은 워밍업으로 시작했다. 배우들과 작업을 할 때 가르치는 몸풀기 및 목풀기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7단계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Grounding(바닥에서 휴식하기)
 2) Breath(호흡하기)
 3) Sound(소리내기)
 4) Resonance(공명하기)


 5) Articulation(소리내기)
 6) Projection(내보내기)
 7) Listening(듣기)

   제시카는 앤 보가트(Anne Bogart)가 만든 뷰포인트(View Point)에 대해서 설명하며 이 방법이 배우 연기 훈련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비전문 배우들이 참여하는 연극에서 앙상블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사용하지 말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많은 워크샵을 진행했다. 뷰포인트는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각자가 무대에 섰을 때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며/자신을 가장 숨기며/그냥 자신의 상태 그대로>, 여러 방식으로 무대에 서며 자신의 가장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 그리고 4명의 참가자들이 일렬로 선 뒤 어떤 계기가 생겼을 때 자유롭게 움직이되 다른 참가자들의 움직임에 조화롭게 반응하며 움직이도록 했다.  형태(shape), 몸짓(gesture), 구조(architecture), 공간적 관계(spacial relationship), 템포(tempo) 기간(duration), 반응(kinesthetic response), 반복(repetition) 이 뷰포인트 훈련법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그리고 4명이서 해보기, 15명이서 해보기, 그리고 한 명이 꼭짓점에 선 삼각형 모양으로 해보기 앉기->일어서기->다시 앉기->뒤돌아보기->다리긁기 등 일련의 상황이 주어진 상태에서 다른 참가자들의 움직임에 조화롭게 반응하는 훈련을 해봤다. 제시카는 이 훈련은 안무, 연극 등 여러 장르에서 사용되며, 무대 위에서 배우가 실제로 그 공간 안에 존재하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그 대화를 이어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워크샵에서는 참가자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반응하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이 훈련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시카와 뷰포인트에 관해 다양한 훈련을 해본 뒤 참가자들과 함께 “세상을 바꿀 자신만의 아이디어(Big ass idea)”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 만들기, 세계평화부를 만들어 국방비를 교육비와 예술에 대한 투자에 힘쓰기,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파티하기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나서 전체 참가자를 3개 팀으로 나누어 각자의 아이디어들을 종합하여 각 팀이 퍼포먼스를 만들어 시연한 뒤 서로 느낀 바에 대해 공유했다. 

제시카(Jessica)의 워크샵 중 “세상을 바꿀 자신만의 아이디어(Big ass idea)” 찾기 과정


   이다음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인형 만들기이다. 제시카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단순히 물리적 인형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형성 단계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하나의 인물을 창조해내고자 했다. 그래서 첫 번째 단계로 캐릭터의 유형화 단계를 설명하며 자신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생각해보게끔 했다. 제시카는 인물 유형의 첫 번째 구분으로 먼저 다가가는 사람(Reach), 강요하는 사람(Push), 타인을 끌어당기는 사람(Pull), 두 번째 구분으로 동시다발적 유형(Simultaneous), 순차적 유형(Successive), 인과적 유형(Sequential), 세 번째 구분으로 빠른 사람(Fast), 느린 사람(Slow), 네 번째 구분으로 내향적 사람(Inner), 외향적 사람(Outer)이라고 말하며 각 유형의 특징을 직접 연기로 보여가며 설명했다. 그리고 각자 이러한 특징을 정해보고 그 인물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보고 여러 주변 인물들을 정하고 다섯 단계<시작(Start)->발생(Happening)->위기(Crisis)->절정(Climax)->해결(Resolution)>로 사건을 발전시켜봤다. 또한 이러한 사건 전개에 따라 인물의 감정 변화도(Feeling Map)을 그려보며 사건을 외부에서 봤을 때, 그리고 주인공의 내부 감정을 통해서 봤을 때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참가자 각자의 캐릭터와 사건을 발전시켜나갔다.

제시카(Jessica)의 워크샵 중 “인형 만들기”


  그리고 나서 각자의 캐릭터가 내가 믿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 내가 궁금해하는 것이라는 4가지 주제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이 과정 속에서 이 캐릭터가 인생에서 중요시하는 것들의 키워드를 선정하여 종이에 써넣은 뒤 이것을 이 캐릭터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며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형을 만드는 과정은 캐릭터의 마음을 써넣은 종이 주변에 신문지를 구겨서 덧대어 가며 부피를 늘려 하나의 커다란 머리 형태를 만들어내고 그 위에 색이 잘 먹도록 풀칠을 한 뒤 채색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각자의 캐릭터는 참가자 개인을 반영하여 다양한 형태의 인형들이 만들어졌다. 내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도 즐거웠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 그리고 저 캐릭터는 어떤 성격이고, 어떤 생각을 가진 캐릭터인지 유추해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세 명이 한 팀을 이루어 각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인형극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했다.

제시카(Jessica)의 워크샵 중 “인형극”


여섯 번째 워크샵 - Land Gauge : A Workshop on Documentary Theatre (강사 : Enrico Casagrande, Daniela Nicolo(Motus))

모투스(Motus) 공연 소개 자료

   엔리코 카사그란데(Enrico Casagrande), 다니엘라 니콜로(Daniela Nicolo) 두 명을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Motus라는 팀은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아티스트 들 중 가장 자유롭고 열려있는 워크샵을 진행했다. 자신들은 위기가 있는 지역에서 작업을 많이 해왔으며,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Antigone)나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Tempest)와 같은 유명한 작품들을 기반으로 어떤 특정한 상황, 지역에 맞는 해석을 하여 전혀 새로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안티고네의 경우는 “당신의 사회에서는 누가 안티고네입니까?”, 템페스트라는 작품에서는 “당신의 인생에서 태풍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로 접근했다고 설명하며 자신들의 작품 이미지와 공연 영상을 보여줬다. 

   우선 첫 번째 단계로 서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주변 사람 소개해주기 시간을 가졌다. 한 사람이 무대에서 원하는 위치에 의자를 놓고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사람을 잘 아는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해 소개를 하고 다시 의자를 옮겨 자기가 원하는 위치에 앉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전체 참가자에 대한 소개를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서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처음 한 워크샵은 지형 측정(Land Gauge)였다. 두 명씩 짝을 지어 한 명은 눈을 가리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눈을 가린 사람의 근방에 위험한 물체나 갈 수 없는 길이 있을 경우에만 위험에 대해 알려주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길과 사물들을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을 이용해서 찾아보는 작업을 해봤다. 이 짧은 워크샵을 통해서 모투스의 작업 방향에 대해 “익숙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도 새로운 시각, 새로운 접근을 이용해서 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모투스(Motus)의 워크샵 중 “지형 측정(Land Guage)"

   그리고 이 다음 이어지는 워크샵들은 모투스(Motus)의 최근 작품인 템페스트의 모티브인 “당신의 인생에서 태풍은 무엇입니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무대에는 비디오와 큰 스크린이 하나 놓여있고, 질문자와 대답하는 사람, 그리고 대답을 받아적는 사람이 있으며 질문자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당신은 무엇을 사랑하는가? 당신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는가? 사랑하는 데 있어 용감한가? 오늘날 태풍안에 있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총 7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한명씩 짝을 이뤄서 이 질문과 대답을 들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몸으로 표현해봤다. 이 과정을 통해서 질문에 대해 답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자신은 어떤 사람이고, 자신에게 태풍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했다.

모투스(Motus)의 워크샵 중 “지형 측정(Land Guage)"

   이다음으로는 세 명씩 짝을 지어 한 팀을 이루고 거리로 나가 각자 마음에 드는 사람 한 명을 선정하여 그 사람의 사진을 한 장 찍은 뒤 그 사람의 특징을 관찰하여 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지 유추하고 그의 인생은 어떠했을지 스토리보드를 만들어봤다. 그런 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 팀에서는 세 명의 중심인물의 이야기를 엮어서 그들의 인생에서의 태풍은 무엇인지 짧은 영화로 만들어보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한 팀에서는 내부 감정에 휘몰아친 태풍을 스폴레토 길거리에서 찍은 담벼락 낙서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표현했으며, 다른 한 팀은 평온하고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아주 작은 경험으로 인해 상상적 세계 안으로 들어서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 안에 숨겨진 격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내용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리고 우리 팀은 노년의 여인에게 젊은 시절 겪었던 태풍같은 사랑이 다시 찾아와 겪게 되는 차분하지만 격정적인 감정적 태풍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모투스(Motus)의 엔리코 카사그란데(Enrico Casagrande)와 나


6팀의 아티스트들과의 워크샵을 마치며


   이탈리아 시골 마을 스폴레토에서의 라마마 국제 연출가 심포지엄(La Mama International Symposium for Directors)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4주 동안 다양한 강사들과 많은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가장 먼저 이번 워크샵의 가장 큰 주제인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Theatre of the Oppressed)와 다큐멘터리 씨어터(Documentary Theatre)에 대한 연극적 지식,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벨라루스와 같은 위기 상황에 있는 다양한 국가, 다양한 상황에서 그 커뮤니티 안의 시민들과 연극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연극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인생에서 연극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그들은 어떤 사명을 가지고 연극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극은 한 명의 창작자로서 발붙이며 살고 있는 지금의 한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내 작품은 어떤 관객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등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 고민의 과정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의 “화(Anger)”라는 감정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만드는 작업, <씹을거리를 가져오세요(Bring Your Own SIP)>의 다양한 기술적 접근 방법, 그리고 내 작업의 방향성에 대해서 날을 세울 수 있었고, 내 연극, 내 작품에 대한 믿음 또한 더욱 커졌다.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들과 함께 워크샵 프로그램 내에서 여러 가지 극을 만들며 개인적으로 느낀 바도 크다. “다양한 주장을 가진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하며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적인 고민, 지금까지 연극을 하며 내 스스로 만들어 온 선입견과 마음의 벽에 대해 인식하게 된 순간도 있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좀 더 내 스스로에게, 그리고 내 작품에 더욱 솔직해지는 법에 대해 찾으려고 노력했던 시간이었다. 이번 워크샵에서 많은 가르침과 그리고 고민을 얻은 만큼 앞으로 어떤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 스스로의 숙제 또한 많아졌다. 앞으로의 작업을 통해 이 고민을 의미있게 재생산해보고 싶다.

라마마(LaMama) 국제 연출가 심포지엄을 함께한 다양한 아티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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