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마 국제 연출가 심포지엄 Part.2-벨라루스 프리씨어터 & 헨알론
벨라루스 프리 씨어터(Belarus Free Theatre)의 나탈리아(Natalia Koliada), 니콜라이(Nicolai Khalezin), 블라디미르(Vladimir Shcherban)는 자신들의 조국인 벨라루스(Belarus)는 유럽에서 아직까지도 독재 정권 하에 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벨라루스에서도 시위, 선거, 합법적 재판 등 다른 나라들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모두 가능하게 하며 수면 아래 숨겨진 것들을 공론화하기 위해 연극을 하고 있다고 자신들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하며 워크샵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극단이 지금까지 작업해 온 작품들(Generation Jean, Psychosis 4.48, Being Harold Pinter, Zone of Silence, Eurepica Challenge, NewYork '79, King Lear 등)의 사진 자료들을 보여주며 자신들이 어떤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들이 개발해 온 토탈 이머젼 메소드(Total Emersion Method)에 대해 설명했다.
토탈 이머젼 메소드(Total Emersion Method)
- 빠르게 주고 받으며 조화롭게 이끌어가기
(Ensemble playing by the quick pass)
- 빠른 전환
(The swift flick from defense to attack & back)
- 전체에 걸쳐 긴장감 가지기
(Pressure applied the whole length of field)
- 긴박감(Sense of Urgency)
- 진정성(Sincereity)
벨라루스 프리 씨어터의 워크샵은 전날 하나의 과제를 주고 그 다음날 각자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모두 함께 크리틱을 하고, 그리고 몇 가지 게임을 한 뒤 이 게임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날은 각자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가운데 한 명의 술래가 “( )하는 사람(예.이탈리아에 처음 와 본 사람)”이라고 질문을 던지면 그 내용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일어서 빈 자리로 옮기고, 자리에 앉지 못한 술래가 다시 질문을 이어가며 워크샵 참가자들이 어떤 배경을 가졌으며,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지에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게임이 끝난 뒤에는 워크샵 강사 니콜라이가 참가자가 뒤에 서고, 그 사람이 어떤 질문에 움직였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더 깊게 서로를 알아가고 기억하게끔 했다. 오후에는 자신을 소개하기에 가장 적합한 물건을 가지고 오라고 한 뒤 그것과 관련된 자신의 사연,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자신의 생각, 그리고 행동과 연관되어 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벨라루스 프리 씨어터는 우간다, 르완다, 벨라루스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일반인들의 사연들을 바탕으로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어 아주 구체적인 사물,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과 관련된 게임, 워크샵을 진행했다. 아주 간단한 사물 세 가지, 돌, 종이, 슬리퍼 세가지를 가지고 즉흥극을 해보며 작은 사물이 어떤 상징을 가질 수 있으며, 각각의 상징들이 연결되어 어떻게 이야기가 만들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외에도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맛을 가진 구체적인 사물을 하나씩 가져오고, 행복의 맛(Taste of Happiness)에 대해 표현하는 짧은 극을 만들어서 각자 프레젠테이션하고, 크리틱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복의 맛에 대한 극에 대한 크리틱 시간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행복이라는 것을 그냥 표현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사람들의 기억을 끌어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아주 작은 물건부터 시작해서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다 보면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인가? 얼마나 깊은 감정을 끌어낼 것인가?는 항상 고민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더 이어져 13개의 구체적인 사물(예. 티셔츠, 사과, 볼펜 등)을 임의로 정해보고, 이 사물들이 모두 등장하되 사물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드라마적인 진전과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글 혹은 극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워크샵이 끝난 뒤 각자 준비를 통해 글, 노래, 극을 준비해왔다. 각자가 준비해온 내용을 모두 공유한 뒤 블라디미르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물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내서, 연출가로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하고,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할지 고민하고, 실제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연출가가 해야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시간에는 비행기 안에 13개의 사물과 관련된 배치하고 다른 참가자들이 그 사물과 관련된 행동을 하도록 하고 자연스레 진행이 만들어지도록 한 로마나(Romana)의 극이 인상 깊었다.
대사없이 공포(Fear)를 표현하는 극을 만들어 각자 프레젠테이션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춤, 이미지극, 소품을 이용한 극 등 다양한 형태의 극들을 선보였으며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크리틱 시간에는 이 과제에서는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나라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를 최대한 덜어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는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상상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반추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극을 만들 경우에는 퍼포머들 또한 그 감정을 직접 느껴야만 그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으며, 그 감정을 무대에서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외에도 고통(Pain)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기에서는 물감과 찰흙으로 자신이 인생에서 돌이키고 싶은 순간을 극으로 만들어 보기에서는 참가자 각자가 가진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공유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렇지 않다면 관련 단어 정도만 이야기하고 마치는 것으로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공유한 뒤, 블라디미르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되, 이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담하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나라에서는 차마 극으로 만들어 질 수 없는 민감한 이야기를 찾아서 글로 써보기를 했다. 시간 관계상 일부 사람들만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의 민감한 내용을 공유했고, 이는 추후 문집 형태로 모아보기로 하며 워크샵을 마쳤다.
벨라루스 프리 씨어터가 진행한 워크샵을 하면서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대담하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연기를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꾸며서 연기하지 말고, 그 상황 안에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공연의 목적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변화하고 행동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자신들의 공연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프리 씨어터는 일반인들과 작업을 하며 게임을 통해서 사람들의 얘기를 끌어내고, 그 게임의 상징성을 통해서 참가자들이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워크샵 중에 했던 흥미로웠던 게임은 아래와 같다.
1) 참가자들이 원을 만들어서 걷는다. 진행자는 하나의 키워드를 던지고 앞 사람이 한 단어를 말하면 그 다음 사람이 그 단어를 받아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진행자가 걷는 속도를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조절하면 참가자들은 그 느낌에 맞춰서 이야기를 만든다.
2) 말이 아닌 음성으로 의사 전달하기, 숫자 3과 같은 특정 숫자를 말하되 머릿 속으로는 다른 숫자를 생각하고 그 숫자에 가장 어울리는 음성으로 말을 해서 다른 사람이 맞춰 보게끔 한다.
3) 눈 가리고 달리기 게임. 어느 정도 거리 앞에서 4명의 사람들이 막을 준비를 하고, 한 사람은 눈을 가린채 4명이 있는 쪽으로 자신이 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워크샵 기간 중에 벨라루스 프리 씨어터가 스폴레토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올린 “디스커버 러브(Discover Love)”를 관람했다. 벨라루스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던 한 남자가 납치되어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그를 찾기 위해서 그의 부인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납치되고 죽임 당했는지 실상에 대해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연극으로 UN의 협조를 받아 2005년에 제작된 작품이었다. 그 작품에서 이들이 워크샵에서 우리에게 강조한 구체적 사물을 통해서 이야기로 확장하기, 꾸며내는 연기가 아닌 상황 안에 존재하는 연기, 관객을 놀라게 하는 대담한 시도,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본 뒤 행동하게 하기 등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끔 했다.
이스라엘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Chen Alon(헨 알론)은 앞서 첫 주에 Hjarmal(얄말)에 의해서 진행된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의 세부적인 형태인 “양극화된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 (The Polarized Theatre of the Oppressed)”를 중점적으로 진행되었다. 하나의 사회 안에 분열된 공동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형태의 연극을 다루며 헨(Chen)은 아우구스토 보알(Augusto Boal)의 전형적인 연극 형태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 형태를 자신은 어떤 상황에서 작업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여러 국가에서 극심한 분열을 겪고 다양한 커뮤니티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아우구스토 보알이 만든 전통적인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Theatre of the Oppressed)에서 어떤 부분이 변형되었는지 워크샵을 통해 설명할 것이며 그 전에 앞서 자신이 생각하는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Theatre of the Oppressed)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은 그들 자신을 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거울이며, 최종적으로는 커뮤니티에 하나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 변화는 행동할 때만 가능한 것이고, 변화 또한 누구하나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변화가 아니라 상호 이해간에 변화를 추구해 나가는 상호 변화(mutual transformation)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아우구스토 보알과 함께 작업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보알은 이 연극 형태가 자신들이 가진 하나의 무기이지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했다고 얘기를 전했다.
헨(Chen)의 워크샵 또한 많은 게임과 거기서 느낀 바를 공유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형태로 진행됐다. Chen과 진행한 게임은 아래와 같다.
1) 자리 있습니까?(Do you have a room for me?)
두 명씩 짝을 지어 큰 원을 만들고 가운데 술래가 짝 지어져 있는 팀으로 가서 “자리있습니까?”라고 묻고 Yes를 하면 그 중 한 명이 술래가 되고, 거부를 하면 다른 팀으로 가서 “자리있습니까?”를 묻는다. 그리고 중간에 누군가가 "변화(Revolution)"라고 외치면 기존의 팀은 없어지고 새로운 짝을 찾아 새로운 원은 만든다.
2) 달리기-점프-멈추기-이름대기
각자가 연습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되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달리기, 점프, 멈추기, 이름대기를 한다. 이 과정 중에 달리기↔점프의 뜻을 바꿔 달리기라고 말하면 점프를 해야 되고, 점프라고 말하면 달려야 하는 등의 말의 뜻과 행동을 달리해서 따라하게 한다.
3) 이미지 더하기
두 명이 앞으로 나와 악수를 한다. 두 명의 행동, 표정 등에 대해 참가자들이 자세하게 설명한 뒤 참가자 중 한 명이 악수를 하고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의 자리를 대체하여 모습을 그대로 흉내낸다. 그리고 또 다른 참가자가 나머지 한 명을 대체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참가자가 다른 한 명을 대체하는 식으로 반복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4) 의자에 올라가 이야기하기
의자를 3개 두고 돌아다니다가 멈추면 의자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3명이 의자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나서 다른 참가자들과 천천히 눈을 맞춘 뒤 자기에게 하고 싶은 얘기, 친구에게 하고 싶은 얘기, 사회에 하고 싶은 얘기 등을 하며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무 규칙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하며 어떤 것 까지 해볼 수 있는지 시도해본다.
5) 억압된 모습(Oppressed) 몸으로 표현해보기
자신이 최근에 억압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떠올려보고 그 이미지를 몸으로 표현해본다. 2명씩 짝을 지어 자신의 모습을 상대를 통해 재연해보고 공간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모습과 다른 사람의 억압된 모습을 바라보고, 공감되는 이미지 앞으로 가서 그 억압된 모습의 상대 역할을 하며 완성된 이미지를 만들어 본다.
6) 1,2,3
새.우.깡.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2명씩 짝을 지어 1,2,3을 번갈아 외치되 사랑을 담아, 화난 상태로, 음흉하게 등 여러 감정을 담아서 해본다.
7) 공간 움직이기
모든 참가자들이 연습실을 자유롭게 걸어 다닌다. 그러다가 한 번에 한명만 움직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기존에 움직이던 사람은 멈춘다.(1명만 걷기) 그 다음으로 모든 사람이 다시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한 번에 한 명만 멈춰있고 다른 모든 사람이 움직인다. 다른 사람이 멈추면 멈춰있던 사람은 다시 움직여야 한다.(1명만 멈춰있기) 그 다음으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2명만 움직이기/2명만 멈춰있기”를 하되 2명이 움직이는 이유와 스토리를 만들어서 즉흥극 방식으로 진행해보고, 이어서 “3명만 움직이기/3명만 멈춰있기”를 스토리를 만들어서 진행해본다.
8) 동작 만들어지는 데로 따라가기
참가자들 전체가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한 명이 움직임을 시작하면 모든 참가자들은 그 동작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동작을 시작하면 그 동작으로 이동해가고, 계속해서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내고 전체 집단이 그 동작을 해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9) ( ) 하는 사람
참가자들이 원을 만들고 한 명이 가운데서 “( ) 하는 사람”(예.경제적으로 독립한 사람)이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일어서고 일어선 사람들끼리 재빨리 자리를 바꾼다. 그리고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이 다른 질문을 던지며 계속해서 진행하며 각자의 성격과 정체성에 대해 파악한다.
양극화된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 (The Polarized Theatre of the Oppressed)에 접근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로 각자가 가진 정체성(Identity)를 정의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지며, 자신이 같은 날에 얼마전 아픈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며, 그리고 자신의 아들의 기저귀를 갈면서 들었던 생각을 예시로 들며, 같은 종류의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얘기를 하며 워크샵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체성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정체성을 종이에 적어 자신의 몸에 붙이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사람과 마주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정체성 중 하나를 몸으로 표현해봤다. 그 다음으로는 4명씩 짝을 지어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가면서 몸으로 표현해보고 그걸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느낀바를 이야기 나눠보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시를 적어보는 일을 했다. 그리고 나서 4명의 참가자들의 정체성 16가지를 모아보고 이 중에 대립되는 키워드를 뽑아보고, 이 두 가지가 충돌하며 생긴 갈등을 겪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 중 가장 공감되는 이야기를 선정하여 3장의 이미지로 표현해봤다. 도입(Opening), 과정(Struggle), 결과(Outcome)의 순간적인 이미지를 표현해보고 네 팀이 서로의 극을 보고 느낀 바를 공유했다.
다음 날에는 전날 만들었던 3장의 이미지를 기본으로 하여 극을 발전시키는 작업을 했다. 4명씩 총 4팀으로 나뉘어 극을 발전시켰으며 각 팀의 주된 내용은 1팀-착한 아이 콤플렉스, 2팀-학교에서 억울한 소문으로 인해 해고된 일, 3팀-한국 사회에서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강요당했던 일, 4팀-학교에서 흑인이기 때문에 교사에게 차별당했던 일이었다. 전날 만들었던 3장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 보충 및 부드러운 전환을 고려하여 극화하였고, 헨(Chen)은 각 팀의 극을 포럼 씨어터 방식으로 해보기 전에 포럼 씨어터(Forum Theatre)는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의 관객소통형(Interactive) 모델이며 리허설을 진행한 뒤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접근 방식에는 정치적 방식(political), 치료적 방식(therapeutic), 예술적 방식(artistic)이 있다고 말했고, 이러한 접근 방식을 기본으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1팀-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관한 극은 스탑 앤 고(Stop & Go)방식으로 재연해봤으며 극을 진행하다 일정 순간 멈추고 진행자가 가리키는 캐릭터가 그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른 퍼포머들과 관객들이 들을 수 있게 말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각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관객들이 자유롭게 말한 뒤 그 감정을 중심으로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한 가지 동작을 만들어보고, 그 동작을 중심으로 직접 연기를 했다. 주인공과 적대자에 각각 3명씩의 관객이 붙어서 자신이 주인공/적대자에게서 느낀 주된 감정(예, 맹목적 사랑, 두려움, 불안감, 거부)을 중심으로 극을 다시 재연해봤다. 이를 통해 한 방향으로 해석했던 기존의 사건의 원인을 어려가지 감정을 대입시켜보며 다양한 관점으로 사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2팀-학교에서 억울한 소문으로 인해 해고된 일에 관한 극은 감정 분석 방식(Emotional Analytic Technic)으로 진행되었으며 같은 극을 모든 캐릭터들이 행복한 감정만으로 표현해보고, 그 다음 화가 난 감정만으로 표현해보고, 두려운 감정만으로 표현해보는 방식이었다.
3팀-한국 사회에서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강요당했던 일에 관한 극은 중요한 순간에 극을 일시 정지하고 그 상태에서 모든 캐릭터들이 자기가 순간 하고 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참가자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퍼포머들 옆으로 가서 그 캐릭터가 그 순간 가진 생각을 직접 옆에 가서 듣는 방식이었다. 이 극은 또 다른 형태의 테크닉도 활용해서 극을 재연해봤는데 이는 극의 형태를 다른 장르로 바꿔가며 재연해보는 것이었다. 진행자의 큐에 따라 극을 뮤지컬 형식으로 바꿨다가, 누아르 영화, 호러 영화, 만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보며 장르 뒤에 숨겨진 핵심 이데올로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 다음에는 처음부터 극을 진행시킨 뒤 관객들이 이 순간은 이런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에 정지를 외치고 자신이 기존의 퍼포머를 대체해 새로운 극을 만들어 보는 작업을 했다.
4팀-학교에서 흑인이기 때문에 교사에게 차별당했던 일을 극 안에서 주인공의 적대자였던 백인 교사 입장에서 재연해보기도 하고, 극 안에서 교실에 있었던 다른 학생들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이 느낀 방식으로 극을 변형시키고 그 방식으로 극을 재연해봤다. 헨(Chen)은 이 두 가지 방식을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의 이름을 차용해, 각각을 라쇼몽(Rashomon) 방식, 민주적 라쇼몽(Democratic Rashomon) 방식이라 불렀다.
헨(Chen)은 위의 여러 가지 방식으로 참가자들의 개인적 경험을 포럼 씨어터의 형태로 발전시키는 방식들에 대해 경험해보게 한 뒤 각각의 형태에서 억압하는 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기(devalue), 묵살하기(dismiss), 깔보기(patronizing), 계급으로누르기(outrank), 수치심주기(shaming), 회피하기(deflect), 위협하기(threat), 지연시키기(postpone), 아첨하기(flattering), 애태우기(tantalizing), 연민에 호소하기(seeking-empahty), 강압하기(coercing), 모욕하기(insulting), 비난하기(blaming), 거부하기(denial), 동의하기(agreeing/coopting), 처벌하기(punish). 이 전략들을 바탕으로 특정한 상황을 준 뒤, 2명씩 짝을 지어 한명은 억압하는 자(oppressor), 다른 한명은 억압받는 자(oppressed)로 설정한 뒤 억압하는 자는 대답의 시작을 "그렇지. 하지만...(Yes, but)"으로 시작하게끔 하여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해보도록 했다.
헨(Chen)의 워크샵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포럼 씨어터가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 뒤, 과연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는가에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을 두 군데로 나눠서 서게 한 뒤, 그 중 한 명이 현재 참가자들 중에서 두 집단으로 성격이 나뉠 수 있는 질문(예.나는 돈에 대해 항상 걱정한다. 나는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을 던진 뒤 각자가 자신이 해당하는 지역으로 이동하게끔 했다. 이 중 사람들의 수가 반으로 나뉘면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선정하여 워크샵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눠서 각각 한 줄로 선 뒤 서로에게 “내가 당신을 보고 있고, 당신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I know I am watching you and you are watching me)”라는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게끔 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 그룹이 이런 것을 느끼고 있다고 느꼈다.” “상대 그룹에서 이런 것을 느끼고 있다고 느꼈다.”라는 내용의 토론을 각각의 그룹에서 진행하게끔 했다. 그리고 나서 각 그룹에서 한 명이 이 내용을 받아적은 뒤 상대 그룹으로 가서 이 내용을 전달하게끔 했다. 마지막 단계로 상대 그룹에 대한 자신의 그룹의 반응을 정리한 뒤 그것을 극 형식으로 표현해보는 것으로 워크샵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