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마 국제 연출가 심포지엄 Part.1-디아나 밀로세빅 & 얄먈 요르게
라마마 움브리아는 미국 뉴욕의 라마마 E.T.C.가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역의 스폴레토에 1990년에 설립한 예술가 레지던시이다. 라마마 E.T.C.는 6-70년대 미국 실험연극의 메카로 불리는 극단으로 예술감독 엘렌 스튜어트의 기획 아래 많은 실험 작품들을 만들어 왔으며.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단체이다. 라마마 E.T.C에서 운영하는 뉴욕의 라마마 극장에서는 2010년 극단 서울공장의 연극 “두 메데아(Medea and its Double)”, 2011년 연극 “하멸/햄릿(Hamyul/Hamlet)” (연출 : 안병구)이 올라간 바 있으며, 내가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동안에도 향후 있을 한국 창작자들과 있을 작품 준비로 서울 창작진들과의 의견 교환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매년 7~8월에 진행되는‘국제 연출가 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for Directors)’은 올해(2014년)로 15번째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해에는 기존에 2주 연기 워크샵, 2주 연출 워크샵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을 “사회변화를 위한 연극(Theatre for Social Change)”라는 주제로 특화하여 진행해 본 첫 해라고 프로그램을 참가하며 알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사회운동가, 연극창작자로 활동 중인 얄말(Hjalmar Jorge Joffre-Eichorn), 디아나(Dijana Milosevic), 벨라루스 프리씨어터(Belarus Free Theatre), 헨(Chen Alon), 로베르토(Roberto Varea), 제시카(Jessica Litwak), 엔리코(Enrico Casagrande), 다니엘라(Daniela Nicolo)와 함께 사회변화를 위한 연극(Theatre for Social Change)이라는 큰 주제 아래 억압받은 자들의 연극(Theatre of the Oppressed), 다큐멘터리 씨어터(Documentary Theatre)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해외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지원을 통해서 참가하게 된 이번 워크샵에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연극인으로써 나의 연극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나의 관객은 누구이며, 내 작품은 관객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한 달의 시간이었다.
라마마 움브리아에서 첫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Dijana Milosevic(디아나 밀로세빅)의 세션은 라마마 움브리아 연출가 심포지엄이 열리는 스폴레토에서 6월 27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린 스폴레토 페스티벌의 초청 작품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다 씨어터(DAH Theatre)의 신작 “부재의 존재(Presence of Absence)”는 실종된 남편을 찾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연은 세르비아어로 진행되었으며, 이탈리아어 자막, 영어 프린트물이 제공되었다. “그는 없지만 아직도 그의 냄새가 난다.(His scent without him)”이라는 대사로 시작된 공연은 세르비아 정부에 의해 자행된 대량 학살이후에 실종된 남편을 찾아 떠도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 여인과 “모든 것을 겪은 여인(centuries old woman who saw it all)”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었다. 모든 것을 겪은 여인의 대사는 대화라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나레이션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음악이 극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강하고 무거운 인상을 만들어낸다. 이 공연 관람을 통해 첫 세션을 진행하는 디아나 밀로세빅(Dijana Milosevic)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스타일은 어떤지 많은 설명없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으로부터 역사까지(From Personal to Collective History)라는 주제의 워크샵은 총 4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참가자 개인이 겪어온 사건들을 다른 사람들의 사건, 그리고 역사상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과 연결시키고 그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시작했다. 디아나 밀로세빅(Dijana Milosevic)은 이를 위해서 참가자 각자의 몸 구석구석을 느끼고, 무대에 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잘 느껴야만 한다고 강조하며, 워크샵 시작 전에 항상 간단히 몸을 풀고 다같이 무대에서 움직이게끔 했다. 자신의 발이 무대와 연결된 것을 느낀 뒤, 제 3의 눈으로 자신의 신체 각 부분을 관찰하게 하고, 우리가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타인의 특징, 무대의 특징에 대해서 질문/대답을 하며 무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요구했다.
워밍업이 끝난 뒤 한주 동안 중점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도 만들기”이다. 시작에 앞서 각자 가져온 노트에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 지도를 그리게 한 뒤, 참가자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우리의 세계 지도를 그리게 했다. 그런 뒤 “출생지, 처음 여행한 곳, 꼭 가보고 싶은곳, 슬픔의 지역, 꿈을 이루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 우리가 지금 있는 스폴레토(Spoleto)” 총 7 장소로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동하게 하며 그 스토리와 움직임 자체가 하나의 극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출생지와 관련하여 자신의 부모/조부모가 그 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으며, 자신은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고, 그것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각자 적은 내용 중에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연출가가 선정해 꼴라주 형식으로 나열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쌓아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이 끝난 뒤 이 워크샵에 참여한 퍼포머들이 각각의 장소로 이동하는데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활용할지 정하기 위해 다양한 신체 훈련을 진행했다. 신체의 한 부분을 정해 그 부분이 전체 몸을 이끌도록 하였고, 그리고 자신의 시선을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이동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팔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나서, 자신이 겪은 역사적 사건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3가지를 뽑아보고 이 사건들을 몸으로 표현해보는 훈련을 했다.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해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해보기도 한 뒤 앞서 진행했던 7 장소를 이동하며 지도를 만드는 것과 연결시켜 극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워크샵을 마쳤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얄말(Hjalmar Jorge Joffre-Eichorn)은 억압받는 자들의 연극의 형태 중 포럼 씨어터(Forum Theatre)와 플레이백 씨어터(Playback Theatre)에 대한 기본적 배경과 함께 실제로 어떤 경우에 이러한 형식의 작업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게임과 극 만들기를 통해 진행했다. 총 5일간 진행된 이 워크샵에서 얄말은 매일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역사상 7월2일, 7월3일, 7월4일, 7월5일, 7월6일에 각각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 와서 이 내용을 이야기했다. 첫날 워크샵의 참가자 각자가 플레이백 씨어터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공유하며 시작했다.
1) 플레이백 씨어터(Playback Theatre)
얄말의 워크샵은 기본적으로 게임 진행한 뒤 그 게임을 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고, 이러한 모티브들이 플레이백 씨어터 및 억압받는 자들의 연극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진행한 게임들은 아래와 같다.
1) 원을 둥글게 만든 뒤 한 사람이 박수를 치면 옆 사람을 그 타이밍을 예측하여 다음 사람에게 다시 전달하기,
2) 원을 만든 상태에서 한 사람 술래를 정해 원의 중심에 두고, 다른 사람들이 술래 모르게 자리를 바꾸기,
3) 두 명씩 짝 지어서 1,2,3을 번갈아 가면서 얘기하되, 실수하면 벌칙을 받는 것이 아니라 칭찬하고 독려해주기
4) 원을 만들고 한 사람이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말하면, 반대편에 있는 3명이 이를 표현해보기
5) 두 명씩 짝 지은 뒤 한 사람이 손을 다른 사람의 얼굴 가까이에 둔 상태로 손을 이동하면 다른 사람이 그 손을 따라가보기, 역할을 바꿔보고,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해보기
게임이 끝난 뒤 각자는 각 게임에서 느낀 점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 후 얄말은 각 게임을 연극적/사회적인 의미로 확장한다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상상하게 했다. 첫 번째 게임에서 다른 사람의 호흡에 맞춰 박수를 치는 행위, 두 번째 게임에서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행위, 게임에서 실수한 뒤 벌칙이 아니라 칭찬했을 때 참여자들이 가지는 감정 등에 대해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플레이백 씨어터는 기본적으로 1명의 진행자(conductor), 1명의 화자(storyteller), 4명의 배우(actors), 1~2명의 음악가(musician)가 아래와 같은 위치에서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짧은 형태(Short form), 중간 형태(Mid form), 긴 형태(Long form)로 나누며 4명의 배우가 함께 화자의 이야기를 재연하는 경우와 2명씩 짝을 지어 각자 상반된 감정(예.기쁨-두려움)을 표현하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명씩 짝을 지어 각자의 이름, 현재 느끼는 감정을 짧은 형태의 극을 시험해보고, 이어서 4명이 한 팀이 되어 3명이 나머지 한 사람이 말하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표현하고 관람했다. 긴 형태의 플레이백 씨어터를 만들어보기 전 참여자 개인에게 미쳤던 역사상 큰 사건을 꼽아보고, 그 사건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었다. 그리고 나서 각자의 이야기를 누구의 이야기인지 모르게 섞어놓은 뒤 돌아가며 이것을 모두 읽어본 뒤 자신이 가장 공감하는 이야기를 선정하여 이것을 재연해보는 작업을 했다. 이어서 긴 형태를 같이 만들어보는 데에 있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볼 사람 자원을 기다렸다. 이 중 일리노이에서 온 키샤(Keisha)라는 친구가 어렸을 때 자신의 오빠와 지내던 이야기, 그리고 오빠가 자살을 해서 세상을 떠난 이야기를 하고, 이를 4명의 배우들이 재연하고 이를 보며 느끼는 바에 대해 참여자, 화자, 관객 입장에서 이야기 나눴다. 이후에 2명의 지원자가 더 생겨 그들의 이야기를 플레이백 씨어터의 형태로 재연해봤다.
2) 포럼 씨어터(Forum Theatre)
억압받는 자들의 연극의 세부 형태로 포럼 씨어터(Forum Theatre)가 1960년대 브라질 독재 시절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기본적으로 포럼 씨어터는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연극의 형태로 예술가에 의해 독점되는 연극이 아닌 대중이 함께하는 연극을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조커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극을 진행하는 나름의 레퍼토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포럼 씨어터는 기본적으로 1.음악 → 2.극 → 3.광고 → 4.극 → 5.광고 → 6.극 → 7.음악의 순서로 진행되며 음악과 광고 사이에 들어가는 3번의 극이 내용상 점프가 있으나 점점 갈등이 쌓여간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주인공(Protagonist)와 적대자(Anti-protagonist)의 대치가 점점 위기를 고조시키며 이 주변에는 동료(Ally), 방관자(Bystander), 무력한 관찰자(Powerless Observer), 목격자(Witness)가 존재한다.
극을 구성하는 요소는 위와 같고, 이들을 가지고 극을 만들때는 아래의 내용을 항상 염두하며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1) 이야기는 명확한가?
2) 극은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해 신경쓰고 있는가?
3) 관객들이 끼어들 틈이 존재하는가?
4) 누가 이극의 주된 관객인가?
포럼씨어터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극 전개가 한 축을 이루고, 이 극을 본 뒤 관객들이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조커의 진행에 따라 관객들은 내용을 바꾸고 싶은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으며, 배우들은 관객들이 제시한 내용을 변경하여 다시 극을 진행한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참여자 17명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 관심있는 이슈에 대해 토론을 거친 뒤 이를 포럼 씨어터 형태로 만들어 봤다. 한 팀은 “외국인 노동자가 받는 불평등과 불공정한 대우”, 다른 한 팀은 “No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 인권”에 대한 극을 만들었다. 극을 완성한 뒤 관객들(심포지엄 운영 스탭 및 게스트 아티스트들)로부터 극에서 받은 느낌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지고, 어느 부분을 바꾸고 싶은지 제안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다시 극을 재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꾸고 싶다는 제안을 한 사람이 직접 무대로 올라와 자신의 생각대로 극을 이끌어 갔고, 변형된 이 형태의 극을 완성한 뒤 참여자, 관객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