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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꼽슬 Curlywavy Jang Oct 28. 2019

[그로토프스키 #1]이곳을 찾아가게 된 결정적 이유

 연기"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다.

그로토프스키 워크센터를 찾아가게 된 결정적 이유

   내가 아끼는 작품 중 하나는 <씹을거리를 가져오세요>라는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텐트와 맥주를 가지고 길거리로 나가 1년 동안 실제 사람들의 화난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를 모으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두 달간의 워크샵을 통해 화라는 표면적인 감정 깊숙이 자리잡은 욕망에 대하여 이야기한 작품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작품을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1년의 작업 과정 동안 고민도 많고 힘든 일도 많았다. 다소 생소한 형태의 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강한 지적 호기심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아래 내용은 공연에 참여한 배우를 꿈꾸는 예고 재학생과의 워크샵 중의 대화를 무대 위로 그대로 올렸던 장면이다.

<씹을거리를 가져오세요(Bring Your Own SSIP)>) 중 소연이와의 대화


목소리         힘든 일이 또 있나요?
소연           솔직히 말하면 제가 연기를 하다보니까 연기라는 게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서 좋아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거라 익숙하기도 한데...정말 이 길이 맞는 건가? 라는 고민이 있어요. 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어서 이걸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 때도 있어요. 다른 애들 보면 춤이라든지 노래라든지 특기가 있거든요. 근데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선생님한테도 잘 보이고 싶은데 잘 안돼요. 제가 혼자 아무리 열심히 하고,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도 그건 잘 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야 그런 거지. 이런 생각하다보면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하는 게 맞나? 연기를 계속 해야 되나? 진짜 고민돼요.
목소리       자기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인정이 중요해요?
소연           네. 당연히 중요하죠. 아무 소리 안하는 건 저한테 관심이 없다고 느껴져요. 욕을 하든 칭찬하든 뭐든 던져주는 게 나아요.
목소리       그럼 만약 무인도에서 수십 년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해서 연기의 신이 됐어요. 그래도 그건 잘하는거 아니에요?
소연           그렇게 연습해서 누군가가 인정을 해준다면 잘하는 거겠죠
목소리       무인도라 아무도 없다니까. 
소연           그러네요. 
목소리       이 공연은 어때요?
소연           제가 저를 연기하는 거잖아요... 좀 특이해요.


  연습 중에 다른 한 출연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내 이야기를 솔직히 하는 거라 전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대에 서면 계속 내 이야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제가 저를 연기하게 되요. 다 털어버리고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어려워요."

  이런 상황은 출연자들 모두가 조금씩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공연의 회차를 거듭할수록 출연자들은 무대 위에서 관객과 나누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에 인위적인 연기를 더해가고, 각자의 이야기를 더 잘 들려주기 위해 출연자 나름의 연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연습 과정에서 공유했던 진정성이 사라지고, 전체적인 공연의 흐름도 느슨해졌습니다. 공연 시작 전마다 배우들과 이러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위적 연기가 아닌 진짜 모습을 찾아보고자 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마지막 공연까지도 이러한 점은 잘 해결되지 않았고 제가 연출가로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하나의 숙제로 남겨졌다.

예지 그로토프스키(Jerzy Grotowski)

  다음에 이런 순간을 다시 마주했을 때 연출로서 어떤 방법으로 해결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중 그로토프스키의 객관연극(Objective Drama)과 부정법(Via Negativa)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무엇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특정한 연기를 제거하고 없애는 부정의 과정, 머리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의식적인 과정이 아닌 온 몸과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일어난 생각과 충동을 신체를 통해 표현하고 반응하게끔 하는 이 방법론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생겼고 좀 더 알고 싶었다. 이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며 독학을 하던 중에 그로토프스키가 1986년 설립한 이탈리아 폰테데라(Pontedera) 지방의 그로토프스키 워크센터(The Workcenter of Jerzy Grotowski and Thomas Richards)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이 곳에서 매년 하계 인텐시브 프로그램(Summer Intensive Program)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 스코어 만들기: 원리, 실행, 목적, 의미와 내용

 (Creation of the score: its logic, actions, intentions, meaning and content)

- 노래부르기(Singing)

- 소리의 바이브레이션(Vibration of the voice)

- 공간 지각, 공간을 채우는 요소들에 반응하기

 (Awareness of space and reacting to its constituent elements)

- 즉흥: 충동/ 반응에 민감한 정신상태(Improvisation: the impulses / the vigilant mind)

- 구조 내에서의 즉흥극(Improvisation within a structure)

- 만들어진 동작과 리듬(Composed movement and rhythm)


  이 곳에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을 실제로 경험하고 그동안 글로 혼자 학습한 그로토프스키의 이론과 훈련법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었고,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진짜 연기”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맘껏 고민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여름을 한번 불살라보고자 멀고 먼 이탈리아 시골마을 폰테데라에 있는 그로토프스키 워크센터를 찾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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