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합에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다. 한국에서 정말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대륙인데, 한국인이 이렇게나 많다니! 마치 tvN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이 방영되고 난 뒤의 라오스 방비엥의 모습처럼, 작은 어촌마을인 다합에는 한국인이 정말 많다. 우스갯소리로 다합민국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이집트 다합을 위한 단톡방 ‘다이빙에 미치다’ 는 거의 700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정보공유를 한다. 단톡방 내에서 동행을 구하고, 집을 구하며 룸셰어를 구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조미료, 김치 등을 사고팔기도 하며 심지어는 이곳 식재료로 최대한 한식스럽게 요리를 한 다음 김밥, 불고기, 볶음밥 등을 팔기도 한다. 참 신기한 모습이다. 처음에는 저게 팔릴까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는 한식에 갈증이나 단톡방 내에서 한식 정보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또 한국인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대부분의 이집션들이 ‘하이 꼬레아’ 라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꼭 물어본다. “north? or south?”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임이 피부로 와닿는 질문. 하여튼, 저 활발한 단톡방에서 어느 날, 한 집의 호스트가 다합 한국인 파티를 개최한다고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흥미가 당긴 우리는 모임에 참가하였다. 거의 2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날 저녁, 파티홈으로 모여들었다. 참 신기하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이집트 다합이란 촌 동네에서, 한국인들이 이렇게 모여 파티를 한다니. 호스트는 직접 준비한 음식과 칵테일로 우리를 대접해주었고, 그날 저녁, 20명 남짓의 한국인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워나갔다.
세계 일주를 하다가 다합의 매력이 푹 빠져 여기에 눌러 살고있는 사람, 방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이집트로 넘어온 사람, 우리처럼 한국에서 다이빙을 위해 이집트까지 건너온 사람 등, 다양한 나이대의 청춘들이 모였다. 머나먼 타지에서 이렇게나 행복하게 웃으며, 처음 본 사람들과 ‘여행’ 단지 그뿐 만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행복한 화합이 이루어진다니. 이게 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다들 한국에는 의지하는 소중한 친구도 있을 것이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옆에 있는 처음 본 여행자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다. 소중한 인연의 끈이 이곳, 다합의 한 집에서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