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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비 Oct 18. 2022

교자 집에서 홀로 칼국수 한 그릇을 사 먹기까지

안쓰러운 나를 응원해주기 위하여

요 며칠 전에는 홀로 모 교자집을 찾았다. 내 반쪽은 모 교자 집이 명동교자의 짝퉁 아니냐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라, 결국은 나 혼자 가게 되었다. 뭐 중요한 점은 짝퉁이니 뭐니가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 외식을 하는 일이 그다지 흔치는 않은 일이라 그게 매우 낯설게 느껴졌던 부분들을 써 내려가고 싶었다.


처음 글 쓰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진 못하다. 그래서 주중에는 되도록 집에서 밥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외식은 절대 않는 알뜰한 평일을 보내고 있었다. 외식은 철저히 데이트를 하는 날들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확실히 주머니 사정 관리에는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다만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 제시하는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는 것을 자꾸만 미루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집 밖을 나가는 모든 순간이 돈이기에, 하려던 일들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내가 고작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돈을 쓰고 돌아다니는 게 영 마땅치 않았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보상'의 개념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내가 나를 평가할 때 작업량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 나에게 보상을 주는 게 못마땅했다. 그런 생각은 매주 아티스트 데이트를 못하게 만들었다.


그날은 오롯이 혼자서 보낸 주말이었고, 서점에서도 2-3권이나 책을 읽었기에 나에게 보상을 주기로 했다. 고작 만 원짜리의 칼국수 한 그릇이었지만, 그것도 조심스러웠다. 데이트도 않는데 나 혼자 이렇게 큰돈을 쓰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면서도 얼마 하지도 않는 이 돈에 망설이는 내가 안쓰러웠다. 고민했지만 안쓰런 나를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고작 교자집 칼국수 한 그릇을 먹는 데까지 이렇게 많은 주저함이 있었다니.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조금 안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것이 세상의 내 몫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응당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기꺼이 견뎌내겠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에게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마냥 배부른 상태만 알았다면 성공한 현재에 감사할 수 있었을까. 훗날의 토대를 닦는다는 생각으로, 배고픈 지금을 감사히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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