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의 길을 트기 위하여
오늘의 오후의 글쓰기 과제는 오늘 읽은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한 문장을 가져다 꾹 눌러써보는 일. 책에서 언급해주신 내용 그대로를 가져오는 게 괜찮을까 조심스럽지만 내게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더 알려준 내용이었던 것 같아서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살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읽기와 쓰기는 하나입니다. 읽다 보면 쓰게 되고, 쓰기 위해 또 읽습니다. 둘은 분명히 다른 행위인데, 어떤 게 먼저인지 가리기 어려울 만큼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내 머리에서 짜내는 글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독서라는 형태로 신선한 영감, 훌륭한 문장에의 노출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영어권에 가서 살다 보면 영어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듣고 말하는 실력이 자연스레 느는 것처럼 좋은 문장으로 잘 정리된 글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내 문장도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오후의 글쓰기>, 이은경
그렇다, 가만히 있으면 브런치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서도 한 글자 써 내려가기가 그렇게 어렵던데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글이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가님의 화법에 영향을 받은 탓이겠지 싶다. 따뜻한 문장들 덕분에 나의 문장도 조금 더 따뜻하게 쓰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읽고 있을 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글을 더 써 내려갈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는 나는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끝없이 콘텐츠와 마주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다못해 뉴스, 짤, 유튜브의 문장들까지.
그런 문장들의 한계점은 신선항 영감을 주기 어렵다는 데 있다. 훌륭한 문장이 아닌 평범한 문장들은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만한, 영감을 줄만한 힘이 부족하다. 어디 주민센터의 신명조체로 쓰인 공문 같은걸 보고서 '나도 따뜻한 글을 써야겠어!'라는 결심이 밀려들 수 있을까?
우리는 24시간 소리를 듣고 무엇이든 활자를 읽고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된 만큼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창조성을 갉아먹는 손쉬운 도파민 요소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선순환을 주는 창조성 개발 도구이자 행동하는 명상이다. 쓰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글을 읽어나가자. 어떤 책이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