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과 내려놓기, 그럼에도 야망 품어보기
내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야망이 있다. 이걸 듣는 사람은 터무니없다고 콧방귀를 뀔 것 같아 지금껏 입 밖에 내어본 적이 없다. 바로 자작곡을 담은 솔로 앨범을 내는 것. 누군가는 네가 케이팝에 미치더니 톱스타라도 된 줄 아냐며 나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꾸어본 꿈이자, 처음으로 체념하고 단념했던 꿈이 노래하는 일이었다.
남들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상상만 하면 언제나 가슴이 뛰던 나였다. 지금도 간간히 축가를 부르게 되면 무대를 준비할 생각에 설레고,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 모습에 가슴이 뛴다. 이제야 고백해보지만 군인 시절 슈퍼스타K4 오디션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결과는? 1차 오디션에서 광탈. 하지만 그 당시에는 가슴 뛰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덕분에 하루 일과에서 열외 할 수 있었다. (큰 성과다.)
그 이후에도 노래하는 직업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했다. 학업에 매진할수록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격차에 스트레스가 밀려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복통을 달고 살았다. 결국 마음에 걸리는 건 시도라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교 연합 동아리 보컬 활동까지 이어졌다. 결국 공연까지 1회 마치고 나서야 조금은 후련해진 건지, 이 업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름의 주제파악이 되었던 셈이다.
내 목소리는 아이유처럼 맑고 청아하거나, 진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목소리는 아니다.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라 그런지, 내가 내 목소리를 들을 때 어딘가 불편하고 듣기 싫은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래하는 순간은 완전히 몰입할 수 있고 자유로움을 느낀다. 업을 삼을 정도는 아니지만 노래는 날 자유롭게 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어디에도 말 못 할 발칙한(!) 꿈을 꾸어보고 있다.
현실이 각박하고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해도 하루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니, 보컬 트레이닝이나 음반을 내는 생각은 사치 같기도 하다. 지금은 그저 홀로 코인노래방 (혼코노) 3곡 정도면 그 목마름이 채워지니 만족스럽다. 그렇지만 언제 어떻게 내가 스타가 될지 모를 일이니, 혹시 몰라 동영상은 늘 기록해 남겨놓아 본다. 그러고 유튜브 개인채널에 몰래 올려 누군가 보고 간 흔적에 홀로 흐뭇해하는 것. 그것만으로 오늘도 내 야망을 조금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