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를 주저한다는 것은 아직 마음의 결정이 확실하지 않다는 내면의 신호인가. 그렇다고 시작을 마냥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결국은 언젠가 부딪혀야 할 세상일 것이다. 나로서 살아가려면 내 안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 골고루 받아들이고 또 인정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한쪽으로 미뤄두고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미루고 부정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던 것 같은데, 더 이상 내겐 시간이 없다. 이제는 정말로 시작하고 정말로 끝을 내야 할 때.
시작이라는 방아쇠를 당기면 내 세상에 무슨 큰일이 일어나서 그런 걸까? 과연 그럴까? 내가 너무 호들갑 떨고 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론 별일 아닐 것이다. 모든 일들이 그랬듯이. 내가 무슨 장원영이나 뉴진스 정도 되는 탑 아이돌도 아니고, 사람들이 사사건건 나에게 잣대를 들이밀 일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악플은 관심의 삐뚤어진 표현이기에 그 또한 감사해야 할 일인가.
내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세상도 함께 변해가고 있다. 둘러본 연락처와 사람들의 근황은 생각보다 많이 바뀌어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모습들도 있었네, 혹은 많이 발전했네 등등. 다들 살아있는 모든 순간들을 열심히 살아가고 채워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은 움츠러들었던 것 같다. 엇, 너무 나대는 건 아닌가. 너무 호들갑 떠는 건 아닌가. 별것 아닌 일임에도 자꾸 더 높은 잣대를 들이밀게 되고 더 겸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들이 함께한다.
팩트는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할 일이지. 진짜, 알을 깨고 나가야 할 때. 그것이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