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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호 Apr 09. 2023

취미는 독서

달팽글방(2023.4.9. 일 취미)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취미와 특기란이 있었다. 특기도 곤혹스럽지만 취미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10대의 취미란 기껏해야 드라마 보기, 연예인 좋아하기, 뒹굴뒹굴 대기, 만화책 읽기 정도지만 기록에 남는 <취미>는 어쩐지 조금은 고상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이 취미들은 영화감상, 음악감상, 운동, 독서 따위의 입 밖으로 내기에는 어쩐지 조금 부끄러운 단어들로 대체되어 버렸다.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대부분의 취미는 세분화되거나 조금 심화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취미가 되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었다. 주로 넷플릭스보기, 동요 듣기, 산책, 그리고 독서되시겠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독서요”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의 얼굴에는 어쩐지 “에이 그짓말~~”하는 듯한 표정이 떠오르지만 진지하게 “진짜입니다.”하면 이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어버린다. 가끔씩 다짜고짜 “오올~” 또는 ‘너 참 잘났다’라는 뉘앙스로 비꼬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이런 반응들 때문에 ‘취미는 독서’라는 것은 때때로 쑥스러운 문장이 된다.


 왤까. 왜 유아기 때부터 청소년기까지도 독서를 시키기 못해 안달복달하고 모두 다 성공의 비결은 독서, 독서의 중요성을 읊어대면서 막상 취미가 독서라는 말에는 고리타분한 사람, 따분한 사람, 잘난 척이나 고상한 척하는 사람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걸까. 서른이 넘어서도 그림책을 좋아할 수 있고, 한참 뛰어놀 나이에도 방 안에 앉아 철학책을 읽을 수도 있고, 나이, 성별, 직업 불문하고  늘 가방에 가벼운 시집을 넣어두고 다닐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냥 티비보기 처럼 가볍게 생각해 주면 안 되는 걸까. 네? 대한민국 여러분.


 때때로 책 좋아한다는 말에 상대방이 흠칫 놀라며 “헐 저두요!어떤 책 좋아하세요?”하면 나는 몸을 바짝 세우고 대답한다. “정세랑 작가요.” 그러면  곧이어  “…! 헐 저돈데! 재인재욱재훈 좋아해요.” “저는 피프티 피플이요” 하며 서로 헐, 헐 대며 즐거운 독서토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독서를 조금 더 보편적인 취미로 여겨주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정세랑 작가의 발랄한 문체를 이야기하고, 노석미 작가의 귀엽고 아름다운 그림들에 대한 찬사를 나누고, 마틸다와 해리포터의 원작과 영화의 차이에 대해 수다 떨고 싶다.


“ 취미요? 제 취미는 독서고요. 취향은 그래픽노블과 아동문학, 소설입니다. 혹시, 책 좋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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