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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인연

코시국 만남 그리고 코로나로 불발된 만남

2년 전 고3 담임과 제자로 만난 졸업생으로부터 잘 지내시냐는 안부를 묻는 연락이 왔다.

올해는 일신상의 이유로 일을 쉬고 있지만 나에게는 늘 반가운 제자이다. 180cm가 다 되는 키에 건장한 청년인데 내게는 여전히 그냥 밝고 순수한 고등학생일 뿐이다.      


COVID-19, 첫 고3 담임, 고3, 등교 지연, 원격 수업, 마스크, 온라인 졸업…….

2020년 우리가 함께했던 고3은 참 사연도 많고 이슈도 많았다.

나는 고3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진로 및 진학을 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학생들의 걸음걸음이 나로 인해 불안해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성적을 고민하고, 희망 대학을 찾아보고, 면접 준비에 합격 여부까지 참으로 긴 시간인 것 같았는데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마저 순간처럼 지나갔던 1년이었다. 그 다사다난한 시간을 함께 보내서인지 그때의 졸업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 첫해, 고3 1년 동안 반장으로서 학급을 위해 분위기 조성부터 방역까지 최선을 다해줬던 제자가 군입대 2주를 남겨놓고 연락을 준 것이다. 졸업 후에도 대학 생활 잘하고 있다고 장학금은 못 받았지만 공부한 만큼 성적이 잘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스승의 날 잊지 않고 인사를 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을 모았다며 선생님 힘내시라고 피로회복제를 사 들고 고등학생 때처럼 밝게 웃으며 찾아왔던 제자이다.    

아끼던 제자가 군대를 간다고 하니 밥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다며 오지랖 넓은 아줌마 근성을 보이고야 말았다. 마침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다른 제자도 있어서 셋이 함께 얼굴을 보기로 했다.

     

2년이 지나도 코로나는 여전히 아니 매일매일 확진자 수는 늘어만 갔다. 코로나 좀비 게임에 참여해야만 끝난다던 항설이 사실인 양 젊고 트렌디한  제자는 이미 완치자라고 걱정 말라했지만 만나기로 약속한  하루  슈퍼 유전자인  알았던 내가 걸리고  것이다.      


자가진단키트에 보인 두 줄…….

가장 먼저 제자들에게 사진을 보냈다.

미안하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걸리더라도 하루만 늦게 걸리지…….

속상한 마음에 미련스러운 말 하나 툭 던져본다.

첫 만남도 코로나, 간만의 만남도 코로나로 불발.

이놈의 코로나…….  

   



제자들을 만나기로 하고 어떤 것들을 나누면 을지 이런저런 고민을 했었다.

근황을 나누고 추억을 공유하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하고. 또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까?…….


요즘 들어 지속성, 꾸준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일이든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결과물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나이를 먹을수록 핑계만 많아지고 게을러지는 나에게는 대단한 일이라 여겼기에 제자들과 함께 목표를 정하고 데드라인을 정해서 시간이 지난 후에 서로의 꾸준함으로 어떤 성장을 했는지 나누고 싶었다. 경제적인 목표, 여행, 독서, 자격증 취득, 영어 공부 등 뭐든 좋았다. 꾸준히만 해보자고, 날마다 1%씩만 성장해도 1년 후면 엄청난 성장을 보일 거라고 20대의 젊음과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 아낌없이 사용하라고 격려해주고 싶었고 나 또한 함께 도전하고 싶었다.       


가볍게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가 목 아픔, 두통, 콧물, 피로 등 갖가지 증상을 다 겪어내고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무슨 정신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다가 문득 18일 제자 군입대 일이 생각났다. 확진 판정 후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한 것 같은데 만나서 하고 싶었던 말을 카톡으로라도 전할 걸 하는 아쉬움에 생각날 때 여기에 남긴다. 훗날 다시 만나게 될 때 군 입대하는 제자의 안녕을 빌고 더욱 멋지게 성장해서 만날 거라 믿고 응원하는 선생님이 있었다는 걸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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