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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이’와 ‘새비’ 같은 친구가 있나?

friendship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에 걸친 근대사 속에서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낸 그녀들의 이야기이다. 남편에게 종종 내가 읽은 책 중 나누고 싶은 책을 권하는데 ‘밝은 밤’도 재미있게 읽었다며 권했다. ‘삼천’과 ‘새비’의 우정이 참으로 아름답고도 슬프고 부러웠다. 두 여자가 서로를 향해 아낌없이 응원하고 나눴던 그녀들의 우정이 너무나도 눈물겨웠다.     


남편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당신은 ’삼천’과 ‘새비’ 같은 관계로 지내는 친구가 있어? ‘삼천’이가 백정의 딸로 멸시당하고 조롱당해도 묵묵히 곁을 지켜준 ‘새비’와 ‘새비’가 아팠을 때 달려가서 밤새 간호해주고 마지막을 함께 한 ‘삼천’이 같은 친구가 있어?”

“ 있지. ‘유경호’가 함께 해 줄 것 같은데? 넌?”

“ 나도 있지. 이은경. 은경이는 내가 힘들고 어려움에 처하고 아프면 함께 해 줄 것 같아. 나도 은경이가 그런 상황이면 당연히 제일 먼저 달려갈 거고.”   

  

나와 남편은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하고 서로의 친구와 측근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의 절친 ‘유경호’, 나의 절친 ‘이은경’. 그 이름만 들어도 우리 부부는 이미 그럴 친구라고 동의했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은경이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남편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하고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고 대뜸 물었다. 은경이의 답은 “나도 당연히 너에게 달려가지, 내가 갈게.” 마흔 넘어 이런 친구 사이를 확인하고 있자니 갑자기 유치하고 우스웠다. 둘이 멋쩍게 웃고 난 뒤 은경이가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환기시켜 줬다.     

“내가 정년퇴직하고 연금 나오면 소고기는 못 사줘도 삼겹살에 된장찌개는 사준다고 했잖아. 걱정마 퇴임하고 같이 놀러 다니고 삼겹살 사줄게.”

“오. 기억하고 있네? 근데 난 호주산도 좋으니 소고기는 안 되겠냐? 난 많이 안 먹으니 소고기도 괜찮을 거 같은데?”

“그래. 호주산 소고기로 사줄게.ㅎㅎㅎ"

   

공무원 부부인 은경이네와 함께 여행 가서 남편들이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실랑이하는 것을 보고 내가 “우리는 정년이 없는 일개 사업자라 우리가 벌 때는 우리가 살게. 나중에 너희 정년퇴직하고 연금 나오면 그때 밥 사“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고기든 삼겹살이든 누가 사든 다 좋으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재미있게 살았으면 한다.   

   

<에런 더글러스 트림블>이 말하는 친구의 의미가 새삼 소중하게 와닿는다.

- 등 뒤로 불어오는 바람, 눈앞에 빛나는 태양, 옆에서 함께 가는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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